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는 마음이 착해서 어쩌면 여러 사람의 천부를 '훔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넌 네 노력으로 천부를 만들어낸 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그러니 가슴을 펴도 좋다. 너의 힘은 너만의 것이다."
"...... 단테스 씨"
그 말이 맞았다.
나는 마음 한구석에 [삼라만상]에 의해 얻은 힘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라르크와 싸웠을 때,
ㅡㅡ동생 군도 이유 모를 비정상적인 힘은 천부적으로 얻은 거잖아.
그렇게 말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뻔했다.
내 죄를 다 고백하고, 그것을 용서받은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직 안 된다.
지금 내가 말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다.
"레이지 씨 ...... 그, 레이지 씨의 사정이 현자님과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러자 아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삼라만상]을 몸에 흡수하면서 도구 가방에서 또 하나의 천부주옥을 꺼냈다.
엄중히 차광용 천에 싸여 있던 그것을 벗겨내자, 빨강, 파랑, 노랑 ...... 다양한 색으로 반짝반짝 빛이 변하는 천부주옥이 나타났다.
"이것은 12성 천부주옥 【이계맹약】입니다. '뒷세계'에서 얻었습니다."
다들 눈을 가늘게 뜨고 별의 개수를 보는 있는 모양이다.
"이거 정말 대단합니다요...... 어떤 효과가 있는 천부주옥입니까요?"
젤리 씨의 눈이 금화 마크가 아닌 것은, 8성 이상의 천부옥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세계를 잇는 맹약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맹약의 ...... 파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8개의 맹약, 그리고 조정자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는 여신에 의해 둘로 나뉘어 있고, 조정자가 이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 조정자는 용과 환상귀인이다.
단테스 씨는 아헨바흐 공작령의 영도 유벨마인즈에서 용과 싸웠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용은 천부주옥에 집착해 천부주옥을 파괴하고 있었다.
아샤한테는 어느 정도 설명은 했지만, 아샤의 일족이 맹약자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들 놀라워했다. 심지어 이 마을에 있는 라이브러리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약리학의 현자'님이 용이라는 사실은 모두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 저택에는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데, 그것은 과거 크루반 성왕국에서 조정자가 사용했던 검은 돔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현자님과 환상귀인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세계가 붕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
"............"
"............"
"............"
"............"
들은 5명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돌아와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유는 충분히 전달된 것 같았다.
"...... 맹약을 파기한다는 것은 여기 있는 라이브러리안들도 할 수 있는 일인가요? 모든 것을 레이지 군이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먼저 입을 연 것은 논 씨였으며, 그녀는 나를 걱정하는 듯이 말했다.
"파기할 수 있는 건 각 조항에 관한 항목뿐인 것 같고 ...... 라이브러리안이 파기할 수 있는 건 맹약의 구조뿐입니다. 그것을 파기하면 세계의 균형이 크게 깨질 수 있어 손댈 수 없다고 하네요."
한편으로 성수인(聖水人)ㅡㅡ크루반 성왕국의 성왕이 맹약자인 맹약은, 맹약의 '유지'에 관한 것이다. 이를 파기하면 모든 맹약자에게 조정자가 접근해서 하나하나 파기할 수 있다고 환상귀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전대미문의 일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