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57 지저도시 외곽
    2023년 02월 27일 05시 59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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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무리 【체력강화★★】를 착용했어도, 사르메의 육체는 전혀 단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반면, 사람흉내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으로 야생에서 살아왔다.
     도착한 원수가 본 것은 수많은 거대한 칼날이 사람흉내의 검고 거대한 육체를 공격하자, 그 체격이 흔들리며 움찔하는 순간이었다.
     '오오,'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끊이지 않던 참격은 산발적으로 줄어들다가, 이내 뚝뚝, 뚝뚝, 마치 닫히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처럼 줄어들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숨결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일 것이다.
     사람흉내는 베기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거대한 팔로 참격을 받아내게 되자, 큰 발을 들어 올리고는ㅡㅡ짓밟아 버렸다.
     잠시 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원수에게 다가왔다.
     한동안 사람흉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침묵의 시간은 지하의 사람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참격을 날리던 그 사람은 죽었다는 사실을.

     사람흉내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초여름 새들은 이미 사라졌고, 근처에 먹이는 더 이상 없다.
     피해를 입었겠지만 치명상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ㅡㅡ사람흉내는 다음에 무엇을 노릴 것인가.

     들켰다.

     원수가 느낀 것은 동물적인 공포 본능이었다. 온몸에 털이 돋는 것과 동시에,

     "램프를 꺼라아아!!!!"

     외쳤다.
     사람들은 몸을 움찔거렸다.

     "불을 꺼! 바보 녀석! 저 괴물의 표적이 될 거다!"
     "아, 예!"

     병사들은 급히 손에 들고 있던 마도 램프를 껐지만, 주변은 초여름 새들의 난동으로 인해 여전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사람흉내의 눈은 이쪽을 향하고 있다. 이미 모습을 확인했다.
     사람흉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쪽으로 걸어온다.

     "젠장 ...... 두 갈래로 나눈다! 이곳에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안 된다! 가장 가까운 입구로 향하고 거기서 돌아가라!"
     "하지만 원수님, 이 어둠 속에서는 ......"
     "마도 램프 따위를 켜면 오히려 표적이 될 뿐이다! 잘 들어ㅡㅡ여기, 이 앞에 도시가 있다는 것만은 절대 알려지면 안 돼! 저런 괴물이 오면 우리 종족이 멸망할 거다!"
     "예!"

     병사들은 산의 좌우로 나뉘어 도망쳤다. 그것은 무모한 도망이었지만, 그래도 머뭇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원수는 병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려고 했다.

     "잠깐만요."

     그 팔을 붙잡았다.

     "어디로 ...... 가시려는 건가요?"

     원수를 가까이서 계속 지켜본 참모는 그의 심경 변화를 눈치챈 듯했다.

     "놔라. 나는 가야 한다."
     "어디로?"
     "...... 사르메 님이 있는 곳으로."

     확실히 히토마네는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베기는 완벽하게 멈췄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다는 확증은 없다.
     그냥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피로에 지쳐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녀를 구해야 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 괴물을 막으려 했던 사르메를.

     "원수님,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사르메 님께서 원수님을 다음 지도자로 지명하셨잖아요?"
     "그래서 뭐냐. 사르메 님이 살아 계시면 여전히 사르메 님이 지도자다."
    "...... 안에서 무엇을 들으셨슴까. 갑자기 상어님 상어님하시다니......."

     사르메를 찾으러 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원수 역시 알고 있었다.
     이것은 죄악을 씻는 행위다.
     전략적인 의미 따위는 전혀 없고, 자기만족일 뿐이다.

     "그것은 ...... 너와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죄는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고 원수는 생각했다.
     참모들과 설계사들은 그저 자신을 따라왔을 뿐이다.

     "관계있슴다."
     "아니, 상관없어"
     "있슴니다!"

     그 강한 어조에 원수는 깜짝 놀랐다ㅡㅡ드디어 그녀를 제대로 보았다.
     참모는 술집에서 거친 자들을 상대해 왔던 강인한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대체 ......?"
     "............"

     참모는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 사르메 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구요?"
     "돌아가셨어요. 틀림없이."
     "어떻게 그런 걸 알아?"
     "왜냐면..."

     그녀는 울먹이는 얼굴로 말했다.

     "뭔가 머릿속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요! 지저 종족의 우두머리가 죽었으니 다음엔 제가 이끌어야 한대요! 그리고 맹약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ㅡㅡ"




        ★ 다크엘프 촌락 ★


     


     아무리 무해한 생물이라도, 그것이 엄청난 크기로 거대해지면 큰 위협이 된다. 포레스트이터는 그 전형이었다.
     외모는 염소.
     행동도 염소.
     하지만 크기가 수만 배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다.
     포레스트이터는 덩치가 큼에도 작은 염소처럼 잘 달린다.

     "흩어져라아아아아아!"

     족장의 목소리에 반응해 다크엘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는 노크에 의해 안기고, 기절한 푼타와 큰 부상을 입은 니키도 다른 다크엘프들이 피신시키고 있다.
     포레스트이터가 마을이 있던 곳으로 달려온다.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흔들리고 나뭇잎이 흩어진다.

     

     [메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흉측한 울음소리를 내며 돌진해 온 포레스트이터는 수백 년 동안 다크엘프들의 삶을 지탱해 온 큰 나무를 무참히 부러뜨리며 달려갔다.
     큰 나무가 쓰러지면서 집이 땅에 떨어지고, 파헤쳐진 토사가 날아올라 춤을 춘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멀리 떨어진 거목에 몸을 숨긴 아나스타샤와 노크였지만, 날아든 토사가 그 나무에도 부딪혀서 흔들린다.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숙이고 움츠러들었다.
     싸운다고 말했었는데. 자신의 마법이라면, 가능하다고 말했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떨려서 일어설 수 없다.
     
     "...... 하이엘프님?"

     노크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심한 자신이 비참해서, 뜻밖에도 아나스타샤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이럴 때 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닫은 눈꺼풀에 떠오르는 것은, 갇혀 있던 자신을, 특이체질의 저주에 갇혀 있던 자신을 풀어준 그의 모습이었다.

     (레이지 씨라면 분명...)

     일어선다.
     고민하던 시간은 짧았다.
     이어준 손, 안아준 팔의 온기를 떠올리며 아나스타샤는 두 손과 두 발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노크"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지는 않을까. 속눈썹에 눈물이 남아 있지는 않을까.
     왕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까.

     "예!"

     노크는 긴 허리를 굽히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런 짓을 할 여유가 없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공기가 그가 숭배하는 소녀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력을 짜내어 마법을 발사하겠습니다. 적을 이쪽으로 유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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