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7 레프 마도제국 천막촌
    2023년 02월 28일 18시 59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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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을 아는 사람은 - 그것도 어머니의 편지로 주고받은 것뿐이었지만 - 루루샤 뿐이었다. 그 루루샤도 엘이 어떤 인물인지 몰랐고, 설마 거대한 토끼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갑작스러운 방문객에게 금방이라도 반발할 사람들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그 침묵을 이용해 엘은 설명을 이어갔다.
     두 세계의 기원과 하늘의 붉은 균열에 대한 정보는 다소 엉뚱한 내용이었지만, 크루반 성왕국에서는 기밀로 취급되지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존경하는 황제가 이미 신뢰하고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붉은 균열에 대한 정보와 영웅 무장에 대한 취급은 다르다. 아니, 물론 엘의 정보 제공에 대한 대가로 영웅무장이 대여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 제국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영웅무장이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레프인들은 많았다.

    "...... 그 토끼 때문에 어물쩍 넘어갔지만, 영웅무장을 국외로 반출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미궁 공략 1과 과장과 마도구를 취급하는 대상회 중 하나인 '로로로 상회'의 간부는 회의가 끝난 후 밀담을 나누었다.

    "...... 정말 그렇습니다. 애초에 4과에서 가져온 마도구가 영웅무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인지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보기 좋은 마도무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영웅무장이라고 속이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기 있는 상회는 '거지 상회'니까요."

     지배인은 적대감을 드러내며 '무게 상회'를 '거지 상회'라고 말했다.
     이 지배인은 레이지 일행이 '경외의 미궁'에서 마주친 '감정 공격'을 사용하는 오토마톤을 상대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감정 공격'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 결과 '무게 상회'가 입수한 오토마타를 제국 금화 1,000개로 구입했는데, 그 던전 자체가 '감정 트랩'을 걸어놓은 터라 오토마타에는 '감정 공격'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총을 원했는데, 총의 방아쇠만 구입한 셈이다.
     이런 것은 사기라며 금화를 지불할 생각은 없고 오히려 상대방을 사기죄로 고소할 생각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외국 부국장 아바와 그의 사촌인 상회장은 고소를 취하하고 금화도 지불하게 되었다.

     ㅡㅡ"이건 네놈의 책임이다.

     얻어맞은 왼쪽 뺨의 통증을, 지배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는 엉터리 물건을 사서 상회에 큰 손해를 끼친 지배인일 뿐이다. '로로로 상회'는 규모도 크고 젊은 사람들이 성장하고 있어 언제 지배인을 교체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배인은 상회의 업무도 인사도 모두 관장하는, 대표권이 없는 CEO와 같은 존재다.
     레프 마도제국 내에서 '로로로 상회 파수꾼'이라고 하면 존경받는 직책이다. 지배인은 어떻게든 명예를 되찾고 싶었다.

    "......지배인, 상회에서는 다소 거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고용하고 있겠지?"
    "...... 무슨 짓을 하시려는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반장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낮아졌다.

    "...... 뭐,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4과에서 얻은 영웅무장을 우리가 유용하게 써먹는 거다."
    "...... 빼앗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기 천막에 놓아두면 금방 들통이 날 텐데요."

     관청 앞 광장에는 이제 많은 천막들이 즐비하고, 주변 언덕까지 다른 나라 군대가 배치되어 있다. 매일 아침 관문의 좁은 통로를 통과하기 위한 행렬이 레프족의 천막촌을 관통하고 있었다.

     영웅무장을 일시적으로 숨기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연구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장비가 필요한데, 장비가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거기서 장비를 꺼내면 그마저도 의심받게 되니 숨길 곳이 없다는 것이 반두의 말이었다.

    "......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로로로 상회'는 거들 건가, 말 건가?"

     20개밖에 발견되지 않은 영웅무장. 새로운 영웅무장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나라로 흘러가지 않도록 지킬 수 있다면 국민들은 기뻐할 것이다. 자신들이 바로 영웅이다.
     반장의 지위는 물론이고, 투자자가 나타나 새로운 상회를 설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하니 반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 물론 협조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미소짓는 제1과장과 지배인의 밀회는 계속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격무에 지쳐 잠시 낮잠을 자고 있던 루루샤에게 달려온 것은 아바였다.

    "일어나라, 루루샤!"

     사탕을 끊고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아바는 - 입이 심심해서인지 아직도 막대를 물고 있었지만 - 루루샤가 잠에서 깨어난 천막 밖에서 정신이 나간 것처럼 목소리를 냈다.

    "...... 무슨 일이야. 아직 이른 아침이잖아."

     해가 뜨기 시작하는 시간대였다.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연기가 피어오르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일어나서 밖을 걷는 사람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눈을 비비며 나오는 루루샤에게 아바가 말했다.

    "진정하고 들어봐. ...... '무게 상회'의 천막에 보관하고 있던 영웅무장을 빼앗긴 것 같다."
    "............"

     잠에 취한 루루샤의 머릿속은,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말이 좀처럼 스며들지 않았다.

    "저쪽은 특별히 신경을 써서 경비병들을 배치한 건 너도 알겠지만, 실수로 경비병들의 교대 순서가 어긋나서 30분 정도 경비 공백이 생겼다고 하더군. 그 사이에 당한 것 같아."
    "잠깐, 잠깐만요. 무게 씨는. 무게 씨는 계속 안에 있었을 거야. 그는..."
    "머리를 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었어. 하지만 무사하다. 지금은 치료를 받고 있다."

     무사하다는 말에 안심이 되지만,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운에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괜찮아?"

     당황한 아바가 루샤의 어깨를 잡았다. 살은 빠졌지만 근력은 여전했고, 루샤는 그 강인한 팔에 의지해 버둥거렸다,


    "...... 영웅 무장을, 전부 다?"
    "아, ...... 보관하고 있던 세 개, 전부다."
    "범인은......."
    "그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제1과장이야."

     단호한 말투에 아바는 눈살을 찌푸렸다.

    "루루샤.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영웅무장의 외국 대여를 가장 반대했던 것도 그였고, 4과의 전과를 뺏으려 했던 것도 그였어. 애초에 경비의 로테이션이 어긋나고 그 사이에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내부자밖에 없지."

     아바도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이 제1과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1과장이 그런 위험한 다리를 건널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수색은 곧 시작될 테니까."

     그리고 - 아바의 직감은 옳았다.
     제1과장은 미궁공략1과에서 소유한 모든 천막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그 모든 천막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2과와 3과에도 협조를 요청했고, 각 대상회에서도 천막 조사를 허락했지만, 그 어디에도 영웅무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외로 반출되는 물품은 엄격하게 검사하지만 영웅무장이 반출된 흔적도 없었고, 레프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정보를 요청했지만 수상한 물건을 운반하고 있다는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영웅무장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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