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9부 180화 비의 방문자
    2023년 03월 04일 00시 10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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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장마로 인한 습기와 흐린 날씨, 그리고 약간의 무더위가 본래는 불쾌감을 줄 법도 한데, 이미 에어컨 마도구가 풀가동 중인 골드 저택 안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뽀송뽀송한 공기가 저택 전체를 차갑게 감싸고 있었다.

    "핫!"

    "음!"

     챙 하는 금속 소리와 함께 내가 휘두른 소태도가 튕겨나고, 반격의 칼날이 날아온다. 하지만 이미 오른쪽 뺨을 찢는 것을 목을 비틀어 피하고, 그대로 간격을 좁혀 카가치히코 선생의 품에 뛰어들려다가 즉시 세워진 칼자루의 타격으로 튕겨 나갔다.

    "우왓!"

    "아직은 미약하므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스므니다. 특히, 검격에 일말의 흔들림이 없어진 것은 좋은 경향이므니다."

     그야 뭐, 우주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까요. 여러 가지로 다 날려버렸으니까요.

    "쳇, 아직입니다!"

     진검이 아닌 모조검을 이용한 검격. 비 오는 날은 마당에서 연습을 할 수 없어서 곤란하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가 골드 저택의 일부를 증축해 나만을 위해 만든 검술 도장은 작은 체육관 정도의 넓이여서, 우리 집은 정말 부자구나.... ...라고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자식을 위해 집에 도장을 짓는 부모라니 정말 대단하다.

    "타앗!"

    "음!"

     상대는 거구의 원숭이 할아버지. 반면 이쪽은 열한 살의 평균 신장보다 낮고 옆으로 살찐 비만아. 압도적인 체격 차이는 모든 면에서 불리하지만, 단 한 가지, 맞는 판정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선생님도 지금 나보다 작은 아이를 상대할 기회는 많았지만, 진지하게 겨루어 본 경험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처음엔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금방 적응해 버렸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음, 그대로 정진하는 게 좋겠스므니다. 그대는 근력이 부족하지만, 그것을 보완할 만큼의 마법의 재능이 있으므니다. 기초를 배우고 익히면 마법과 결합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므니다."

    "정진하겠습니다"

     결국, 언제나처럼 근력, 체력, 동체시력, 반사신경 등 운동신경이 극도로 떨어지는 이 비만체를 보조하는 마법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싸우는 연습에서 패배를 맛본 나는, 고개를 숙여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냉방이 잘 되어 있는데도 땀을 흘릴 정도의 열기와 기분 좋은 피로감. 선생님의 이마에도 살짝 땀이 흐르고 있다. 예전에는 땀 한 방울도 못 흘리게 한 채 일방적으로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발전이 아닌가 싶다.

     도장의 구석에서 지루한 듯이 좌선을 하던 크레슨이 드디어 끝났다는 듯이 큰 하품을 하자, 그 옆에서 정좌하고 있던 올리브가 가벼운 팔꿈치 치기로 이를 꾸짖고 있는 모습이 참 웃기다. 아버지가 지은 재패니즈식 도장은 신발 엄금이고, 나와 선생이 입고 있는 것도 주문제작한 특주 검도복이다.

     참고로 한 벌에 금화 여덟 닢 정도다. 한마디로 8만 엔 상당의 검도복. '왜? 어차피 땀에 흠뻑 젖을 텐데 굳이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에 주문 제작할 필요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제를 살린다는 의미에서라도 자식에게는 최고급을 주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고맙게 받기로 했다.

     참고로 이 옷의 예비가 두 벌 더 있다. 아빠 대단해......!!! 그런 아버지는, 린도의 추궁에서 풀려나 무사히 골드 저택에 놀러 올 수 있게 된 스승과 함께 낮부터 카지노에 나가느라 부재중이다. 카지노라고 해도 단순한 도박장이 아니라 신사 숙녀의 사교장으로서의 의미가 강한 카지노이기 때문에, 어머니도 이에 대해선 전혀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도련님, 중요한 얘기가."

    "음? 무슨 일이야?"

     수련이 끝나고 도장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땀을 씻어내려고 도복을 벗고 상체를 벗고 있을 때, 버질이 도장에 들어왔다. 답답한 듯 신발을 벗고 도장에 들어오려던 차에 생각났다는 듯이 황급히 발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건넸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인사하는 등 익숙하지 않은 습관에도 잘 적응하는 걸 보니 우리 경호원들은 참 잘하는 것 같다.

    "방금 전에 금을 쥐어준 공항의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요. 드디어 왔나 봅니다요."

    "그렇스므니까."

     공항이라는 말에, 샤워실로 향하려던 카가치히코 선생님이 원숭이 특유의 기나긴 꼬리를 쭈뼛 세우며 고개를 끄덕인다.

     낭인 카가치히코, 즉 기누사다 호오즈키마루는, 한때 다이묘의 검술 지도를 맡을 정도로 대검객이었지만 그 다이묘를 위해 살인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입막음용으로 어떤 다이묘의 인간을 거리의 하녀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모두 죽인 대죄인이며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어떤 이유가 있었든, 거의 무관한데도 단지 사건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입막음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 이들의 유족들 입장에서는 미워하고 증오하는 가족의 원수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 재판을 받을 수도, 배를 가를 수도 없이 도망자 신세가 된 그는 그런 유족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청부살인업자에게 죽을 수도 없고, 그저 허망하게 생의 수치심을 느끼며 여생을 보내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랬던 것을 우리 집에 오지 않겠냐고 권유한 이상, 나는 고용주로서 그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를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물론 그를 존경하는 한 제자로서 선생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최근 들어 생겨나고 있다. 정이 든다고 해야 할까.

     사실 사람으로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선택한다. 죄인을 비호하고 정의의 심판을 방해하려고 하는 시점에서 나 역시 악에 물들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의 마음을 짓밟아서라도 선생님이 살아계셨으면 좋겠다고 선택한다. 거기에 후회는 없다. 사후에 지옥에 떨어지든, 다음 세상에 이번에는 치트 없이 환생하게 되든 말든 말이다.

    "호크"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소인의 잘못을 그대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서 당신을 경호원으로 초빙하기로 결정한 것은 접니다. 이렇게 당신을 비호하고 있는 이상, 저쪽에서 보면 저도 이미 같은 죄인인 셈이니까요."

    "그건 아니므니다. 소인의 죄는 나만이 짊어져야 할 것이므니다."

    "과연 저쪽에서 그렇게 생각해 줄까요? 아, 민폐가 된다면서 몰래 사라져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지만."

    "후. 그대의 눈을 피해 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스므니다. 정말 미안하게 되었스므니다."

     비는 계속 내린다. 촤아아아, 하면서. 마치 멈추지 않는 누군가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끝없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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