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부-15 성녀의 자격(5)2023년 03월 09일 08시 30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자, 이제 서도 괜찮아. 혼자 설 수 있잖아, 너."
"...... 읏."
"하지만 먼 거리를 걷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짐을 버리고 가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야. 그렇게 하기 싫으면 동료와 짐을 나눠서 지고 가라. 가끔씩 바꿔가면서 함께 고락을 함께 하라"
"...... 동료"
"그래. 넌 운이 좋았잖아? 하지만 그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야. 해야 할 일을 계속 해온 사람은 자연히 뒤로 사람을 이끌게 되는 법이야."
"...... 그것은 그 ...... 체험, 인가요?"
"내 것은 반례야, 바보."
일어서서, 치마에 묻은 모래를 치운다.
유이 양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다.
나는 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철창 너머의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드려요."
"내가 아니야. 신께 감사하다고 해야지."
불량 수녀가 다 뭐야.
아주 훌륭한 수녀님이었잖아.
그래서 그녀가 악마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물어봐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올 때는 담배를 드릴게요. 브랜드는?"
"괜찮겠어? 금수 지정되어 있는 담배인데...."
그거 불법 약품이라는 거잖아.
자칫 범죄에 가담할 뻔했잖아. 이 년이, 확 때려눕혀줄까 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린은 무섭다며 웃었다.
하지만 왜 그럴까.
그 실실 대는 웃음에는, 한없이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림자가 있는 것 같았다.
마리안느와 유이가 지상에 올랐을 때, 여전히 소란은 계속되고 있었다.
유이는 근처에 있는 신부를 붙잡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신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갔다.
"원인을 파악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네, 그럴게요."
두 사람은 그 후 안마당으로 걸어갔다.
마리안느는 이미 유이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배달 관련은 빼고, 금주 계통의 신성한 힘이 역류했다고만 말했다.
(아까의 설명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만 하고 있네 ......)
"그녀도 ...... 확실히 성녀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네요."
너무 허위로 신고해 버린 것에 마리안느가 한숨을 쉬고 있는 옆에서.
안뜰의 벤치에 앉아 유이는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는 아직, 전혀 안 되겠네요 ......"
"그런 게 아니랍니다. 당신은 애초에 아직 차기 성녀가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럼 이제부터잖아요."
왠지 모르게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슬쩍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유이는 부드럽게 시선을 땅에 떨어뜨렸다. 햇볕을 가리는 형태로 자신의 얼굴이 검은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좀 더. 더 공부해야 해요. 인간은 어떤 일이 기쁘고, 어떤 일이 슬픈지. 저는 아직 그 부분을 전혀 알지 못해요."
"그렇다는 말씀은?"
".................. 저 ......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은 너무도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마리안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무도류의 단련 같은 건 있었잖아요?"
"단련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어요. 무언가에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얻고 있다는 느낌도 없었어요. 그저 사람을 죽이는 데 능숙해졌을 뿐이었지요. 매일 ...... 매일 ...... 물건을 계속 부수고 ......"
지금도 눈을 감으면 과거가 바로 옆에 있었다.
그저 인체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 내일을 위한 학습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뛰어들기 위한 지혜가 아니다. 누군가의 내일을 빼앗고 파괴하기 위한 지식. 곤봉과 무엇이 다른가.
"......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말을 끊은 차기 성녀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준 소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그저 살인 기술을 연마하다가.
그러던 어느 날, 성녀로서의 가호가 발현되어.
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스스로 쟁취한 것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항상 누군가가 무언가를 요구했고, 그에 응하고 있었다.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입학식 날.
유이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진홍의 반짝임을 본 것이었다 ────728x90'인터넷방송(인방) > TS악역영애신님전생선인추방인방R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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