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56(1)
    2023년 02월 27일 05시 40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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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이터가 왜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크엘프들도 '거대종은 미개척지 카니온에 있다'는 인식이었으며, 그곳에 접근하지 않으면 이런 걸어 다니는 천재지변 같은 괴물을 접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평온하게 살아왔다.


     그 모습은.
     마을을 지키는 거목보다 더 크다.
     발을 내딛으면 땅이 흔들린다.
     턱을 괴면 초원이 사라진다.
     달리면 숲이 사라지고.
     울면 폭풍이 되고.
     짖으면 천둥 번개가 떨어진다.

     접근은 산이 걸어오는 것 같으며, 멀리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곧장 다크엘프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끝장이야)

     아나스타샤는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했다.
     초여름의 새처럼 열심히 쓰러뜨리고 싶거나,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땅을 흔들며 다가오는 그 존재는 이 마을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노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들도 서둘러 돌아온 것은, 그들 역시 포레스트이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숙련된 전사들도, 근육을 괴롭혀 팔과 가슴을 부풀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그들조차도 '싸운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ㅡㅡ끝이다.

     라고 얼굴에 쓰여 있었다.



      <메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포레스트이터는 화가 나 있다.
     아니, 화가 난 것으로만 보인다. 예를 들어 태풍을 표현할 때 '웃고 있다'고 말하지 않고 '거칠다', '분노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포레스트이터가 나타나 울어대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은 '화났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 울부짖음의 여파가 몇 킬로미터 떨어진 아나스타샤까지 닿았고, 그녀들은 돌풍에 휩쓸려 넘어졌다.
     밤하늘에 뭉게구름이 나타나더니, 뇌광이 번쩍인다.
     저것은 역시 천재지변이었다.

     (끝이야 ......)

     아나스타샤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 정말, 끝일까?)

     작은, 의문이 생겼다.

     "노크"

     한편, 족장은 마을에서 가장 믿음직한 장신의 전사를 불렀다.

     "너는 하이엘프님을 데리고 도망가라. 우리는 여기서 1초라도 더 시간을 벌면서......."

     말하려던 족장을 손으로 제지한 자는, 아나스타샤였다.

     "...... 족장님, 여러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요."
     "하지만 저건 ......"
     "쓰러뜨릴 수 없을지도 몰라요. 많은 희생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 쫓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요. ...... 저의 마법이라면........"
     "!"

     결의를 담아서 말하는 아나스타샤였다.

     (끝나지 않겠어. 끝나고 싶지 않아.)

     여기서 도망치는 것은 쉽다. 먼지투성이가 되어 도망치면 몇 명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끝'과 마찬가지 아닐까.
     흩어진 몇 명이 살아남았다고 해서 다크엘프 종족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하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여러분, 각오하세요"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싶다.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포레스트이터와 싸우겠어요."

     초여름의 새가 남긴 불길이 다크엘프들을 비춘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아나스타샤는, 누가 뭐라 해도 '엘프를 이끄는 자'였다.




          지저도시 우르메 총본가 ★





     우르메 총본가의 어떤 방으로 안내된 원수는, 그곳에서 지하도시를 움직이는 '도시 평의회'의 평의원, 총 10명 중 9명을 만나게 된다.

     9명 중 1명은 원수의 아버지이고, 공석인 1명은 사르메다.

     "...... 왜, 협의회 여러분들이 ......"
     "먼저 앉게, 원수 공."

     원수는 평의원 중 한 사람의 말을 듣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원수의 아버지가 말했다,

     

     "...... 지금까지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사르메 공이 '내 책임으로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야."
     "아버지?"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를 나눈 것은 몇 주 만이었다 - 자신도, 아버지도, 공무로 바빴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렇게나 늙었던 걸까? 백발은 희끗희끗해지고, 주름은 깊어지고, 몸은 축 늘어져 있다. 탁자 위에 놓인 손가락은 가늘고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다.

     "우리 종족의 대표인 우르메 총본가에는 '맹약'이 부과되어 있었다"
     "...... 맹약?"

     아버지는 맹약에 대해 말했다.
     그것은 종족의 우두머리에게 계승되는, 종족에 새겨진 저주 같은 것이다.
     권리와 함께 의무가 주어진다.

     "권리란, 즉 중재자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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