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부 190화 가자, 멋의 메카로(3)
    2023년 03월 08일 17시 35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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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으음모르겠습니다요!"

    "
    동감이야."

     
    두툼하게 썬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를 번갈아 가며 한 꼬치에 꽂은 도심의 명물이라는 비프 앤 칩스를 먹으며, 우리는 여름의 뒷골목을 걷는다. 산책 삼아 왕도 시내를 돌아다니며 작은 개인전이나 개인 갤러리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길가에 시트를 깔고 그 위에 그림을 펼쳐놓은 노점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보기도 하고, 거리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스케치하거나 이젤을 세워놓고 유화나 수채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뒤에서 들여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곧장,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나는 예술을 알아보는 미적 안목 따위는 전혀 갖추지 못했으니까. 미술관에 들어가면 처음 다섯 점 정도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질려서 나머지 그림이나 조각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미술관 내 카페나 기념품 가게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
    애초에 왜 동행이 저 뿐입니까요? 나한테 예술을 보는 눈이 없다는 건 처음부터 뻔히 알 수 있잖습니까요?"

    "
    그것 때문에 그래, DoH는 대중을 위한 오락이야. 보는 사람이 보면 알 수 있다거나,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다거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뭐야 같은 난해한 그림보다는 누가 봐도 한눈에 봐도 그 장점이 느껴지는, 알기 쉽고 대중적인 그림을 찾아야 해. 그런 의미에서 네가 가장 적임자 아니겠어?"

    "
    , 그러고 보니 그렇네."

     
    올리브는 꽤 예술을 보는 눈이 있고, 반대로 크레슨은 전혀 관심이 없다. 카가치히코 선생은 서예라든가 화도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왕족으로서 높은 교육을 받고 자란 로건 님은 여전히 흥분해 있는 나라를 떠날 수 없으니 안 된다. 반대로 제왕학 따위는 전혀 접할 수 없었지만 좋은 것을 가려내는 안목은 확실한 이그니스 폐하는 ...... 여러 가지로 노코멘트.

     
    결국 첫날은 그대로 파리시브 왕국을 산책하며 맛있는 먹거리를 만끽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호텔로 돌아와서 거기서 또다시 최고급 파리시브 요리를 맛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맛 뿐만 아니라 모양새도 정말 멋있었다. 장식과 플레이팅, 색감 등 아름다움을 추구한 주옥같은 요리들은 그야말로 먹는 예술품이다. 참고로 국내 최고급 호텔치고는 매우 이례적으로, 호텔 파리우드에는 드레스 코드가 없었다.

     
    체크인을 할 때, 그래도 평범한 옷차림으로는 위험하지 않을까? 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세련된 호텔 직원들은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고, '오리엔탈 쟈파존 스타일'이라며 칭찬까지 해 주었으니 정말 마음씨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스위트룸에 묵는 손님이니까 어떤 옷차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
    헤헤헤! 그럼 저는 밤의 정찰을 다녀오겠습니다요, 저한테 맡겨만 주십쇼!"
    "
    예예갔다 오세요."
    "
    정말 도련님은 안 가도 됩니까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잖습니다요?" 밤놀이 방법을 몰라서 겁먹고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면, 제가 인생의 선배로서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 ......"
    "
    외출 허가 취소해 줄까?"
    "
    어이쿠, 그것만은 제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후 휴식 시간도 끝날 무렵. 버질은 내가 허락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의기양양하게 스트립 극장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파리시브 왕국은 화려한 네온사인이 밤새도록 빛나는 스트립 극장과 창관이 즐비한 세계 최고의 에로틱한 도시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에로티시즘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누드화 같은 것은 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문화이고, 일본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춘화도 마찬가지다. 육체미, 특히 풍만한 여체의 아름다움이나 강인한 남성의 육체미는 인체라는 가장 친숙한 소재이며, 에로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실제로 가슴을 드러낸 여인이나 수염이 덥수룩한 수염 아저씨의 조각 같은 것이 미술관에 가면 아무렇지 않게 전시되어 있고, 때로는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전국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윗상이나 미로의 비너스나 비너스의 탄생 등,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유명한 작품을 본 적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파리시브 왕국에 에로스의 도시로서의 면모가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나체는 가장 신비롭고 친숙한 예술이며,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 남성의 곤봉을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문화는 세계는 다르지만 인간의 근본에 뿌리내린 무의식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저런 모양의 가마를 끌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저런 모양의 사탕을 노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파는 기이한 축제도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누드화 같은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미술의 소재인 만큼, 그만큼 에로스와 예술은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걸 보기 위해 외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그 정도로 숭고한 이념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왠지 '너 그 음란한 마음을 예술이라는 면죄부로 포장해 정당화하고 있는 것 아니야? 라고 묻고 싶어지는 사안도 왼쪽처럼 드문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
    상관없나. 동호인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주에서 즐기는 것에 외부 사람이 끼어들어 이러쿵저러쿵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찬물을 끼얹는 것은 성애든 연애든 무례한 짓이다. 들뜬 발걸음으로 나가는 버질, 엄청나게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모처럼 파리시브 왕국까지 왔으니, 나도 본고장의 야한 얇은 책 한 권을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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