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56(2)
    2023년 02월 27일 05시 40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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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수는 혀를 찼다.
     수메리아를 납치한 소년이 침입했을 때, 사르메는 중재자를 소환했었다.
     
     "중재자란 무엇입니까, 아버지?"
     "이 세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존재라 들었다 ....... 사르메님은 중재자로부터 의무를 이행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의무?"
     "우리 종족의 '귀현의 피'를 내놓으라는 일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원수는 눈을 깜빡였다.

     "종족의 순수한 피가 필요하다고 하더군.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수백 년 전에 그 의무를 수행했다는 ......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중재자라고 하는 녀석은 무슨 말을 했습니까?"
     "단지 '귀현의 피'를 내놓으라고만 했다. 그래서 사르메 님은 고통스러워했다. 사르메 님의 피로는 안 된다고 해서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그것도 잘 안 됐고"
     "서, 설마 젊은 남자를 시중들게 한 것은......?"

     아버지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을 낳기 위해서지. 협조해 준 사람들도 사정을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비밀을 지키게 했다. 하지만 사르메님은 중재자의 존재와 의무의 실패가 드러나서 도시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으니, 단순히 남자들끼리 노는 척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다 하셨다."

     원수는 말문이 막혀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에 미치고, 술을 마시고, 사치를 즐기는 줄로만 알았던 사르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종족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니........
     사르메가 불행했던 것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셨다는 것과, 과도한 음주가 가져오는 해악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사르메 님을 막아야."

     그렇게 지저도시를 생각해 준 사람이라면 죽게 할 수는 없다.
     원수는 왜 아버지를 비롯한 평의회 멤버들이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지 답답함을 느꼈다.

     "사르메 님은 거대종의 출현이 의무 불이행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저 사람흉내가? 그래서 쓰러뜨려야만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사르메 님 한 분에게만 맡긴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원수는 탁자 위에 주먹을 두드리며 말했다.

     "진정해라! 멍청한 놈. 저놈을 쓰러뜨릴 수 있는, 아니 적어도 물리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6성 천부 뿐이다. 그래서 사르메님은 가지고 있던 천부를 모두 【오브 탈착】으로 빼고 【신체강화★★】로 바꿨다."
     "그런 건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발목을 잡았으니 가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사르메 님께서 원하지 않으셨기 때문이야."
     "사르메 님이? 설마........"

     원수는 아버지의 말의 끝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사르메 님은 ...... 죽으실 생각이신 건가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 죽는 것으로 종족의 우두머리 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거라 사르메님은 생각하시는 거다. 그러면 의무가 한 번 사라지지 않을까 하여. 또는 다른 사람이 우두머리가 되어 '귀현의 피'가 그 사람으로 되면 좋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지. 아니, 적어도 젊은 사람이 있는 가문으로 옮기면 자식을 낳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 지금의 막다른 골목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르메 님이 죽는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의무는 무거우며,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 길이 없다고 사르메 님은 생각했다."

     아버지가 말을 뱉어내자 원수는 방안에 독이라도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엇이 옳았을까.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

     "시작됐습니다!"

     그때 한 병사가 뛰어들어왔다.

     "사람흉내를 상대로 한 사르메 님의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수는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거냐! 잠깐만!"

     아버지의 제지를 무시하고 뛰쳐나갔다.
     좁은 복도를 달리고, 계단을 뛰어내려 바깥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지는 정해져 있다.
     전투를 지켜봐야 한다.

     "홀로 거대한 운명에 맞서 싸운 여자의 마지막 전투를 보지 않고서 무슨 '원수'인가......!"

     원수는 바깥으로 통하는 좁고 어두운 통로를 달렸다.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ㅡㅡ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자신은 처음부터 사르메를 경멸했고, 그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녀의 짜증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비행선의 조사에서 경라대가 당했을 때, 사르메가 분노한 것도 - 그녀는 '알 수 없는 불합리한 악'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모르는 것을 건드리면 동료들이 다칠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 도시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다.
     몰랐다는 것이 용납될 수 없는 입장인데도 말이다.

     

     "원수님!"

     철문 너머에 여러 병사들과 함께 참모가 있었다.
     동료가 부르고 있다.
     원수는 어두운 통로를 뚫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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