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22
    2023년 03월 02일 11시 33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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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스는 무심코 가라고 외칠 뻔했다.
     자신은 절대 할 수 없는 거대한 검은 칼날을 조종하는 '흑의 공적'. 그 힘이 부럽다거나, 질투 난다거나, 하는 생각보다도 먼저, 눈앞에 있는 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거대한 짐승을 한시라도 빨리 쓰러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종언의 송곳니의 굵고 튼튼한 목을 양분할 수 있을 만큼, 탑처럼 우뚝 솟은 칼날. 그것을 든 라르크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칼날이 무방비 상태인 목을 향해 휘둘러지는 순간, 종언송곳니의 몸은 전기가 통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칫"

     피에 젖은 라르크의 입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종언송곳니의 구속이 풀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라르크는 검은 칼날을 휘둘렀다.
     금속에 비하면 질량이 크지 않은 그 칼날은, 가볍게 종말의 송곳니 목을 향해 휘둘러진다ㅡㅡ

    [그르르라아!!!]

     몸을 뒤집어 얼굴을 돌린 종언송곳니의 입이 칼날을 받아낸다.

     [영왕마검술]의 칼날을 받아낸 이빨의 단단함에 라르크는 놀랐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온몸의 힘을 다해 칼날을 내리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힘내, 힘내 ......!"

     단테스는 옆에서 응원밖에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대치상황은 몇 초 만에 무너졌다.

     쨍그랑ㅡㅡ.

     칼날이, [영왕마검술]로 탄생한 최강의 검이 유리처럼 부서진 것이다.
     파편은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사라졌다.

    "ㅡㅡ커헉, 하아, 하아 ......"
    "괜찮은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땅을 짚고 있는 라르크의 어깨에, 단테스가 손을 얹는다.

    "......도, 도망쳐 ......"
    "뭣!"

     종언의 송곳니의 거체가 일어서서 그 자리에서 쿵쿵 소리를 내며 땅을 밟았다. 아마도 공격을 가하는 병사들을 짓밟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 충격이 지진처럼 전해지자 쓰러질 것 같은 라르크의 몸을, 단테스가 받쳐 일으켜 세운다.

    "도망친다면, 너도 가자."
    "............"

     말을 할 힘도 없는 건지, 파랗게 변해가는 얼굴이 하얗게 변해가는 라르크는 멍한 눈으로 땅을 바라보고 있다.

    "젠자아아아아아앙!"

     큰 방패를 왼손에, 라크를 오른손에 든 단테스가 달려 나간다.
     후퇴다. 철수할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 있는 최대 전력이 '흑의 공적' 라르크의 검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 라르크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진행 방향, 건물 뒤에 숨어있던 논이 외친다.

    "아 ......?"

     단테스는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햇빛을 차단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종언의 송곳니가 단테스의 머리 위를 날아올라서, 진행 방향으로 착지했다.
     착지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자 단테스는 그 자리에서 급정거했다.

    "논, 도망쳐라!"
    "아버지는?"
    "나도 도망칠 수밖에 없다!"
    "아, 알았어요!"

     세상과 맞바꿔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딸 논이 도망쳐 간다. 종언의 송곳니는 논이라는 존재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문제없어 보인다.
     문제는ㅡㅡ

    "...... 이쪽이구나."

     한 개는 부서졌지만, 종언송곳니의 남은 눈들이 단테스와 라르크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단테스의 '키미우츠스카가미'에 의한 공격 반사도 경계하고 있겠지만, 그보다 더 경계하고 있는 것은 역시 라르크다. 라르크야말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건 ...... 지켜내야겠군."

     큰 방패를 든 단테스는. '키미우츠카가미'의 남은 발동 시간을 생각하며 탈출 수단에 대해 생각했지만,

    "ㅡㅡ뭐?"

     눈앞의 땅이 융기했다고 생각한 순간, 거기서 자갈탄이 발사되었다. 급히 큰 방패로 막아내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다음 순간 눈앞에 종언의 송곳니가 다가오고 있었다.

    (발동 발동 발동 발동 발동)

     방금 전 공격 반사에 의해 상처 입은 쪽이 아닌, 왼쪽 앞다리가 휘둘러진다 - 단테스는 '키미우츠카가미'를 발동했다. 몸에 마력의 막이 덮인다........ 간신히, 제때에.

    "뭐, 뭐야!"

     하지만 앞다리는 단테스의 눈앞에서 딱 멈췄다.

     '지지지직'하는 소리는 촉매를 소모하는 소리다. 단시간에 모든 촉매를 소모하자 단테스를 덮고 있던 마력막이 사라졌다.

    (이 몬스터 ...... 지능이 있는 건가!?)

     예상치 못한 [흙마법]에 의한 공격.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접 공격. 그동안 종언의 송곳니는 단테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공격을 반사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조건에서 발동하는 것인지.
     계속 반사하는 것이라면 첫 번째 [흙마법]도 반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즉, 강한 공격만 선택해서 반사한다는 것. 반대로 말하면 계속 반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으핫!"

     마력막이 사라진 단테스를 종언의 송곳니는 아주 쉽게 날려버렸다. 단테스는 10미터 이상 날아갔다가 다시 몇 미터를 굴러 떨어졌다. 큰 방패는 몇 초 후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지며 '쿵'하는 소리를 냈다.
     지금 종언의 눈앞에는 땅에 쓰러져 있는 라르크가 있다.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증오의 상대가.

    "그루루루루루루--"

     종언의 송곳니가 입을 벌려 라르크를 물어뜯으려는 순간이었다.

    [!!!]

     허둥지둥 물러서는 종언송곳니의 코앞에, 화염의 화살이 날아온다.

    [그아아아아아!!!]

     약간의 마법이라면 맞아도 놀라지 않을 텐데, 종언의 송곳니는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여 피하고, 마지막에는 뒤로 튕겨서 피했다.
     그 판단은 옳았다.
     날아오는 [불의 마법]은 크기는 작았지만, 종언의 송곳니가 피한 탓에 땅이나 건물에 부딪히면 폭발을 일으킬 정도의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ㅡㅡ 늦지 않았어. 아슬아슬하게 말이야, 하지만 ......"

     쓰러진 소녀 앞에 선 소년은 종언의 송곳니를 막기 위해 양손을 벌렸다.
     그리고 쓰러진 소녀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렇게 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구나 ......"

     레이지는 땅에 무릎을 꿇고서, 공허한 시선을 주는 라르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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