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51(1)

 

　폴리나 씨는 모험가로 활동할 때와는 달리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해서, 옆에 있는 두 명의 엘프 클론 병사처럼 보였다. 세 사람 모두 여성이고, 앞머리는 단발로 묶고, 한쪽은 땋은 머리, 전체적으로는 짧은 단발이라는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 제가 폴리나라는 것을 잘도 알아차리셨네요."

　닮았다기보다는 '무개성'이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는지, 폴리나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엘프의 숲, 실비스 왕국의 왕족을 경호하는 특별 집행기관입니다. 마도비행선은 왕국 소유의 '부엉이의 날갯짓'입니다. 이 이상의 사정을 말씀드리기에는 이곳이 좀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만."
"...... 그렇군요."

　아샤의 몸에 관한 것도 있으니, 여기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 이 방에는 시장과 우리뿐만 아니라 단테스 씨와 일행들, 그리고 이야기를 기록하는 서기관들도 있다.

　시장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바다소년이 토벌되었다는 것은 매우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오늘 연회를 마련했으니 모두들 꼭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엘프 분들께서 만족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물론 참석하겠어요."
"전하."
"상관없잖아요."
"...... 예."

　뭐라고 말하려던 폴리나 씨는 말을 삼켰다.



"그럼......."

　우리가 잡은 여관으로 이동한 곳에서, 아샤는

"레이지 씨 ...... 저를 놔두고 많이도 활약하신 것 같네요 ......"
"아, 아샤 씨 ......?"
"저는 오랫동안 기다렸다고요 ......?　착하게 지내면서 다크엘프 여러분과 함께 기다렸다고요......?　그런데 들은 이야기로는 '먼저 갈 테니 기다려라'라던데요 ......?"
"윽."

　물론, 같이 가려고 하는 아샤를 억지로 붙잡은 건 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붉은 균열로 향했다.

　아샤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붉은 균열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뭐, 뭔가 복잡한 얘기가 있을 것 같으니 우리는 이만 실례할게!"
"도련님, 힘내십쇼~"
"레이지 군, 여성에게는 항상 진심을 다해 대응해야만 한답니다?"

　단테스 씨와 젤리 씨, 그리고 논 씨가 방을 나갔다.

"레이지 군 ......"

　미미노 씨는 어딘지 모르게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 여자애를 꼬셨으면 제대로 책임을 져야지!　나도 같이 사과할까?"
"괘, 괜찮습니다!"
"그 괜찮다는 게 걱정되이야ㅡㅡ"
"정말, 괜찮다고요!"

　나는 미미노 씨의 등을 밀어서 복도로 나가게 했다. 함께 사과를 한다니, 엄마냐고?

"그래서 ...... 그쪽 분들은"
"우리는 아나스타샤 전하한테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듣고 싶은 사정도 있고."
"전하의 목에 관한 일인가요?"
"그것도 있습니다."

　그것도?

"...... 장기간 남녀가 둘만 남게 되면 쓸데없는 의심을 하는 자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물어보고 싶은 게 그쪽 쪽이냐!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이 아름다운 전하와 함께 있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니요!　당신 정말 남자입니까!?"
"불합리한 적반하장!"

　아ㅡㅡ 그래, 폴리나 씨는 정말 진심으로 아샤를 걱정하고, 아샤를 보호하려고 했던 거구나.

"아샤 ...... 여러 가지로 서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우선은"

　나는 테이블에 - 하이엘프 왕족이 있기에 어울리지 않은 허름한 테이블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아샤를 소홀히 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아, 고개를 들어주세요, 레이지 씨."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 예?"

　고개를 든 내 눈앞에는, 곤란하다는 표정의 아샤의 얼굴이 있었다.

"레이지 씨가 이유도 없이 저를 두고 갈 리가 없다는 걸 ......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신 게 너무 서운해서 살짝 삐진 것뿐이에요."
"아샤 ......"
"저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레이지 씨가 사라진 후의 마을 이야기, 변경백령 이야기, 그리고 폴리나에 대해서도요"

　부드럽게 잡은 아샤의 손은, 왠지 모르게 뜨겁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