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은 푼타! 옆에 있는 것은 지저인인가!!! 저 바보가 지저인에게 조종당해 초여름 새를 데려왔을 줄이야 ......!"
활을 든 족장이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는 사이, 푼타와 지저인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족장, 어떻게 할까? 여기서 쏘아 죽일까?"
니키가 묻자 그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다네. 초여름의 새들은 이 마을도 목표로 삼았으니."
거대한 새떼는 옆으로 퍼져나가더니, 마을을 둘러싸듯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배경으로 불꽃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섬뜩한 광경이었다.
"모두 활을 들어라! 나간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내야 한다!"
족장의 호령에 '오오!!'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초여름 새들이 일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활시위가 울리고 화살이 날아다닌다.
한 발 쏘는 정도로는 새의 기세를 꺾을 수 없어서, 근처를 지나가면 풍압에 몸이 휘청거려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간다.
"여긴 위험하다. 하이엘프 님은 오두막으로ㅡㅡ"
"오두막으로 돌아가도 위험하지 않을까요?"
"......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 니키의 눈이 묻는다.
"족장님! 새를 상대로 나무 위는 불리해요! 차라리 땅에서 나무를 방패 삼아 싸우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아나스타샤의 목소리에 족장이 수긍한다.
"그, 그건 ...... 맞는 말씀입니다. 어느새 지상의 적과 싸우는 방법만 쓰고 있었습니다. 모두, 들었나! 하이엘프님 말씀대로 즉시 지상으로 내려가라!"
족장의 명령이며 하이엘프의 말이라 그런지 다크엘프들의 반응이 빨랐다. 그들은 연이어 땅으로 뛰어내렸다.
"하이엘프 님은 제가 데려다 줄게요!"
"어, 저기, 앗ㅡㅡ"
활을 땅에 던진 니키가 아나스타샤를 한 손에 안고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린다. 비명을 질렀지만, 니키는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가지에서 가지로.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매달리며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일어설 수 있으세요? 하이엘프님"
"아, 네......"
레이지보다도 더 거칠게 직선으로 내려온 탓에, 하마터면 허리가 부러질 뻔했다.
"온다!"
누군가가 외쳤다.
초여름의 새 한 마리가 지면의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내려왔다.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하강하던 속도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그곳에 있던 것은 푼타와 지어진이었다. 마을에 도착한 탓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콧물인지 침인지 침을 흘린 얼굴이 축축하게 젖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다.
앗, 하고 다크엘프들은 소리를 질렀다.
근육질들만 있는 마을에서 푼타는 확실히 이질적인 존재였다. 둥글둥글하고 말랑말랑했다.
하지만 싫어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그가 재치 있는 남자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어어이! 여기서 정신 잃지 말라고!"
그때 지저인은, 적이어야 할 그가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들고 푼타를 보호하듯 일어섰다.
왜, 저 녀석이? 하고 다크엘프들은 생각했지만, 푼타를 보호해 준다면 좋은 일이다.
"쏴라!"
족장의 명령에 따라 발사된 활과 화살은 돌진해 오는 초여름새에게 몇 발이나 명중했고, 초여름새는 몸이 흔들리며 오른쪽 날개가 땅에 닿자 몸이 빙글빙글 돌며 땅에 부딪혀 튕겨져 나갔다.
초여름 새의 거대한 몸은 푼타 일행과 멀리 떨어진 큰 나무에 부딪히자 줄기를 흔들며 많은 잎을 떨어뜨렸다.
"............
백인장은 초여름새가 일으킨 진흙이 얼굴에 잔뜩 묻었지만, 그런 것보다는 큰 나무에 부딪혀서 움찔거리며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 초여름새를 보고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소리를 질렀다.
"야, 봤지, 푼타! 쓰러뜨렸어! 한 마리, 쓰러뜨렸어!"
"우, 으으으......"
가슴을 움켜쥐자, 푼타가 거품을 뿜어냈다.
"아직이다!"
그 기쁨을 날려버린 것은 족장의 목소리였다.
"다음이 온다!"
초여름 새들이 차례로 하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