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40 광천기사왕국 항구 도시 자커하펜(1)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는 바다내음이 조금은 섞여 있다. 멀리서 들리는 괭이갈매기 소리도 들리고, 광천기사 왕국에서도 손꼽히는 항구도시인 자커하펜은 한가로운 오후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실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수도복을 입은 초로의 남자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 상당히 몸이 쇠약해진 것 같군요. 기운이 나는 것을 먹고 푹 자는 수밖에 없겠지요. 식욕은 있으십니까?"
"............"

　[회복 마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소녀 라르크는, 창백한 얼굴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안 되지요. 식사는 몸을 만드는 기본 중의 기본. 마법은 어디까지나 신체가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것을 보조하는 것뿐이니까요."
"............"
"머무는 동안 매일 오십시오. 식사를 잘 챙겨 먹을 것. 알겠지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일어섰다.

"잠깐만 괜찮겠습니까?　아까 쿡 씨라고 들었습니다만."
"예."

　여관 복도에는 라르크와 함께 행동해 온 도적의 남자ㅡㅡ원래는 산적이었고, 그전에는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었던 남자, 쿡이 함께 나왔다.

"선생님, 아가씨의 상태가 그렇게 나쁩니까?"
"음.......도대체 뭘 했길래 저렇게 생명력이 떨어진 건지. 마치 꺼져가는 양초 같습니다. 쿡 씨, 그녀의 가족은 어디 있죠?"
"...... 지금은 저희가 가족 같아서요, 예."
"그렇습니까.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해주세요. 저도 최대한 많이 올 테니까."

　마치 손을 쓸 수 없는 중환자를 대하는 듯한 말이었다. 그 정도였나 싶어서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쿡은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이것은 오늘의 사례입니다."

　가죽 가방에 가득 담긴 돈을 내밀었다.

"이렇게나 받을 수는......."
"아가씨에 대한 일은 비밀로 해주시겠습니까?　조용히 지내게 하고 싶은지라."
"음.......그런 거라면."

　수도사는 가죽 가방을 받아 자신의 가방에 넣고 숙소를 떠났다.

"휴우 ...... 어떻게 해야 하지. 돈에도 한계가 있는데."

　쿡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우울한 표정을 보일 수는 없어서, 라르크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관의 식당으로 왔다.

　식당에는 아무도 없다. 쿡은 등받이도 없는 허름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술 좀 줘."
"오메, 점심부터 술을 마시려고?　아픈 아가씨는 어쩌고?"
"시끄러워, 할멈, 빨리 가져오기나 해"
"하아, 말세여 말세. 애를 놔두고 술이나 마시다니. 이것도 장사니까 어쩔 수 없이 내놓는 거지만, 인과응보여."

　여관의 노파가 잔에 담긴 에일을 가져온다. 입에 넣으니, 따뜻한 술맛에 다소 시큰둥했던 기분이 가라앉는다.

"자, 어떻게 할까 ......"

　레프 마도제국에서 도망치듯 나온 것은, 그곳에 키스그란 연방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르크는 너무 눈에 띄니, 그녀의 천성이 '육천광산'에서 채굴된 [영왕마검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국의 위기 속에서 거론하기는 역시나 그랬겠지만, 붉은 균열 문제가 종결되면 곧바로 키스그란 연방이 라르크를 보내 달라고 요구할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고, 그래서 쿡은 라르크와 함께 제국을 빠져나왔다. ㅡㅡ설마 레드게이트가 닫힌 바로 다음 날에 도망칠 줄은 예상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 부분은 레이지의 추측대로였다.

"하지만 이 급작스러운 여행이 아가씨를 더 아프게 한 것 같아."

　어느 귀족의 아가씨가 어떻게든 라르크를 치료해 준 덕분에 라르크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키스그란 연맹과 다툼이 생기면 그 귀족도 라르크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라르크는 귀족의 딸에 의해 생명을 연장했고, 그 생명력으로 어떻게든 제국에서 광천기사 왕국까지 왔지만 에너지가 고갈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피를 토한 횟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심할 때는 하룻밤에 두 번, 세 번씩 토하기도 했다.

"이제 조금인데 ......"

　그녀를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의술에 통달한 '현자'의 존재.

　이를 위해 항구도시까지 왔지만 문제는 두 가지였다.

---

 ※바다소년(海坊主)의 실제 뜻은 '바다의 낚을 수 없는 물고기'인데, 이것을 한글로는 표현할 수 없어서 편의상 바다소년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