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67
    2023년 02월 28일 03시 36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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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일천제단'에 세계를 잇는 길이 있다면, 여기서부터 하루도 걸리지 않고 갈 수 있다.
     다크엘프들에게 한 번 라=피차의 발자취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앞세계]에서 말하는 크루반 성왕국의 성왕도 쿠르바뉴 부근에는 오래된 유적이 남아 있고, [일천제단]을 생각하면 그 부근에 무언가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찾으려는 이동 방법은 과거 라=피차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조사단은 소수 정예로 가야 한다고 하여 나와 노크 씨, 그리고 지저인 중에서는 백인장이 선출되었다. 이동 속도를 생각하면 더 이상 늘려봤자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

     "내일이면 돌아올 테니까요."
     "............"

     아샤는 끝까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
     그녀가 다크엘프들의 리더로 남아 있었으면 좋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뭐 ...... 내가 없을 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후라 "또 두고 가는 거야?" 라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일천제단]에 [앞세계]로 가는 길이 생기면 바로 다 같이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 마지막인가.......)

     이른 아침부터 마을을 떠나 달리면서 나는 생각했다.

     (저쪽 세계로 돌아가면 아샤는 어떻게 될까?)

     레프 마도제국의 황제에게 돌아갈까? 아무래도 '새장 속의 새'였던 생활에 싫증이 난 것 같지만, 그렇다고 엘프의 숲, 즉 [삼천삼림]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다. 입장상. 하이엘프이고, 왕족이고, '거래'로 레프마도 제국에 파견된 몸이니까.

     (모험가가 된다거나? 어울리지 않는데?)

     모험가라면 신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다. 자유업이라고 하면 좋게 들리지만, 프리터이자 부랑자이며 드물게 영웅이 되는 것이 모험가다.

     (......하지만 아샤가 만약 자유를 원한다면, 나는 ......)

     어떻게 할 것인가. 그만두라는 건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모험가로 살아가려고 하는데?
     나는 크루반 성왕국을 떠날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에바 아가씨를 아버지인 쉬리즈 백작에게 돌려보냈다. 두 사람은 단 둘 뿐인 가족이고, 아가씨는 12살이고, 모험가가 되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그리워지는구나 ......)

     하지만 아샤는 다르다.
     그녀에게 돌아가야 할 곳이 있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고, 돌아가봐야 얻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뿐이라면.... 아샤가 모험가가 되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내가 그렇게 바라기 때문일까?).

     우아하고 아름답고, 동작은 완벽하다. 우아하고 인내심이 많지만 마음속에는 불같은 열정이 숨어 있었다.
     그녀의 열정을 발산하게 해 버린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앞날은 내가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 아샤가 원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이뤄주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지만.
     아니, 의외로 "이제 모험 따위는 싫어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ㅡㅡ동생 군은 말이지~ 그렇게 불가능한 망상에 빠져드는 면이 있단 말이야.

     그때 문득, 귓가에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움찔했다.

     (이야~...... 하하하. 지금 라르크를 만나면 뭐라고 할까?)

     여자아이를 휘두르지 말라거나? 섬세함이 부족하다거나?

     (...... 돌아가면 아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라르크도 잘 챙겨야겠다)

     라르크가 가지고 있는 6성 천부주옥【영왕마검술】. 이 천부의 반동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녀의 건강 상태가 정말 걱정이다.

     "ㅡㅡ하이엘프 님을 두고 와도 괜찮았어?"

     노크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글쎄요, ...... 어쩔 수 없었어요."
     "저건 '어쩔 수 없다'로 끝낼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

     아까 나는 아샤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조금은 과한 표현이다.

     '싫어요~', '나도 따라갈게요~', '너무해요~'라고 울부짖는 아샤를, 니키 씨에게 맡기고 온 것이다.

     "...... 돌아가면 최선을 다해 사과할 테니까요"
     "그래 ...... 너도 힘들겠구나."

     노크 씨에게 동정을 받아 의기소침해 있자,

     "큭큭큭큭큭...... 아, 아니, 웃어서 미안. 그토록 대단한 마법을 쓰는 하이엘프가 그 정도로 의지하는 걸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백인장이 웃었다.
     이 사람은 사람흉내를 막기 위해 싸웠던 사르메 씨와 친척이었던 모양인데, 그녀의 죽음을 깊이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저인이 다크엘프와 합류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며 이번 조사에도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두 분께도 여쭤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나는 사람흉내와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며 물었지만, 좋은 대답을 얻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거대종이 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성각어', '환상귀인'라는 단어도 몰랐다.

     "평의회 녀석들이라면 알았겠지만 ...... 녀석들은 모두 '잔류파'라고."

     백인장 말에 따르면, 지저도시의 부흥을 생각하는 30%의 사람들 중에는 지도자인 평의회가 통째로 남았다고 한다.

     "절반은 남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지만 ...... 나머지 절반은 자신들이 특권층에 있었기 때문에 그걸 버리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렇구나 ......"

     원수의 아버지도 남은 것 같다. 그 사람은 물론 남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한다.

     "레이지 공, 슬슬 보인다. 유적지다."
     "예."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게다가 전투다운 전투도 없어서 우리는 예정보다 몇 시간 일찍 '성왕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포레스트이터와 인간형 몬스터가 나타난 탓에 많은 몬스터들이 멀리 도망친 모양이다. 안전하긴 하지만, 반대로 식인종에게는 곤란할 것 같다.
     아무튼 - 나무가 잘려나가자 시선이 닿는 곳에는 많은 석조 건축물이 나타났다.
     지붕은 무너져 내렸고, 반쯤 부서진 기둥과 조약돌만이 그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둘 다, 멈춰주세요."
     "뭐야?"
     "무슨 일인데?"

     마을의 중심가답게 넓은 길은 자갈이 많이 깨지고 고사한 풀들이 튀어나왔지만, 그래도 숲 속을 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 길의 끝에 '일천제단'이 있을 텐데....... 하지만 나는 길 끝에 기척을 느꼈다.

     "싸울 체력은 있어요?"

     짧게 묻자 두 사람의 표정이 바뀐다.

     "문제없어."
     "괜찮아."

     든든한 대답이다. 이 정도면 [회복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준비하세요. 옵니다."

     그 순간, 우리의 세계는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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