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반격2020년 12월 07일 19시 33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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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그럭.....
일부러 광령과 색 온도를 떨어트린 램프같은 등불 빛 속, 마술학교에 있는 여자기숙사의 한 방에서, 가느다란 손끝이 체스같은 말을 판 위에서 움직인다.
그 얼음같이 차가운 눈은 판 위를 미동도 안한 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판 위보다도 커다란 무대를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아가씨. 식사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방의 한 켠에서 주근깨가 있는 연하의 메이드가, 겁먹은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
"아, 아가씨..........?"
".........나중에 먹을게. 넌 쉬어."
"예."
판 위에서 약간 움직이는 그 차가운 시선과 얼어붙을 것 같은 목소리에 몸을 움찔한 메이드는, 당황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도망치듯 종자용 방으로 돌아갔다.
"............."
사고활동이 중단된 영애는, 가볍게 한숨을 쉬는 듯 의자에 등받이에 가냘픈 몸을 맡기면서, 몇 가지의 말을 판 위에 늘어놓는다.
"이 반상에 오르는 것은, 몇 명이려나....."
***
"샤론님, 기다리세요."
".....안디님."
"아직 계셔서 다행입니다.... 이번엔 카르가 민폐를 끼친 모양이어서...."
"아, 아니요, ......어느 쪽이냐고 말하자면 이쪽이...."
".......네?"
"아무 일도 아닌 것이와요. 같은 학교의 친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어요."
"......훌륭하십니다. 같은 귀족으로서 동생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아, .....아니요."
"이 사례는 언젠가 정식으로, 메르시아 가문 쪽에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샤론님, 혹시...."
"예."
"......아니요, 죄송합니다. 전하께 돌아갈 것이니, 이걸로 실례했습니다..."
".......예."
양쪽 다 잼병입니다. 이런 아가씨를 그늘에서 지켜보는 메이드, 플뢰레티라 하옵니다.
이번에는 제 3 던전 근처의 상점 안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단 길의 중앙에서, 근처에 사는 코흘리개 꼬맹이들한테 둘러싸인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넋이 나간 아가씨는 신경쓰이지만, 저는 먼저 제 일을 끝내도록 할까요.
"점주님, 이 양에 그 금액은 좀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해도 말이야, 시녀 씨. 이 마을에선 소금이 그렇게 귀중품이 아니라고. 던전님 덕분에 말이지."
40대의 약간 머리의 방어력이 낮아진 점주님이었는데, 꽤 어렵네요.
던전 주변에는 탐구자 길드의 출장소도 있어서 거기서 매입도 해줍니다만, 상인에게 직접 파는 편이 약간 이득입니다.
"이 품질을 봐도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던전에서 채굴한 참이어서 산화도 되지 않았다구요."
"어이어이, 소금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잖아? 우리 규모의 상점이 그런 양을 사들인다면, 그거야말로 품질이 내려가 버린다고."
어디까지나 '다소' 입니다. 상인님과 교섭 가능한 기량이 없다면, 정가로 사들여주시는 길드보다도 싸게 팔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호호....이건, 그쪽에서 파는 '상품' 인 것......같네요?"
".....시녀 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제 말에 상인님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그 쏘아붙이는 듯한 시선에 전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늘어선 소금항아리를 흘끗 보았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게 하고 싶으신가요.....? 차별화와 맛의 향상을 위해 혼합을 하는 경우가 있다 들었습니다만...."
"........1할 늘렸다. 이걸로도 싫다면 다른 상점에 가봐."
"2할 늘려주세요. 이 주변의 단가를 봤었는데, 그렇게 해도 충분한 이익은 나오잖아요."
"예쁜 시녀씨..... 너무 잘난체하는 거 아닌가?"
"밝은 밤길만 있는게 아니라는 건가요.....?"
"하, 우린 당당한 상점이다. 트집은 그만둬. 우린 왕가 직속의 대형상점과도 거래한단 말이다. 거기에서 구입할 수 없게 되어도...."
"그 대상점님은, 이번 달 성에 식재를 납품하는 모양이던데요. ......설마, 이쪽의 소금을 대상점님한테 납품하는 건 아니겠지요?"
".........."
'상품'님은 입을 비틀었고, 저의 미소는 깊어졌습니다.
"뭐 이것 뿐.....이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이쪽도 부디."
".....뭐야."
제가 주머니를 내밀자, 점주님이 내부를 확인합니다.
"건조되어있군.....뭐지?"
"바다가 멀어서 소금도 유입되지 않으니 그다지 볼일이 없었겠지만, 이건 '미역' 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세상에..."
전 점주님의 두피를 바라보며.
" '점주님' 께 정말 좋은 물건이지요."
"........."
무사히 매매가 끝났습니다.
전 넋이 나가 있는 아가씨를 멍한 얼굴로 보고 있는 꼬맹이들에게 얼음사탕을 줘서 쫓아보낸 후,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샤론 아가씨,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어, 아, 레티."
제정신을 되찾은 아가씨는, 약간 쓸쓸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예, 좋은 가격으로 팔아서,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구운 과자도 구입하였어요. 저녁도 기대해주세요."
"고마워요, 레티. 하지만, 마물 고기는 필요없사와요."
"예, 물론이옵니다."
아가씨의 어딘가 신경써주는 태도에, 전 미소를 가득 채워서 응해줍니다.
아가씨의 마음은 알고 있다구요.
"식재를 들켜버리는 실수는 일으키지 않겠어요."
"그게 아닌 것이와요!"
***
히나는 이 세계가 [여성향 게임] 이라는 웃긴 말을 하였지만, 그걸 중얼거렸다는 인물이 '누구인가' 까지는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바보 같다며 일축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상황을 대비하여 만전을 기하는 것이 '일 잘하는 메이드' 입니다.
정말 '여성향 게임의 세계' 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게임 세계처럼 관리되는 [모형정원 세계] 라면 그럴 듯 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망이 금지되는 인물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관리인] 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정말 성가시네요.
검사가 끝날 때까지 정체는 숨기도록 하지요.
*
"레티. 당신의 준비는 끝났나요?"
"예, 아가씨."
저는 현재, 아침부터 아가씨의 입욕을 돕고 있습니다.
거미실로 만든 극상의 샤워타월로, 아가씨의 백옥피부를 어루만지듯이 씻어내고, 오래된 각질을 정중히 제거합니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아가씨의 전신을, 메이드장의 특재향유를 써서 주무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들여서는 안됩니다.
모든 마력을 써서 시공간을 왜곡시키더라도, 아가씨의 귀중한 아침 시간을 메이드 따위가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가씨, 준비가 끝났어요."
"........뭐?"
눈을 뜨신 아가씨는, 본인이 이미 머리카락도 정돈되었고, 교복을 다 갈아입은 것에 놀란 모습입니다.
"어느 사이에!?"
"잘 주무셨나요."
"........."
아가씨는 제가 내밀 카페오레와 후레쉬 오렌지, 베이글 샌드위치를 귀여운 입으로 야금야금 씹으면서, 볼을 붉히고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로 절 봅니다.
여태까지는 옷을 갈아입어도 속옷 종류까지는 제가 돕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계셨기 때문에 불만이었겠지요.
"메이드 일의 일환입니다."
"레티는 내 메이드로서 일해주고 있지만, 당신은, 레티는....."
아가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다른 곳을 보면서.
"......내.....친구....니까."
"아가씨....."
아가씨는 진짜 귀엽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어느 부분에 대한 말인가요!?"
그거야 뭐, 옷 갈아입을 때를 포함한 여러가지 일이지요.
자, 아가씨께서 말씀하셨던 저의 '준비' 란, 아가씨의 [반 친구] 가 될 준비를 말합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함과 파트너를 고르는 일환으로서, 지구에서 소환된 중학생 전원이 아가씨가 계신 귀족반에 편입되기로 하였다는 뜻입니다.
"레티.....교복은 어떻게 했나요? 지급되었을 것이와요."
나라에서 교복을 지급해주긴 했지만, 전 자신의 메이드복 그대로 입니다.
"메이드의 교복은 메이드복이니까요"
"......괜찮나요?"
괜찮다구요.
"저도.....어디 이상한 곳 없나요?"
오늘부터 저와 같이 다니게 되어서, 아가씨 쪽이 긴장되나 봅니다.
"예,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예쁘십니다."
"저, 정말, 그런 말만 하지 말고, 가는 것이와요."
"예, 아가씨."
물론 아가씨는 '완벽' 합니다.
오늘을 위해 며칠이나 걸려서 '준비' 를 해두었으니까요.
또각또각하며 학교의 복도를 걷는, 후작영애인 아가씨에게, 평민과 하급귀족 학생들이 당황하며 길을 엽니다.
송구스러워하며 길을 연 하급생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아가씨를 본 순간, 볼을 붉게 물들입니다.
".....레티, 정말 내가 이상하지 않은가요?"
"네, 물론이옵니다."
평소와는 다른 시선에, 불안한 듯이 돌아보는 아가씨를 보고 전 싱긋 미소지었습니다.
교실까지 도착한 제가 조용히 문을 열어서 아가씨를 통과시키자,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그 후에 교실이 웅성거렸습니다.
".......샤론. 너인가?"
"네, ......네에, 죠엘님. 샤론이에요."
먼저 말씀하신, 약간 질린 듯한 죠엘님이 말을 걸자, 아가씨도 당혹해하면서 대답하십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아가씨는 어린 시절부터 실가의 상놈들에게 냉대받았기 때문에, 머리카락도 피부도 상해있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가씨는 아름다웠지만, 여기서 제가 식사를 관리하고, 영양상태를 조절하고, 아가씨께서 스스로 손질했었던 머리카락과 피부도 완벽하게 다듬자, 아가씨 본래의 아름다움이 되살아났습니다.
이 변화는, 이 교실을 보아도 일목요연하지요.
자, '공격' 할 준비는 갖추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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