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그는 아바입니다. 섭외국 부국장의."
"어?"
어어어! 사탕을 핥고 뚱뚱하게 살이 쪘던, 그 사람!?
"...... 그렇게까지 놀랄 정도면 그동안 어떻게 보였는지 조금 궁금하긴 한데."
조용히 눈살을 찌푸린 아바 씨는 말하면서 막대를 입에서 떼어냈다.
"무게 씨뿐만 아니라 많은 상회가 제국 부흥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웃 나라에서 많은 자재를 수입해 다시 마을을 건설할 수 있게 될 거야. ......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레프들도 많겠지만."
크루반 성왕국은 난민으로 전락한 레프인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 나라는 인간족 우월주의인 키스그란 연방이나, 편견은 아니더라도 인간 종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광천기사 왕국에 비하면 레프인에게는 살기 좋은 곳임에 틀림없다.
"뭐, 그런 이유로 저는 제 파트너 야옹이와 함께 다시 행상을 할 겁니다! 새로운 미궁 발굴이 없어진 지금, 제국 내에서 기술개발을 하는 것보다 행상을 하는 게 더 돈벌이가 되니까요!"
아하하하, 하고 무게 씨가 웃는다.......대단하다.
제공한 자금에 대해서는 부흥 후 국가가 이자를 붙여서 돌려준다고 하니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손해 보지 않는 도박,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국이 이대로 망해버리면 자금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게다가 무게 씨는 제국을 위해 행상을 하겠다고 하니 ㅡ 온몸과 마음을 다해 제국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저도 뭔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이지 씨. 하지만 제국은 레이지 씨에게 빚을 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저희한테도 조금만 더 힘내게 해 주시죠."
"아니, ...... 그런 일은."
"그런 일 있어."
루루샤 씨가 웃으며 말했다.
"미궁 공략을 시작으로 거대 뱀미잘 토벌과 '풍요의 하늘' 추락 사고를 막아준 것, 그리고 아나스타샤 전하도 구해 주었지? 여기로 돌아와서는 거대한 괴물 ㅡ 종언의 송곳니라고 했었나, 그런 괴물과의 싸움에다, 용을 이용한 붉은 균열 봉쇄. 얼마나 은혜를 많이 입었는데."
"아, 아뇨, 그런 ...... 저만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요."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달려왔을 뿐인데, 이렇게 대놓고 거론하니 꽤나 부끄럽다.
"루루샤 공의 말이 맞아. 물론 너 뿐만 아니라 모험가 파티 '은의 천칭'에게도 큰 빚을 지고 있고, '흑의 공적'에게도 마찬가지고."
아바씨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부르러 온 거다. 황제 폐하께서 붉은 균열 봉쇄를 축하하는 포상 수여에 대한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더군."
"호오, 참 빠르기도 하지."
단테스 씨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국가의 포상이라는 것은 이런저런 일이 안정된 후에나 있는 거라던데.......라는 말이 있었는데, 어제 그런 일이 있은 후에 포상이라는 것은 확실히 빠르다.
"너희들은 모험가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떠나버리지. 이대로 아무것도 주지 않고 출국시키면 제국의 수치라고 국장이 신랄하게 말한 것이 효과가 있었나 봐."
아바 씨는 웃으며 말했다. ...... 뚱뚱할 때 했으면 '아하하하' 하는 느낌이었을 텐데, 날씬해진 지금 하니 꽤 그럴듯하네. 체형이란 게 중요해.
"그렇군. 그렇다는데, 미미노. 준비됐어?"
단테스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조용히 천막 안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미미노 씨에게 말을 건넸다.
"응, 응! 좋아, 준비됐어!"
미미노 씨는 일어섰다.
손에 들고 있던 것은 ㅡㅡ 내 옷이었다.
"지금 레이지 군의 키에 맞게 고쳤어!"
빌렸던 광천기사 왕국 유니폼은 반납하고, 입고 있던 옷이 너무 허름해서 미미노 씨가 "어쨌든 옷을 좀 바꾸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과거에 입었던 것을 고쳐주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입게 될 줄은 몰랐다.
"응응, 잘 어울려!"
얼른 그늘진 곳에서 옷을 갈아입자마자, 미미노 씨가 말했다.
하플링 스타일이라 그런지 소매에 화려한 자수 장식이 있고, 옷감이 푹신푹신한데다 끈으로 묶어놓은 듯한 느낌이지만, 착용감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웃는 얼굴의 미미노 씨가 손수 만들었다는 점이 기쁘다.
"그, 그래요?"
"레이지 군은 원래 사나이답게 생겼어~. 뭘 입어도 잘 어울리지만..."
"그렇지 않다구요! 저기 ...... 항상 감사합니다. 미미노 씨"
"에헤헤헤~"
이미 나보다 키가 조금 작아진 미미노 씨가 가슴을 치켜세우고 있다. 귀엽다.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그것은 미미노 씨가 원하는 반응은 아닐 것이다. 아니, 미미노 씨는 언제까지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쪽인 것 같다.
"좋아, 그럼 가볼까. 어떤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
단테스 씨의 말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