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크. 그럼 간다."
천부를 파괴하는 가게로 굳이 갈 필요도 없었고, 그 가게 주인이 [오브시(オーブ視)]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만약을 대비해 언덕으로 향했다.
라르크를 안고 있기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미소 짓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보조마법]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라르크가 가벼워서 슬펐다.
언덕은 일단 마을 안쪽에 있지만,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일 뿐 별다른 볼거리도 없는 곳이었다.
낮에는 언덕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나는 라르크를 데리고 전망 좋은 초원으로 찾아왔다.
앞바다로 튀어나온 곶의 작은 언덕과 등대가 보인다.
바람이 불어오자 풀냄새가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녀를 풀밭 위에 내려놓았다.
"뭐야, 풀 냄새나는 곳이잖아. 뭐 하려고 그래?"
"라르크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을 ...... 말해줄게"
"............"
내가 말하자 라르크의 허리가 조금 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전에 몸을 치료하자. "【영왕마검술】 ...... 넣을게"
"어, 어어."
나는 가죽 가방에서 꺼낸 별 6개짜리 천부주옥을 라르크의 양손에 밀어 넣었다.
나는 [오브 착탈]의 천부도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천부를 줄 수도 있다.
"음....... 앗,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스르륵 라르크의 몸으로 빨려 들어간 천부주옥이 그녀에게 흡수됨과 동시에, 색을 잃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빛을 되찾았다.
"...... 보인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에는 자커하펜의 도시가 보이고, 저 멀리에는 반짝이는 햇살이 파도 사이로 비치는 항구가 있고, 갈매기가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생 군...... 아니, 레이지"
"응"
"넌 내가 천부주옥을 돌려받으면 이 힘으로 도망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생각 안 했어."
"왜? 내가 그토록 [영왕마검술]을 원했던 거 알잖아. 그거라면 거짓말을 한 두 개쯤은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라르크는 그런 짓 안 해."
"왜?"
"라르크는 라르크니까."
"............"
"라르크는 계속 라르크일 테니까. 내 누나 라르크니까"
"............"
나를 쳐다보던 자수정 같은 보라색 눈동자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 못 당하겠네, 동생 군한테는. 아, 아니, 레이지인가 ......"
"동생 군이면 돼. 나는 라르크의 동생이니까."
"............"
목덜미를 움찔거리는 라르크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심박수 상승, 체온 상승....... [삼라만상] 씨, 그런 거 알려주지 않아도 안다고.
"그럼, 천부, 지울게 ......"
"그래."
이번에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라르크는 대답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걸까.
그토록 필요했던 천부를 지워버리는데도 말이다.
대체 어떻게 천부를 지우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니면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일까.
(이런 느낌이구나 ......)
라르크의 손을 잡고 눈을 감자, 그녀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보인다. 이것이 천부인가 보다.
그것은 뻣뻣한 촉감이었지만, 힘을 주자 삐걱이는 느낌이 들더니, 유리알처럼 부서지는 느낌. 천부는 눈덩이가 부서지듯 빛이 나더니, 어둠 속에 녹아 사라졌다.
"...... 끝났구나."
내가 눈을 떴을 때, 눈을 살짝 뜬 라르크가 있었다.
천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걸까.
"눈은 어때?"
"보여. 몸 상태도 나쁘지 않고 ......"
바람이 불어 라르크의 긴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시선을 마을로, 바다로 향했다.
나쁘지 않고, 라는 말 뒤에 무슨 말이 이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묻지 않겠다. 물어봐도 소용없다.
현자님의 말씀대로, 그녀의 몸 상태는 돌아왔다. 물론 건강한 몸과는 거리가 멀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 라르크. 할 말이 있어. 조금 길어질 거야."
"들어줄게. 지금 나한테는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라르크 옆에 앉아서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출생의 비밀과 천부의 비밀을 들어도, 라르크는 특별히 놀라는 기색도, 감정적으로 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다 듣고 나서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고했어, 동생 군.
그렇게 말했을 때의 라르크의 표정은, 광산에 있을 때와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