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부 194화 즐거운 새끼돼지부의 느긋한 활동 풍경(2)
    2023년 03월 10일 00시 44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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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살라만다의 이상 번식 사건인가. 원인은 알아냈대?"

    "아니요. 무리를 이끌던 거대 돌연변이 개체는 시체도 남기지 않고 로건 님이 날려버렸으니까요. 일반 개체들은 가볍게 조사해 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어요."

    "그런가. 그런 큰 사건을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누군가가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서 암약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보다 그것을 무난히 물리쳤다는 바스코다가마 왕국군의 위협이 살라만더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다고요? 오랫동안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순백의 수호성수에다, 성수로부터 성검을 받았다는 로건 전하.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네요. 소문에 의하면 이미 세계 각국에서 실력 있는 스파이들이 바스코다가마 왕국에 잠입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으니까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에 사적인 다과회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로건 님은 평화주의자이고, 세토 신도 그 ...... 착한 분이니까요."

    "......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가뜩이나 국왕 폐하와 데츠 제1왕자 이하 제1왕자파는 이번 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로건 님과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골드 상회에 시선을 빼앗긴 상태라서요."

    "그런 상황에서 제3왕자인 내가 자네를 통해 로건 전하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 소환은 피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숙청도 가능할 테니까."

    "하하하, 농담도. 당신이 숙청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로사 님이 아닐 텐데요........"

    "그래서 그런 거랍니다. 하지만 이 절호의 기회에 로건 님과 꼭 친해지고 싶은 것도 사실. 제1왕자파의 눈총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는 이제 ......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엇을, 인지는 일부러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채, 세 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 시절, 청춘의 끝자락이 그대로 우리의 타임 리미트인 셈이네."

    "뭐, 친구로서의 협력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 고마워."

     피클스 셋째 왕자가 친한 사람들을 모아 만든 동아리에 일부러 새끼돼지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앞으로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좋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에 불쾌감은 없다. 그래도 초등부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니까.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그래도 이렇게 함께 테이블을 둘러앉아 투덜거리면서, 거짓 없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를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사이. 이런 거리감이 싫지 않다.

     



     계속 떠들다 보니 목이 말라서, 적당히 차가워진 허브티를 마시며 한숨 돌린다.

    "아, 이거 맛있네요. 금목서인가요?"

    "그래요. 찻잎에 소량의 금목서를 섞어 맛을 낸 것이라던데, 향이 너무 좋아서 여러분께도 꼭 권해드리고 싶어서요."

    "살짝 달달해서 전 이거 좋아해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쁩네요."

    잠시 흐르는 화기애애한 시간. 그것을 깨뜨린 것은 피클스 셋째 왕자님이다.

    "아버님은 후회하고 계셨어. 얼른 이글 골드 씨에게 남작 작위를 주었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고......."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당시의 아버지는 그저 돈 잘 버는 장사꾼이었어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작위를 주면 안 되는 종류의 사람이었던 것은 확실했으니까요."

    "결과론이네요. 만약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은 사람의 미련이랍니다."

    "지금이라면 아버지도 그토록 열망했던 작위를 오히려 거절하겠죠."

    "그 말대로다. 이제 와서 골드 상회가 굳이 브란스톤 왕국에 얽매일 이유가 없지. 강하게 나가려고 해도 제국이나 바스코다가마 왕국으로 망명이라는 수단을 취하면 국내 경제가 입는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까. 정말 너희 부자는 귀찮은 존재야."

    "하지만 그 귀찮은 존재가 방파제가 되어 준 덕분에 제2, 제3 왕자파가 제1 왕자파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쉬워진 것도 사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초등부 단계에서 호크 님을 눈여겨보신 피클스 님의 눈은 혜안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버님이나 형님이 조급해하는 마음도 잘 알겠어. 나도 만약 호크 군의 친구라는 입장이 아니라 네 인간성을 모르는 채로 있었다면, 지금쯤 국내외를 자주 드나들며 틈만 나면 악명을 떨치는 정체불명의 괴상한 존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칭찬으로 받아들이지요"

     설마 요즘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날아다니고 있다고는 역시 말 못 하겠다 이거.

    "...... 정치색이 없는, 휴식처란 대체 ......?"

    "저 두 사람의 경우,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전환이 되는 거라구요. 그리고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해도 정치적인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확실히 그렇군. 솔직히 듣지 않은 걸로 하고 싶은 상당히 과격한 발언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우리 셋이 이러쿵저러쿵 투덜거리고 있는 옆에서, 고리우스 선배와 반 군이 간장맛 전병을 씹고 있다.

    "헤이~ 수고했어!!! 밖에 무진장 덥더라~!"

    "아~ 시원타! 역시 복도에도 에어컨 좀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어!

    "음~ 그렇게까지는 역시 요구할 수 없지 않겠어?"

    "오, 수고했어!"

     그러고 있는 사이, 구매부까지 장을 보러 갔던 갸루 3인방이 대량의 병 주스와 과자가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활기차게 들어왔다. 순간 조금은 삭막했던 부서 내 공기가 한순간에 산뜻하게 바뀌었다.

     만약 내가 이 세상에 갓 환생했을 때였다면, 남녀가 섞여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고 버질과 올리브, 크레슨 등이 기다리는 저택으로 재빨리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스로도 꽤나 사교적으로 변한 것 같다.

     공교롭게도 고1, 열여섯 살이다. 전생에 사고로 죽었던 나이와 같은 나이인 지금, 나는 이 새로운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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