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79 용과 오니, 제물과 잘못(3)

 

"그 개체는.......상당히 폭주했지만, 사명으로서 맹약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것을 부여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　별 8개짜리의 의미도 모르는 천부주옥으로 제물을 바치라고 하는 짓을 하고, 그런 요구까지 하면서까지 ......!"
"제물...... 뭐, 제물이기는 하겠지"

　환상귀인은 그 맹약을 읊었다.


　★맹약을 위한 맹약(성수인/지저인)
　　귀현의 피를 바침으로써 맹약을 유지할 수 있다.
　　조정자가 이를 감시하지만, 조정자를 해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크루반 성왕국에서는 천부주옥 수여식 전까지 귀족의 자식은 천부주를 가질 수 없었다.

"지저인은 매번 제대로 바치고 있다. 맹약을 어긴 건 성수인, 너희들이 말하는 크루반이라는 나라의 왕족들이다."
"!"
"이로써 맹약자를 세계에 기억하게 하고, 두 세계를 유지할 수 있지."
"하지만 ...... 그건 ......"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데 한 사람의 목숨을 바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네 잘못이다."
"잘못......"
"우리들은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한다. 그리고 '재앙의 아이'인 너를 주목했다 ...... '재앙의 아이'는 지금까지 세상을 혼란에 빠뜨려 왔지만, 너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지."

　'재앙의 자식', 그것은 곧 전생자다.

　사람보다 두 배나 많은 16개의 천부를 소유할 수 있다. 오버리미트 스킬 홀더다.

　이 힘은 확실히 악용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막강한 권력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감시받는 것과 달리, 단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힘은 사용자를, 나를 착각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즉, 나는 선택받은 사람, 특별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저는 ...... [은의 천칭]의 멤버인 미미노 씨, 단테스 씨, 논 씨, 라이키라 씨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힘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마 에바 아가씨와 아샤, 젤리 씨 ...... 라르크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두 노인의 눈에, 초월자가 아닌 감정이 깃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전에 있던 [재앙의 아이]는 너처럼 돗자리 위에 앉기 전에는 신발을 벗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이 세상에 있다 보니 행동이 달라졌지 ...... 공격적으로 변했어. 결국 그 아이의 잘못을 씻기 위해, 즉 그 아이를 죽이기 위해 인간족은 수만 명의 목숨을 희생해야만 했다."

　수만 명의 인명 피해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고 현실감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두 노인의 진지한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그때까지 침묵하던 현자님이 입을 열었다.

"...... 우리 여신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너와 같은 전생자가 나타나는 것은 이런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일지도 모르겠군. 8성을 넘어선 천부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렇고."

　애초에 스킬 홀더가 8칸밖에 없는데 그 이상의 천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16칸의 스킬 홀더가 없으면 다룰 수 없는 천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여신님은 안전망으로서 전생자를 준비해 놓았다 .......

　나의 일인데, 너무 실감이 나지 않아 머리가 어지럽다.

　그런 나를 본 환상귀인은,

"어쨌든,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계맹약]을 이용해 맹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맹약자가 파기해 주어도 상관없지만,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맹약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맹약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작용하게 되어 있지."
"...... 암시 같은 건가요?"
"뭐, 그렇다."
"두 세계가 연결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흠 ...... 아마도, 생명의 밀도가 일시적으로 두 배로 늘어날 거다. 각각의 생명체는 죽지 않고 유지되어 하나의 세계에서 살게 될 거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세상이 하나가 되는 데에 희생이 따른다면, 나는 가능한 한 그 방아쇠를 당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