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의사가 떠나자마자, 라르크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천부를 훔친 게 너야?"
"아니, 훔칠 리가 없지, 뭘 새삼스럽게."
"...... 글쎄, 그렇겠지. 훔칠 방법이 있고 훔칠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에 훔쳤겠지. 그럼 동생이구나?"
"그래. 내가 라르크의 【영왕마검술】을 꺼냈어"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라르크는 혀를 찼다.
"무슨 짓을 ...... 빨리 돌려줘. 그건 내 거야."
"라르크, 그건 좋지 않은 물건이야. 알고 알잖아?"
나의 [삼라만상]이 분석을 계속하고 있다. 라르크가 시력을 잃은 것은 [영왕마검술] 때문인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천부를 사용하는 대가로 라르크의 생명력은 계속 빼앗겼고, 이미 시력을 잃은 지 오래였는데도 천부의 능력이 이를 보충하고 있다는 비정상적인 상태였다는 것도 말이다.
"좋든 나쁘든, 저게 있었기에 내가 있는 거야!"
"아니. 저게 없어도 라르크는 라르크다."
"그 천부적인 보석은 내가 찾은 거라고! 그러니 내 거야! 돌려줘!"
"아니, ...... 아니야. 천부주옥에 휘둘리면 안 돼. 그것 때문에 죽는다면,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동생 군도, 이유 모를 비정상적인 강함은 천부로 얻은 거잖아"
"!?"
나는 기가 막혔다.
그 말이 맞았으며, 나 역시 그것을 잊어버릴 만큼 멍청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ㅡㅡ 지금 라르크를 훈계하고 있는 내가, [삼라만상]을 통해 여러 가지를 얻고 있는 내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나, 나는 ......"
"...... 딱히 그걸 나쁘다고 하지는 않아. 다만, 내 것은 내 것이야. 그러니 돌려줘."
"............"
"동생 군!"
"안 돌려줘 ...... 이건 라르크를 망가뜨릴 테니까!"
"너어!"
베개를 던졌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고 비스듬히 뒤에 있던 스카우트 씨의 얼굴에 부딪혔다.
"나가!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고!!!"
"...... 라르크, 나는"
"나가라고 했잖아!!!"
"아가씨, 뭐 하는 거야!"
미워하는 듯한 눈빛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려는 라르크를, 쿡 씨가 말리려고 한다. 내 어깨에 손을 얹은 스카우트 씨가 어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또 ...... 올게."
"천부를 훔쳐간 놈은 오지 마!!"
라르크의 말이 가슴에 꽂힌다. 나는 방을 나와서 멍하니 숙소 밖까지 왔다.
확실히 ㅡㅡ 나는 라르크에게 끔찍한 짓을 했다. 그녀가 납득하고서도 [영왕마검술]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의견도 듣지 않고, 마음대로 천부를 떼어냈다.
그래서 라르크가 그렇게까지 분노할 줄은 몰랐다.
내가 라르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만나지 않은 4년 동안 그렇게 많이 변한 걸까?
ㅡㅡ라르크는 목숨을 앗아간다는 걸 알면서도 그 천부를 사용할 것이다.
ㅡㅡ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ㅡㅡ 나 같은 약자를.
ㅡㅡ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라르크는 그 힘을 버리지 않을 거야. 힘이 있으면 많은 인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라르크는.
ㅡㅡ나라면 라크를 설득할 수 있어. 아니, 반드시 해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던가.
"...... 나는 [삼라만상]을 손에 넣고서 우쭐댔던 건가 ......"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ㅡㅡ 문득 주위의 소란스러움을 느꼈다.
"저건 뭐야?"
"저기 봐, 마도 비행선이야. 엘프의."
"밤에 날아다니는 거야?"
밤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밤하늘에는 여러 개의 빛을 내뿜으며 떠 있는 거대한 실루엣이 있었다.
"[부엉이의 날갯짓] ......?"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저것에는 아샤가 타고 있으며, 저 마도 비행선이 향하는 곳은 '삼천삼림'일 거라는 것을.
즉, 아샤는 엘프의 숲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