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8(1)
    2023년 02월 28일 19시 54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나와 제리 씨는 최대한 빨리 레프 마도 제국에 도착할 수 있는 마차를 골라 서둘러 출발하고 싶었지만, 제국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합승 마차들은 일제히 운행을 중단했고,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를 장사의 기회로 삼은 상단의 마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제국 인근의 마을에서 제리 씨는 대상들의 마차를 타고 가기로 하였고 - 호위를 맡아서 태워주기로 했다 - 나는 먼저 '달려서' 가기로 했다. 말이 다닐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지만, 내 발로 갈 수 있는 길은 많다.
     인간은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정말 괜찮습니까요, 도련님?"
    "예. 하루만 달리면 아마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하루만 달리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 말아주십쇼 ......"

     '으악'하고 혀를 내밀며 싫다는 표정을 짓는 제리 씨. 그녀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뭐, 도련님이 가서 대충 해결해 줄 거 아닙니까요? 굳이 제가 갈 필요까지야."

     뭐랄까,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건 아닌데 .......
     아무튼 오늘은 밤이 깊어졌기 때문에 상단 사람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을에는 술집이 한 곳밖에 없었는데, 예전부터 레프 마도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들르는 장소로 사용했던 것 같다. 원래 제국은 비밀주의였기 때문에 왕래가 많지 않아 장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
     20석 정도 되는 테이블은 제리 씨가 돌봐주는 상단의 멤버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나오는 음식은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구운 고기와 어느 도시에서나 살 수 있는 값싼 술이었다.
     긴 여정에 지친 사람들은 그래도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으니 문제없다고 한다. 배고픔은 최고의 향신료라는 말도 있으니까.

    "이야~ 다행이라고. 당신 같은 고수를 여기서 고용할 수 있다니........"

     대장의 리더는 20대 여성으로, 붉은 긴 머리를 뒤로 무심하게 묶고 있었다. 앞머리가 흩날리는 것을 귀찮아하는 듯이 올려 묶었는데, 오른쪽 눈가에 화상 자국이 있어 이를 감추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햇볕에 많이 탔고,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다. 거기서 뻗어 나온 팔뚝은 유연하고 탄탄한 근육이 붙어 있다.
     자주 웃고, 자주 큰소리를 내는 호탕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여자니까 더 좋아. 여자 호위병은 흔치 않으니까."
    "여자 호위가 아니면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나요?"
    "오, 그야 그렇지. 여자가 아니면 모르는 것도 많잖아. 글치~?"
    "그렇습니다요, 도련님. 뭐, 도련님이 그걸 알 수 있게 되는 건 좀 더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내 머리를 툭툭 치는 제리 씨가 귀찮다. 이미 술을 마시기 시작한 모양인지 짜증스럽게 끼어드는 것이다.

    "도련님이라고 하지만, 옷차림이 너무 초라하지 않아?"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요."

     나만 이 마을에 남아서 제리 씨를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전해놓았다. '달려갑니다'라고 말해버리면 귀찮을 것 같아서.
     성왕도에서의 긴 여정으로 인해, 내 옷차림은 점점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누나는 이미 몇 번이나 레프에 다녀오신 거죠? 이야기 좀 들려주실래요?"
    "누나, 누나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 이제 그런 나이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죽여버릴 거다?"
    "아 예."

     성가시다.

    "유아. 이름으로 불러."
    "예. 유아 씨."
    "착하구나. ㅡㅡ너, 레프에 무슨 연고가 있는 거지? 그래서 제리를 혼자서 레프에게 보내려는 거고."
    "............"

     나는 침묵을 지켰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들킬 것 같아서.

    "뭐,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게다가 침묵을 지키면 알아서 본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석해 주니 편하다.
     유아 씨는 술잔의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 말을 꺼냈다.

    "...... 그리고 제국 이야기 말인데. 지금은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모여서 살벌한 분위기야. 최신 정보라고 아까 여기 촌장에게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제국 내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더라........"
    "문제?"
    "저쪽은 '구정의 미궁'이라는 던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국가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데...... 그곳의 공략팀이 거짓 보고를 올려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하더라."

     나와 제리 씨는 시선을 주고받았다. 뭐야, 그거.

    "뭐라고 했더라? 미궁 몇과인지는 잊어버렸지만, 거기 여자 리더가 그랬다는 이야기 ......"
    "여자 리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