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63화 마주 보는 두 사람(1)
    2023년 02월 28일 06시 48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평원이 불타는 초록빛으로 한껏 물들었다.

     전투 중이던 아군과 적군을 막론하고, 숲에서 발생한 번개의 굉음에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등줄기와 피부가 달아오른 열기에 단숨에 타들어간다........

     ㅡㅡㅡㅡㅡㅡ............

     모두가 눈이 부시고, 뜨거워진 공기가 목구멍을 통과할 수 없어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시력이 회복되고 있는 리리아가 가장 먼저 숲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마자, 곧이어 다가오는 바위를 부수고 그 너머의 투척 트롤을 한꺼번에 소멸시킨 존재를 포착한다 .......

     [ㅡㅡ이것이 오늘 오늘의 전투인가 ......]

     공포가 몸을 옭아맨다.

     숲의 어둠 속에서 뇌를 침식하는 섬뜩한 음성이 들려왔다.

     "......, 이놈들, 얼마나 있는 거야 ......?"
     "............!"

     나타난 해골 군대의 중앙에서ㅡㅡ 범상치 않은 사기를 두른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싫어도 지시에 따라야 한다면서 무거운 허리를 들고 나선 외계 .......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란 ...... 참으로 무정한 것이로다 ......]

     사람은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한다. 아니, 고블린 등 마물조차도 ......

     알 수 없는 것, 모르는 것을 멀리하고 두려워한다.

     

     [나약한 ...... 느낌도 들지만, 무엇보다도 부족하다. 전부 미숙하다. 전투의 자리에 가져가기에는 너무도 형편없는 것들뿐이다. 전쟁의 신이 있었다면, 사뭇 한탄하고 있었겠지 .......]

     생물을 혐오하고, 한편으로는 사랑에 빠진 듯이 그 생명을 탐한다.

     강력한 마법을 가진 전설의 언데드.

     [안 그러냐...... 산 자들아]

     누구나 알고 있는 뼈의 몸을 한 흉마. 거부할 수 없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마력과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 증거다.

     진짜 [늪의 악마]였다.

     "ㅡㅡ 물러서! 너희들은 물러서 있어!
     "우윽!"

     바게스트를 빼앗은 소우마가, 하쿠토를 안고 전선에서 나타났다.

     빼앗아 탄 바게스트가 뼈의 군단에 돌진하여...... 포위당한다.

     일대일라면 몰라도,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당했다 ....... 어쩐지 일이 착착 진행되나 싶었는데 ......"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흉악한 [늪의 악마]의 전모에, 소우마가 얼굴에 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협공이다.

     숲 쪽에 일부러 몬스터들을 몇 부대 남겨둬서, 협공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모양이다.

     그것이 실은 단독으로 [늪의 악마]처럼 왕에 버금가는 괴물을 숨겨둔 포석임을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

     믿기 어렵지만, 셀레스티아보다 마왕 쪽에 승기가 올라간 순간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마력량의 차원이 전혀 다르다. 저쪽의 아군이어야 할 고블린과 오우거조차도 벌벌 떨며 굳어 있다.

     이길 수 없다. 분명히 이길 가능성이 없다.

     아니, 하지만 우리에게는.........

     [설마 저 백발이 ...... 폐하가 말한 용사인가?]
     "앗, ......!"

     날카로운 가시와 돌기 같은 것이 눈에 띄는 악마 같은 외모의 [늪의 악마]가, 하쿠토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낸다.

     [............ 그 폐하께서 신경 쓸 만큼의 존재인가? 아무리 특이하다고는 해도 인간족의 차이 따위는 모르겠구먼]

     심히 지루한 듯, 매우 무심하게, 허공의 마법진에서 납빛의 검 열 자루를 만들어냈다.

     "큭, 오, 온다......!"
     "저건 ......뭐야 ......"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몸을 움츠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회전하는 검.

     늪의 악마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선회하며 주위의 허공을 헤엄치고 있다.

     [<카한의 10검>....... 뭐 공보다 느리고 전체적으로 성능은 떨어지지만 ......]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떠다니던 그중 하나의 칼끝이 하쿠토를 가리킨다.

     [...... 시험에는 이 정도면 됐지. 자, 이것만이라도 능가해 보시라]

     뭔가 빛이 났다.


     병사들은 물론, 소우마나 아샨시아조차도 반응하지 못하고, 깜빡이는 빛을 어렴풋이 알아차릴 뿐이었다.

     "ㅡㅡㅡㅡ"
     [음.............? 호오......]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있던 하쿠토가, [늪의 악마]의 감탄하는 목소리에 한쪽 눈을 뜬다.

     "우왓 ......!"

     뺨을 낚아채는 궤도로 눈앞에 다가온 [늪의 악마]의 칼끝이 멈춰 있었다.

     "............"
     "아, 아스라 ......"

     엄지와 구부러진 검지 손가락으로 검을 막고 있던 아스라.

     가만히 군주의 눈빛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캇캇캇, 무슨 힘이 그리 센고? "맨손"의 상태에서 그 정도라니]

     방금 발사한 검의 위력은 공에 미치지 못하지만, 바위 같은 것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관통한다.

     그것을 거의 '정지'라고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손가락으로 집어서 멈춘 것이다.

     [아니, 하지만 그래도 조금 제대로 된 것도 현존하는구먼]
     "...... 마술사인가, 하찮은."

     이 남자를 앞에 두고 유쾌하게 웃고 있는 [늪의 악마]를 향해, 오니족은 낙담에 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흠, 무슨 말인고?]

     인간 따위가, 하면서 분개할 줄 알았던 [늪의 악마]는 오히려 신기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마물이라지만, 마술사로서는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었다고 할 뿐이다. 마술 따위는 빈약한 자의 발버둥에 지나지 않아. 칼날은커녕 칼자루 한 방에도 쉽게 부서지는ㅡㅡ"
     [아무것도 모르는구먼. 세상 이치를 전혀 모르고 있어, 이 꼬맹이는]
     "............"

     오니가 검을 버리고, 거대한 흑극을 어깨에 짊어진다.

     그때 나왔던 미늘창이 하늘을 가르는 묵직한 바닥 소리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무게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