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부-15 성녀의 자격(4)2023년 03월 08일 15시 45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말해 봐. 나는 확실히 악마에 빙의되었던 사람이지만, 그전에는 평범한 성직자였어. 뭐, 시골의 불량한 수녀였지만 말이야."
"...... 필요 없어요. 이곳은 대성당이고, 당신 말고도 적임자가 많아요."
유이 양이 일축한 제안.
하지만 나는 지크프리트 씨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는 사이이기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부탁해도 될까요?"
"마리안느 씨!?"
나는 치마를 정돈하고, 철창 너머에 있는 성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주저앉는 유이 양에게, 린이 조용히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댄다.
"바보야. 신성한 기도 시간에 성녀가 당황하지 말라고. 조용히 해."
"...... 읏."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설득력이 있었다.
기침을 하며 린은 거침없이 말을 건넸다.
"신의 목소리에 마음을 열어봐. 이건 밖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야. 너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목소리야. 귀를 기울여 봐, 자신의 내부로. 내 목소리 외에는 다른 소리는 듣지 않아도 돼. 눈도 감아."
"............ 네."
"네 안에도 신은 있어. 누구에게나 있어. 원래부터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목소리에 따라 하늘에 계신 신께서는 말씀해 주시지. 하지만 조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네 내면의 목소리가 필요해."
"............"
"들려? 지금 네 안에서, 네 안의 신이 뭐라고 말하고 있어. 신이라고 부르는 게 불편하다면, 알아볼 수 없는 자신의 일부분이면 돼. 자신의 본심을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지 마. 그냥 있는 그대로, 나오는 말을 다 내뱉어 버리면 돼요."
린의 말이 뇌리에 쏙쏙 박혔다.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들.
어둠 속에서 그저 막연하게 무릎을 꿇었다. 마치 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입에서 말이 흘러나온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 모르겠어 ......"
"......흠. 뭐가?"
"......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뻗어 버려. 이건 옳은 행동이긴 하지만, 아마 정답은 아닐 거야."
뒤에서 유이 양이 숨을 죽인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생각했다.
이미 그녀는 너무 늦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은 것은 틀림없이 최고의 결과다.하지만.
그 사라져 가는 순간, 웃으면서도 울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꿈에 나타난다."그럼 포기했어야 했는가. 하지만, 포기는 ......"
"그렇구나."
눈을 떴다.
몇 번 고개를 끄덕인 린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너 그거구나. "
린은 분명하게 동정의 색을 띠고 있었다.
"이제야 알겠다고. 기억 속의 ...... 나, 그보다 내 몸에 빙의된 악마에게 대담하게 덤벼드는 모습과 전혀 일치하지 않아. 너 말이야, 그냥 똑바로 나아가기만 해서 거기까지 도달한 거지? 가끔 있다고, 그런 녀석."
"...... 그건......."
"하지만 지금 너의 목소리는 신에게 닿았어. 신은 너의 고뇌를 용서한다. 그것은 있어도 되는 고뇌이다. 너는 고민해도 좋다. 하늘의 목소리는 너의 고뇌를, 번뇌를, 그것이 옳은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쿵.
그 말이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떨어졌다.
"너는 지금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겠지. 혼자서 무리해서 짊어지려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그럼 둘 중 하나만 가져가자."
"둘 중 하나요?"
"짐을 버려라. 아니면 다른 사람이 같이 들어주게 해. 그 방법밖에 없어."
린의 시선이, 나한테서 유이 양에게로 넘어갔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 그것보다 ...... 포기하는 것은 간단해. 짊어지고 있는 짐을 꼼꼼히 살피고, 필요 없는 것부터 차례대로 버리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한다. 특별히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진 역할은 신께서 주신 것이다. 그에 합당한 일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 하지만, 그래서는."
"그래. 버리고 싶지 않은 것까지 버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아니야. 그런 썩어빠진 기도라도, 신께서는 거두어 주시는 거야."
참회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린은 단 몇 분 만에 내게 해줄 명료한 말을 찾아낸 것 같았다.728x90'인터넷방송(인방) > TS악역영애신님전생선인추방인방R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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