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52 다크엘프 촌락
    2023년 02월 27일 03시 33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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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크엘프 마을에는 주축이 되는 전사가 없었다. 지저인 부대를 괴롭혔던 키가 2미터가 넘는 전사, 노크가 없었다.
     주력이 없는 마을에 초여름의 새를 데려온 것이다.
     이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없다.
     초여름의 새가 다크엘프들을 농락하고 해친다. 백인장은 푼타를 큰 나무 밑동에 숨기고 자신도 그늘에 숨어들었다.

     (젠장. 이러다 다크엘프가 전멸하는 거 아냐! 이렇게 엄청난 몬스터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잖아!)

     자신의 불운을 저주해도 끝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다크엘프 종족이 멸망하든 살아남든 상관없다.
     천부주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방해가 되지만, 그것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서로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뭐야 ...... 갑자기 천부주옥이 발견되는 바람에 ...... 그것만 아니었다면 굳이 이런 얼굴색이 나쁜 놈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마침 다크엘프 마을과 지하도시의 중간 부근에서 발견된 천부주옥은, 지하도시에서 삶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천부주옥이든 뭐든, 목숨이 먼저라고 ......!)

     초여름 새가 가까이에서 소리를 내자 백인장은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하도시에서는 제아무리 무용으로 이름난 백인장도, 초여름 새가 한 마리라면 모를까 이 정도 무리라면 폭풍이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초여름의 새소리는 위협의 목소리가 아니라 비명소리 같았다.
     허둥지둥 고개를 들어보니 높은 곳에서 다크엘프가 초여름 새의 눈에 칼을 꽂고 있다.

     (뭐야, 뭐야)

     여자 다크엘프는 몸을 불태우면서도 초여름 새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 적어도 길동무가 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쿵,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저것이 바로 전사다. 저것이 바로 용감한 자의 모습이다.
     여기서 땅바닥에 기어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아!"

     다크엘프는 초여름의 새에서 떨어지자 나무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공교롭게도 백인 장수가 있는 나무였다. 떨어질 줄 알고 몸을 움츠렸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어딘가 나뭇가지에 걸렸어."

     땅에 부딪히는 대참사는 면했지만, 몸은 큰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할 것이다.

     "도와줘야 해........"

     어느새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큰 나무에 매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다크엘프 오두막이 설치되지 않은 나무라 보조는 없다.
     하지만 팔힘과 운동신경이 뛰어난 백인장에게 나무를 오르는 건 별거 아니었다. 주머니에는 지저인 군인에게 주는 특제 상처약이 있다. 이걸 바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아무중의 상태로 나무를 올랐다.



     


     다크엘프 족장은 왼쪽 다리가 부러졌지만, 큰 나무줄기에 몸을 맡긴 채 능숙하게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남은 화살은 얼마 없었고, 게다가 싸울 수 있는 동료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나스타샤의 방어를 맡았던 니키가 초여름 새에 의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 이후를 보지 못했지만, 족장은 아나스타샤를 혼자서 놔둘 수 없다며 부러진 다리를 끌며 그쪽으로 가려고 했다.
     온몸에 흐르는 떨림이 몸을 멈춰 세웠다.

     "나는, 아나스타샤"

     존경하는 하이엘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마력이 그녀를 빛나게 한다.
     긴 머리카락이 가볍게 떠올랐고, 불가루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 불길은 초여름 새의 붉은 불꽃과는 확연히 다른,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처럼 백금빛이었다.

     "하이엘프의 왕족, 엘프를 이끄는 자!"

     그 말이 족장을 관통하며 뇌가 마비되었다.
     그 후 벌어진 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후세에 전해도 될 것 같다.
     아나스타샤가 오른손을 치켜들자,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참수대의 칼날처럼 불꽃이 번쩍이며 돌고 있는 초여름 새떼와 충돌했다.
     '펑'하고 빛이 흩어지고 아나스타샤의 불길에 닿은 초여름 새들의 몸이 하나둘씩 폭발한다.
     상공은 아수라장이다.
     아나스타샤가 쏘는 불길은 2발, 3발로 이어진다.

     [쿠에에에에에!!!]

     그때, 활공하는 초여름의 새들이 아나스타샤의 사방에서 다가왔다.
     아나스타샤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좌우로 손바닥을 내밀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화악

     그녀를 중심으로 10미터 정도의 화염의 원이 만들어졌다.
     불길은 무시무시한 상승 기류를 만들어 내었고, 초여름 새는 균형을 잃으며 그녀의 주변으로 추락했다.
     충돌의 충격으로 흙먼지가 치솟고, 화염의 원에 닿은 초여름 새는 화염방사기처럼 높이 높이 화염을 뿜어낸다.

     ㅡㅡ꾸에에에. 꾸에에에

     상공에서는 그 수가 이미 반으로 줄어든 무리들이 무언가를 외치고 있다.
     당황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일사불란하게 공격할 생각만 하던 그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

     아나스타샤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손목을 모아 하늘로 내밀었다.

     "적을 꿰뚫는 화살이 되어 날아가라."

     아나스타샤의 몸에서 강력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자, 그녀의 손에서 '화살'이라 부를 수 없는 불길이 솟구쳐 올랐다.
     큰 나무 가지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탄화시켜 그 위에 있던 오두막이 균형을 잃고 떨어진다.
     불길은 초여름 새들의 무리 한가운데서 폭발했다.
     폭발은 해가 지고 있던 주변을 한낮처럼 밝게 만들었고, 곧이어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하늘에서 절규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초여름 새들은 뿔뿔이 도망쳤다.
     흩어진 초여름 새를 더 이상 쫓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도망치는 새들한테는 더 이상 전의가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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