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56(2)
    2023년 03월 06일 14시 39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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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 라르크 씨는 과거에 나쁜 짓을 하고 도망친 거죠? 그래서 도련님에게 마음을 전할 수 없습니다요. 왜냐하면,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건 ......"
    "그래서 누나, 누나라고 계속 말함으로써, 예전보다 더 거리를 좁히지 않는 겁니다요. 게다가 도련님이 걱정하는 것도 싫어하고. 상담도 없이 레프 마도 제국을 떠나 도망치듯 떠난 것도 그 때문입니다요. 모든 것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요."

     그런 ...... 것은.

     라르크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아까도 라르크는 나를 '레이지'라고 부르지 않고 '남동생'이라고만 말했어.

    "하아아아아아아."

     젤리 씨가 또 일부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그 남자는 라르크 씨의 유일한 의지처인 천부를 빼앗아 버렸으니 라르크 씨도 기댈 구석이 사라진 겁니다요. 제가 라르크 씨라면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마구 화낼 겁니다요."
    "...... 마구 화냈어요."

     젤리 씨가 '것 봐라'하는 표정을 짓는 게 정말 열받는다.

     열받지만 ...... 지금은 젤리 씨가 옳은 것 같다.

    "저, 라르크한테 천부주옥을 돌려주고 올게요"
    "그건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요."
    "...... 어? 왜요? 내가 틀렸다면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말 여심이라는 걸 모르는 겁니까요, 도련님."
    "대낮부터 술 마시는 사람한테 여심 운운하는 거 듣기 싫은데 ......"
    "술은 여자의 소양."

     잘난 척하지 마.

    "저기, 도련님. 지금 라르크 씨를 생각해 보십쇼. 그녀는 지금 자신을 위해 행동해 준 도련님을 떠올리고 있을 겁니다요. 그리고 그런 도련님한테 심한 말을 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플 겁니다요."
    "...... 마치 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이런 것도 모르는 도련님이 나쁜 겁니다요"
    "으윽."
    "그런데 그때 도련님이 와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깝쇼?"
    "...... 점점 설 곳이 없어지는 ......"
    "그런 거죠."

     팔짱을 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젤리씨.

     이번만큼은 젤리 씨가 옳은 것 같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
    "잠시 시간을 두고 보는 겁니다요. 이것은 라르크 씨에게도 기회. 도련님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죠. '강한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함'을 알아야만 합니다요."
    "...... 알겠습니다."

     이대로 라르크와 만나지 않는 것이 마음이 아팠지만, 확실히 우리는 냉정해질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도련님은 '삼천삼림'으로 가십쇼."
    "알겠습니.......예?"
    "하이엘프 아가씨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 도련님입니다요? 이건 꼬맹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인뎁쇼."
    "아니, 하지만, 어? 라르크는 ......
    "ㅡㅡ그것은 우리에게 맡겨 주실래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그곳에 있던 것은 논 씨였다.

     그 뒤에는 단테스 씨와 미미노 씨도 있다.

    "[약리학의 현자]님을 만나러 가는 것은 아버지와 미미노 씨, 그리고 젤리 씨 3명이면 문제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제 누나의--"
    "레이지 군"

     논 씨가 다가왔다.

     지금은 논 씨와의 키 차이도 좁혀졌지만, 그래도 논 씨가 조금 더 높다.

    "사실 ...... 방금 전에 연락이 왔는데, 제 마법의 스승님이 이곳 자커하펜에 오실 것 같아요. 스승님은 [회복 마법]의 천재이시니 라르크 씨의 회복에 도움을 주실 거예요."
    "그런 ......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논 씨가 두 손을 내밀어 내 어깨에 올려놓았다.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지 마세요. 그리고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를 의지하세요. 우리는 같은 '은의 천칭'의 파티원이고, 가족 같은 존재잖아요? 라르크 씨가 레이지 군의 가족이라면 저 또한 라르크 씨의 가족이랍니다."
    "논, 씨 ......"

     빙긋이 웃는 논씨가 나의 굳은 마음을 녹여준다.

     아마 나는 꽤나 무리했던 것 같다.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정말 보상을 받고 싶은 사람이 보상을 받지 못해서.

     그래서 무력감이 ...... 심해서.

    "나도 함께 하니까!"
    "나도 있다"

     미미노 씨와 단테스 씨가 다가와서,

    "당연~히, 든든한 이몸도 있습니다요. 이걸로 빚을 줄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요."

     윙크하는 젤리 씨가 있다.

    "예 ......!"

     나는 살짝 뜨거워진 눈가를 소매로 닦았다.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

     그렇게 말하는 순간, 확실히 내 몸은, 아니 마음까지도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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