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22.5 죄와 잘못
    2023년 03월 02일 11시 43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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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목이 죄와 벌이 아님을  작가가 강조함


      

     '남동생'이 광산으로 끌려온 날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든 것에 절망하며 우울해하던 소년.
     그를 보고 느낀 것은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 단 1초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 '육천광산'에서 붕괴가 일어난 날, 라르크의 영혼을 묶고 있던 계약 마법이 풀렸다. 쐐기가 풀리면서 쌓아놓은 벽돌이 무너져 내리듯 라르크의 마음은 넓어졌고, 갑자기 앞이 훤히 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억눌려 있던 욕망이 부풀어 오르고, 눈앞에 있던 천부주【영왕마검술★★★★★★】을 손에 들고 몸 안에 받아들였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전능감.
     라르크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병사들을 차례로 베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광산 노예로 살면서 라르크에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였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의 목숨만은 살려주려고 했던 그의 동생.
     그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전능감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몇 초 만에 '살인자'로 변질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가슴을 가득 채운 것은 '후회'였다. 나중에야 '동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라르크는 무거운 후회에 짓눌려 버릴 것 같았다.

     ㅡㅡ동생 군.

     손을 내밀었다.
     제발 이 손을 잡아주길 바라며.
     그러면 나는 '살인자'라는 죄를 짊어지고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ㅡㅡ히익.

     놀란 그를 보고, 라르크는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럴 리가 없다. 욕망에 이끌려 쉽게 사람을 죽인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라르크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이다. 그러니 지금은 만족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새 광산 기슭의 마을에 와 있었는데, '노예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이 들려왔다. 내 옷차림이 광산 노예의 옷차림이라는 것을 깨닫고 옷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몇 벌을 훔쳐서 갈아입었다. 식사도 훔쳤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영도로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 재회야말로 분명 신이 마지막으로 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힌가 노인이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말했던 별 여섯 개라는 천부주옥을 몸 안에 넣었다. 발견되면 반드시 처형. 동생과 함께 행동하면 동생도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떨어져서 사는 게 낫다.
     하지만 그래도 - 미련하게도 '언젠가 어딘가에서'라는 글자를 남겼다. 그가 볼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 후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죽인 만큼 되갚아주듯 많은 사람들을 구했고, 몸은 계속 나빠져서 몇 번이나 피를 토했다. [영왕마검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이 천부적인 능력은 라르크의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게 끝내는 '월하미인'까지 훔쳐냈다. 하늘에 알 수 없는 균열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몸의 치료를 위해 먼 나라까지 갔을 것이다.

    (...... 젠장)

     붉은 균열에서 출현하는 몬스터와의 전투는 치열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라르크의 행동은 모두 광산에서 죽인 무고한 병사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런 것을 떠올린다는 것은 ...... 나는 오래 살지 못했구나 ......)

     종언의 송곳니를 보는 순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6성의 천부주옥을 가지고도 이길 수 없는 상대야말로 내가 목숨을 걸 만한 상대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짊어진 '죄'가 '사라졌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없게 되면 ㅡㅡ '언젠가 어딘가에서' 동생과 재회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라르크가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죄'였다.
     이 죄와 죄악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그것은 라르크가, 그의 누나이기 때문이다.
     그를 지키겠다고 맹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라르크는 생각한다. 그의 누나로서 그에 걸맞은 삶을 살고 싶다고.

    (...... 나는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

     종언의 송곳니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운이 나빴다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지금 와서 그걸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 승부는 시간의 운이니까.
     다만 이대로 저 거대한 종족이 풀려나서 동생에게까지 해를 끼쳤다면... 그것만은 후회스럽다.
     자신을 지키려던 모험가가 날아가고, 종언의 송곳니가 다가올 기미를 느낀다.

    (아 ...... 나는 이번엔 아무도 지키지 못했나 ......)

     하지만 왜인지 종언의 송곳니는 뒤로 날아갔다. 마법이 쓰인 것 같다ㅡㅡ

    "이렇게 될 정도로 노력했구나 ......"

     라르크는 눈을 크게 떴다.
     마치 광산에 있을 때처럼 허름한 옷차림에 허리에는 도구 가방까지 매달고 있다. 검만 낯설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거짓말이야, 왜 여기에, 라는 말보다 먼저 떠오른 감정이 있었다.
     내민 손은 그날, 광산 붕괴사고가 있던 날, 라르크가 내민 손과 같았다.

     ...... 나는 그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동생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원망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동생은 커서 키가 커서 나를 추월을지도 모른다.
     만져본 그의 손이 커져있었으며, 끌어당겨셔, 안아주자, 따뜻해서.
     내가 보호받는 입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많이 컸구나."

     라르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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