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55 지저도시 입구
    2023년 02월 27일 04시 54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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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곳에 사르메가?
     지하도시의 정점에 군림하며 조상 대대로 쌓아온 재산에 비례해 점점 더 거대해지는 총본가의 저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할 사르메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녀를 따르던 아첨꾼들은 , 평소와는 전혀 다른 침통한 표정으로 곁을 지키고 있다.

     (뭔가 달라. 하지만 그것은 대체?)

     사르메가 이런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데, 그것만이 아니라 뭔가 자신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은 ...... 신성고대부터 이 세상에 살아온 8마리의 거대종 중 하나야. 지금까지 토벌된 것은 단 두 마리뿐인데, 한 마리는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거주지를 통째로 날려버려서 서로 싸우게 되었지만, 대신 드워프는 멸종했어. 다른 한 마리는 다크엘프가 멸망시켰는데, 그 사이 엘프들은 다른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혔다더라."
     "그, 그런 이야기 ......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
     "그야 너한테는 말 안 했으니까. 말할 리가 없잖아? 네 마음이 꺾이면, 지저도시 녀석들은 누가 이끌고 다니겠냐고."

     쿵쿵, 쿵쿵, 원수의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이 여자는, 사르메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건 마치.........

     (나를 원수로서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같지 않은가 ......!??)

     사르메는 멍하니 사람흉내를 바라보고 있다. 거대한 몸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밤의 어둠 속에 그 실루엣만 보인다.
     혼란 속에서도 도망치려는 초여름 새를 붙잡아 입에 물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과자를 집어 입에 넣는 것 같았다.

     "...... 우리들 말이야, 순수한 피인지 아닌지 모르겠단 말이지......... 예전에 바쳤던... 것이 수백 년 전이라서 ...... 기록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거야. 그걸 지금 와서 내놓으라고 말해도 의미불명이거든."
     "...... 무엇을 ......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르메에 남아 있으면서도 아직 가능성이 있는 여자는, 이미 나밖에 없었어. 더군다나 이 나이에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사르메 님!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그녀를 따라다니는 추종자들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였다.

     "원수~"

     상어는 왼손을 내밀었다.

     "천부주옥 내놔."

     찔끔했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것은 그런 천부적인 주옥이 아닐 것이다.
     [광란왕검무]를 말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놀란 얼굴로 ......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죄, 죄송하지만 사르메 님, 원수는........"
     "계집은 닥쳐."

     참모가 옆에서 끼어들려고 했지만, 사르메의 눈빛에 경직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걸 다 들켰나? 왜, ...... 어디서 정보가 유출된 거지?)

     정보가 유출되었다면 자신의 쿠데타 계획이 성공할 리가 없다.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
     원수는 느릿느릿한 손놀림으로 허리춤에서 천부주옥을 꺼냈다.
     그것을 받으면서 사르메는 말했다.

     "...... 백인장은 내 먼 친척이야. 어렸을 때 나를 누나 누나라고 불렀었지."
     "앗!"
     "하지만 백인장을 탓하면 안 돼~. 그 아이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 너를 막을 생각이었던 거니까."
     "그, 그건, 무슨 뜻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백인장이 배신했나? 사르메에게 정보를 흘린 건가?
     혼란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눈앞에서 상어가 [광란왕검무]를 흡수한 것이었다.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망설임도 없이.

     "그, 그건 ......!?"
     "알고 있어~, 쓰면 기억이 사라지는 거지? 원수, 뒷일은 부탁할게. ㅡㅡ너희들도 평의회 장로들이 뭐라고 하면 막으라고!"

     추종자들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조금 뒤 "예"하고 한심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사르메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갔다.

     "사, 사르메 님!?"

     사르메는 지금까지의 둔중함이 거짓말인 것처럼 씩씩하게 불탄 숲을 걸어간다. 그 걸음의 끝에는 사람흉내의 거체가 있었다.
     이미 초여름 새들은 수가 줄어들었고, 무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배고픈 건가, 사람흉내는,

     [——우, 오오오오오옹]

     

     하고 울부짖었다.
     어둠의 실루엣에 희미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아, 원수의 몸이 움츠러든다.

     (설마...... 설마,  사르메 님은 저것과 싸우러 가는 건가!? 왜! 뭐냐, 도대체 무슨!!)

     혼자만 줄거리도 모르는 무대에 올라간 것 같다.
     자기만 광대인 것이다.

     "원수 각하, 지금 당장 안으로 들어가시죠."

     원수의 팔을 잡아당긴 것은 눈과 코를 붉게 물들이며 속눈썹을 적신 추종자의 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사르메 님이 가버렸는데 ......."
     "사르메님께서는 전부 각오를 하셨습니다. 여기서 혹시라도 당신을 잃게 되면 사르메 님께 꾸중을 듣게 될 겁니다."
     "......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겠다는 거지?"
     "물론입니다. 그것이 ......"

     그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말했다.

     ㅡㅡ사르메님의 유언이기도 하거든요.




        ★ 다크엘프 마을 ★ 




     초여름의 새를 쫓아내고 한숨 쉬나 싶었던 아나스타샤였지만,

     "...... 지금 소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쩌렁쩌렁,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듯한--.

     "ㅡㅡ노크! 어이 노크!"

     노크가 남겨둔 멤버들이 드디어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초조하기만 하다.

     "오고 있다 ......! 녀석이, 오고 있다!"

     비통한 외침이, 일단의 안식에 젖어들었던 마을을 깨운다.

     "포레스트 이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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