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3 토마슨 추기경(3)
    2023년 03월 11일 01시 39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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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에라 씨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토마슨 추기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
    그래, 자네가 소문의 소년인가 ...... , 이렇게 보니 그냥 소년이구나."
    "
    소문이요?"
    "
    아니 뭐, 크루반 성왕국에서 '재앙의 아이'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고 있거든"
    "!"

     나는 크루반 성왕국에서 원만하게 나온 것은 아니다.

     내가 '재앙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육대공작가는 나를 붙잡으려고 할 정도였다.

    "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그럴 생각이라면 먼저 움직였을 테고, 엘도 너를 잘 부탁한다는 편지를 보내왔으니까."
    "
    ....... 특급 사제 엘 씨요?"
    "
    그래. 내 몇 안 되는 펜팔이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지금의 추기경은, 방금 전의 위엄이 온데간데없고 어디선가 볼 수 있는 친절한 노인처럼 보였기 때문에 신기했다.

    "
    이리 오너라안쪽 방으로."

     일어선 추기경은, 지팡이를 짚고 이쪽으로 오더니 내 팔에 살며시 손을 대었다.

    "
    추기경님그건 ......"
    "
    걱정하지 마라. 여긴 나와 소년이 속내를 털어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는 일이니. 다들 괜찮겠나?"

     좋다고 하면 거절할  없다.

     논 씨는 아까부터 긴장한 채 굳어 있었고, 미미노 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알겠습니다."

     대답한 나는 추기경을 따라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창문이 없었지만, 마도구의 램프가 켜져서 방이 밝아졌다.

     그곳은 아담한 방이며, 낡고 작은 책상에는 쓰다만 편지가 있었고, 옆의 서재에는 큰 책이 펼쳐져 있었다.

     벽면  면은 책장으로 되어 있고마지막  면은 지도와 종교 그림이 붙어 있다.

     이곳은 왠지 모르게 생동감이 있다고 나는 느꼈다.

     추기경은 책꽂이에서   권을 집어 들고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왔다.

    "
    앉게나."
    "
    , ."
    "
    거두절미하고, 이거다."

     표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책이지만, 엄청나게 낡은 책이었다.

     가죽 제본은 너덜너덜했지만  양피지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아마 표지를 교체했을 것이다.

     내용은 대충,

    "
    천 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
    "
    그 말이 맞다."

     토마슨 추기경은 안쪽 페이지를 열어 보여줬다.

     각 페이지마다 필체가 다른데, 뭔가 기록을 남긴 것 같았다. 책이라기보다는 사적인 파일일까.

    "
     페이지 ...... 고어로 쓰여 있는데, 읽을 수 있겠나?"
    "
    아니요. 제가 학식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
    아니, 괜찮네. 이 예배당에서도 고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될까 싶을 정도지. 이건 자네 말대로 천 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교황 성하께서 쓰신 것이다. 진필이다."

     놀랐다.

     그것은 그렇게 오래전부터 교회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기도 하고, 교황 성하의 글이 이렇게 박물관도 아닌 곳에 조용히 남아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기도 하다.

    "
    혹시 대대로 추기경 예하께서 물려받아온 건가요?"
    "
    그래. 따라서 추기경이 되려면 고어를 읽을 수 있어야 하지. ......하여간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은,"

     그리고 나는 오늘 가장 큰 놀라움을 맛보게 되었다.

    "[
    두 세계가 하나로 합쳐질 때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즉, 천 년이 넘는 옛날부터 교회는 또 다른 두 세계가 하나가 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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