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57 300화
    2023년 03월 06일 16시 27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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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새워 여행 준비를 마친 나는, 엘프들의 나라 실비스 왕국을 향해 가기로 했다.

     아샤가 어떤 생각으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만약 나를 위해, 라르크를 위해 돌아갔다면 그런 식으로 자신을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다녀올게, 라르크."

     그녀가 묵고 있을 숙소를 올려다보며 나는 작별인사를 했다.

     지금까지 라르크와의 재회는 늘 분주했지만, 이번엔 아주 조용했다.

    '은의 천칭'사람들은 마도선의 준비와 라르크의 동료인 쿡 씨와의 상담, 그리고 논 씨의 스승이라는 분을 맞이하느라 아침부터 바빴다.

     그래서 오늘 출발은 나 혼자였다.

     논씨의 스승은 [회복마법]의 천재라고 했는데, 실제로 교회 조직 내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며, 특수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회복시킨 경험이 많다고 한다. 편지로 문의하자 "그럼 직접 가겠다"며 일부러 찾아와 주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약리학의 현자'님이 오는 사이를 맡길 수 있다.

     논 씨의 느낌으로는 '스승님의 마법으로도 라르크 씨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이었기에 현자님을 만나러 가야만 했다.

    "레이지 공, 여기 계셨습니까."
    "예?"

     이곳 항구도시 자커하펜에서 바다를 따라 키스그란 연방으로 빠져나갈 생각으로 승합마차를 찾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건넨 것은, 어젯밤 시장 저택에서 만난 상인 야고 씨였다.

     뚱뚱하고 웃는 얼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다.

     뒤에는 건장한 호위병 3명을 거느리고 있다.

    "야고씨 ...... 왜 여기 오셨는데요?"
    "레이지 공께서 '삼천삼림'으로 갈 수 있는 이동 수단을 찾고 계신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야고 씨는 '약리학의 현자'님에게 배를 보내는 일로 '승부'에 졌다는데, 어떤 승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촌장 저택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저희 배에 타는 게 어떻겠느냐? 키스그란 연방의 수도 발할라를 경유하겠지만, '삼천삼림' 근처까지 모셔다 드리죠. 배는 빠릅니다. 무엇보다 마차와는 달리 밤에도 달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 ......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어젯밤에도 말씀드렸잖습니까, 레드게이트 전역의 영웅을 태워드리는 것은 영광이라고요."
    "......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어제 논씨도 말했듯이, 좀 더 남을 의지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오, 그렇군요! 그럼 빨리 이쪽으로. 우리 배도 오늘 출항할 예정이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어젯밤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어느새 돌아가셔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 뭡니까. 부디 다양한 이야기를 ......"

     유창하게 말하는 야고 씨는 나의 천부를 훔쳐보려는 사람이긴 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단순히 상술에 능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 ...... 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의외로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배에 타게 되었고, 오후가 되자 대형 마도선은 출항했다.

     화물 수송을 위한 배지만 100명 정도는 탈 수 있는 규모다. 나 정도는 추가로 태워도 괜찮다고 한다.

    "...... 라르크를, 부탁합니다."

     배가 항구를 빠져나가자 순식간에 마을이 작아졌다.

     마도선이라지만 동력은 마도구뿐만 아니라 바람에도 의존하는 듯, 동풍을 받아 돛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갑판에서 멀어져 가는 마을을 바라보며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라르크에 대해. 아샤에 대해.

    '은의 천칭'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다들 입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파티원처럼 대접받고 있는 젤리 씨에 대해.

     에바 아가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

     레프 마도제국에서 나눈 이별. 언제 아가씨와 재회할 수 있을지.......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최대한 빨리 만나고 싶지만, 실비스 왕국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실비스 왕국은 ...... 키스그란 연방의 일부이었지."

     사전에 들은 바로는 '삼천삼림'은 연방의 정점인 게펠트 왕의 직할령이지만, 엘프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엘프들은 스스로 '왕국'을 자칭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귀찮을 것 같은 곳이다.

     아샤는 그런 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다.

    "게다가 키스그란 연방은 ...... '육천광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나와 라르크가 만나고, 나의 진정한 의미의 이 세계에서의 '삶'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라르크가 [영왕마검술★★★★★★]을 얻고, 내가 [삼라만상★★★★★★★★★★]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그 광산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뒤죽박죽이 된다.

     계약 마법에 묶여 거짓된 평화를 살고 있었다.

     거짓된 마음을 가진 범죄 노예들은 웃으며 거짓된 음식을 먹고, 거짓된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도 그곳에 있었다.

    "...... 힌가 노인."

     나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을 가르쳐 준 사람.

     그 사람이라면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듣는다면, 뭐라고 말할까.

    "나는 ...... 어쩌면 아주 안 좋은 일에 손을 대려고 하는 것일지도 몰라."

     라르크가 시력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영왕마검술]이 라르크의 잃어버린 생명력마저도 보완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6성의 천부가 어둠의 검을 휘두르는 것만이 능력일 리가 없다.

     그것은 [삼라만상]이 정보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한 천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처럼.

     별이 많은 천부에는 바로 알 수 있는 사용법과 숨은 사용법이 있다.

     즉,

    "[삼라만상]에는 아직 다른 쓰임새가 더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계맹약]에도 ......"

     이것은 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삼라만상]과 [이계맹약]에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에 찬 예감이 있었다.

     다만 그것은 나를 라르크처럼, 다루기 힘든 천부를 사용하다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그녀처럼 위험한 영역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 거의 확실하게 위험에 빠질 것이다.

    "분명 ...... 힌가 노인이라면 말리겠지. 큰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겠지."

     갑판 난간을 꽉 움켜쥔다.

     더 이상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낯선 해안선만 보일 뿐이다.

     나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으려 한다. 하지만 나서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지식이라면, 나설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모험에서 그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균열, 바다소년이라는 위험이 계속되면서 그 생각은 점점 더 깊어졌다.

    "미안합니다, 힌가 노인. 당신의 가르침에 어긋날지도 모르지만 ......"

     나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삼라만상]과 [이계맹약]의 새로운 능력을 찾아내겠다.

     그렇게, 결심했다.


    삼라만상】......(1)정보분석, (2)학습능력, (3)?????
    【이계맹약】......(1)맹약 내용 확인, (2)맹약자 확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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