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부-16 소녀가 본 유성(2)

 

　실로 20년에 가까운 옛날의 일이다.

　이웃 나라와의 전쟁을 끝내고, 제1왕자 아서는 대관식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마법사, 기사 모두에 대한 정예화 교육 방침을 철저히 하는 강병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써 왕국은 주변 국가에 전혀 뒤지지 않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종전 직후의 혼란을 틈타, 왕도 이외의 시가지에서도 암시장의 형태로 전쟁 고아나 버려진 아이들의 불법 매매가 성행했다.

　이를 종식시킨 것은 아서의 아들인 세 명의 왕자들이다.


　당시 그들은 아직 10대 후반 정도의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그 활약은 눈부셨다. 아버지가 만든 국가는 위대하다. 하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제1왕자 마르벨리스는 사회복지제도를 정비하고, 고아나 버려진 아이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보상금과 재취업 지원 제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2왕자 루드거는 기사단을 지휘하며, 때로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봉쇄하는 대담한 전략으로 불법 조직의 소탕에 나섰다.

　셋째 왕자 그렌은 자신들은 장기짝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국가를 농락하는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하여 억지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해서 아서 왕의 강병정책으로 인해 소홀했던 내정 치안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왕자들의 개혁 이전에 인신매매를 당했던 많은 아이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가끔은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어둠 속에서 기어 나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혹은 분명 팔려갔지만, 이후 적발되어 무사히 보호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시, ......"

　
　벽에 등을 대고 팔짱을 끼고 있던 그렌은, 루드거의 무거운 목소리에 눈썹을 치켜세웠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시죠?"
"그렌. 너는 이 서류를 어떻게 생각하냐?"


　형이 내민 서류.

　그것을 보고 그렌은 신음소리를 낼 뻔했다.

　적발된 건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지금 와서 내가 인신매매 피해자라 주장해도, 모든 서류를 다 확인하지 않으면 경위를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그때마다 확인하기에는 건수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하나의 이름은 먼지 속에 가라앉아 간다.


"이건 ......!"
"변방 미스트리아에서 적발했던, 인신매매에 연루된 고아원의 기록이다. 우리가 적발하기 바로 직전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가상의 상회에 입양된 한 소녀가 있었다."

 

　서류를 든 그렌의 손이 떨렸다.

　루드거도 같은 심정이었다. 큰 실수였다.

　
"당시 내가 기사와 함께 고아원에 들어갔을 때 ...... 아이가 말했다. 봉제인형을 준 연상의 아이가 바로 엊그제 사라졌다고. 제때에 못 구했다. 팔려간 곳의 서류는 모두 가짜로 발자취를 추적할 수도 없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 어떻게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류에 적힌 이름.

　극동의 혈통으로 추정된다. 외모적 특징, 검은 머리. 성격이 온순하다. 겁이 많다.

　

　ㅡㅡ어린 유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공개하면 안 되겠지요. 하지만 ...... 그녀에게 아직 그 불법 조직의 손길이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안경 렌즈 너머로, 루드거는 동생의 두 눈에 조용한 격정이 깃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역시 그래. 형님.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물어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아니, 아니지. 교회가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그녀를 어디서부터 끌고 왔을까. 그에 따라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진정해. 타가하라 양은 피해자다. 그리고 교회가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면 차라리 조용히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 다툼을 일으켜서 국내에 분열을 일으킬 생각인가. 피스라운드가 다시 세우고 있는 균형을 다시 깨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