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화: SAN 체크입니다
    2020년 12월 03일 02시 11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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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1456gm/11/


     ※ SAN은 sanity의 준말로 크툴루 계열 TRPG에서 쓰며, 정신력 혹은 이성이라는 뜻. SAN수치가 낮아지면 미쳐버린다.





     커피숍.


     커피를 마시면서. 난 문득 어떤 일에 생각이 미쳐서, 오렌지주스의 빨대에 입을 댄 치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치나. 학교 남자들이 치크키스나 허그를 제안해도 해주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볼키스' ........그건, 서로의 볼과 볼을 맞대는, 허그와 같이 러시아에서 쓰이는 인사다.

     어디까지나 볼과 볼로 키스하는 것 뿐이며, 츄! 하는 소리는 소리만 내는 이른바 에어키스. 볼에 입술로 키스하는 사람도 있지만, 애인 사이 or 손주를 귀여워하는 연장자가 태반이다.

     어느 쪽도 서로의 피부가 맞닿는 행위다.


     [응. 일본에는 없는 문화라고 들어서, 애초에 그럴 셈은 없었지만, 어째서?]


     난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치나에게 설명한다.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성과 접촉할 기회가 압도적으로 적어. 편하게 접촉하는 건 애인 사이인 남녀 정도고, 기본적으로 허들이 높아. 그러니 남자가 여자를 만지려 하는 행위는 흑심을 품은 것으로, 여러 대의명분을 들며 그걸 실행하려고 한다고. 그리고 치크키스를 하는 법을 모르는 녀석이, 입술을 대러 올지도 모르고]


     약간 길어진 설명을,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진지하게 들어주는 치나.

     말하기 쉽다. 시오리 신자놈들에게,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내 설명을 다 듣고, 치나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조금 알 것같은 기분이 들어. 학급 남자들의 눈.....약간 기분나쁜 느낌이었고, 웃는 얼굴도 거짓 냄새가 풀풀나서 왠지 믿을 수 없는걸]

     [뭐, 일본에서는 신용을 얻기 위한 미소지만]


     일단, 치나의 대답을 듣고 안심했다.

     이후에 어중간히 러시아의 문화를 조사한 남자들이 그런 제안을 해올 가능성은 크다.

     특히 사사키. 그 녀석은 수상하다.


     그 후에 오늘 스케줄에 대해 약간 상담하고 나서 장보기를 시작하기 위해 커피숍을 나와서 이동한다.


     휴일이라는 점도 있어서 사람이 많은 통로를, 목적의 점포를 찾으면서 걷는다.




     그건 그렇고.....눈에 띄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쪽을 본다.

     엄밀하게는 치나를 보지만.


     그녀도 시선을 느꼈는지, 약간 내 뒷편에 숨는 듯이 걷기 시작했다.


     아, 양아치 3인조가 이쪽을 가리킨다.


     이건, 경계하는 편이 좋을지도.


     [놓치지 마 치나. 일본인의 헌팅은 끈질기다고]

     [눈에 띄는 건 요리가 아니었어?]


     

     그럴 리가 없다.



     [바~보. 치나가 미인이니까 눈에 띄는게 당연하잖아. 스스로 제대로 경계해둬]

     [.............]


     어라, 갑자기 조용해졌다.


     뭐 상관없아. 점포를 찾자.


     그렇게 생각한 때.


     [저기. 고마워. 요리도........남자답고 멋있어]

     [뭐?]


     왠지 갑자기 칭찬받았다.


     러시아 여성은, 남성에게서 일방적으로 칭찬받을 뿐이고 여성 측은 칭찬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편견이었나.

     분명 그럴 것이다.


     [나 따윈, 아직 멀었어. 자, 도착했다]


     약간의 부끄러움을 반쯤 얼버무리며, 목적지인 상점에 도착했다고 화제를 돌린다.


     도착한 곳은, 물론 옷가게.

     목적은 수영복.


     지금의 계절, 해수욕 시즌이 아슬아슬한 것도 있어서인지 특판 수영복 코너에는 여기저기 세일의 팻말이 붙어있다.


     [자,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사와. 나도 내 걸 찾을 테니까]


     나도 훈련용의 수영 팬티만 갖고 있다.

     그래서 사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여기서부턴 각자 행동.......일 터였지만.


     [어........난 일본의 유행을 모르니, 같이 고르자]

     [내가 알 거라고 생각했어!?]


     베리하드한 미션을 의뢰받았따.

     아니아니아니, 역시나 무리겠지.

     여자의 수영복을 고르라니, 커플이어도 허들이 너무 높지 않은가?


     [요리가, '나와 같이 있어' 라고 말했잖아]

     [그런 정열적인 말한 기억 없는데!? 놓치지 말라, 그것뿐이라고]


     봐주라고요오오오!


     [괜찮아! 여성수영복 코너에서 헌팅을 해봤자 성공률 낮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안심하고 갔다와!]

     [일본어 못 읽는다니까! 태그나 주의서를 읽지 않으면 몰라!]


     어째서인지 이상하게 고집부리는 치나.

     이미 내 손목을 쥐고 가볍게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치나는, 의외로 완고한가?

     어쨌든 이대로는 위험해.


     "저런 저 남자, 저렇게 귀여운 여친을 곤란하게 만드네!"


     같은 말을 근처의 아줌마들이 말한다.

     그보다 아줌마, 그 들고 있는 수영복 자기가 입을 건가요!? 위험하다구요 그 디자인!?


     이 아니라!

     아~~~!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알았으니까 당기지 마!]


     이 이상 눈에 띄어버리는 것과 수영복 고를 때에 어울리는 것을 천칭에 매달아보고, 울면서 후자를 선택.

     어쩔 수 없이 치나를 따라가서 여성수영복 코너에.

     비키니를 입은 마네킹과, 선반에 주욱 늘어선 여성용 수영복들.

     예, SAN 체크입니다.

     이건 틀림없는 부정의 광기.

     저기요, 공포 증상으로는 도망친다는 걸로 부탁드립니다.


     [어느 게 좋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이것과 저것, 어느 쪽이 좋아?]


     그렇게 말하며 수영복이 걸린 옷걸이를 양손에 들며 보여준다.


     한쪽은 프릴이 붙은 푸른색 비키니. 다른 한쪽은 비키니 위에 흰 티셔츠와 데님풍의 핫팬츠를 착용한 타입이다.



     나한테 상담해도.....



     솔직히 해수욕 자체는 기지 내의 해안에서 매년 봤었지만, 어디까지나 군인과 그 가족.....어쨌든 미국인이 즐기는 모습 뿐.

     그래서 일본인 여성의 유행 따위 전혀 모른다.

     이럴 때, 익숙한 인싸들 쪽은 어떻게 행동할까.


     애초에 수영복에도 유행이 있나?

     주변에 맞춰서 매년 다시 사는 일.......있습니까?

     

     음~, 몰라. 전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도 유행은 모른다니까. 그보다 둘 다 진짜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데]


     치나가 입어서 어울리지 않는 수영복은, 잠수복 정도일까?

     아니, 잠수복을 입어도 어울리겠지.


     최강이냐고.


     [에~ 요리는 어느 쪽이 좋아?]

     [내 의견을 물어봐서 어쩌려고]

     

     볼을 약간 뿌~하고 부풀리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귀엽지만. 다람쥐인가?


     [요리는, 어디가 좋아?]


     탁 하고 두 수영복을 들이미는 치나.

     강제로라도 내 의견을 들을 셈인가?

     하아......적어도 일본인인 내 의견을 듣고 싶다는 건가?

     봐달라구요오.


     선택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두 수영복을 비교한다.


     [정말. 그렇네......이쪽 어때]


     내가 가리킨 것은, 티셔츠 쪽.

     치나는 좋은 말로도 가슴이 폭신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이쪽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거기다, 그다지 피부를 드러내지 말았으면 한다. 남자들의 욕정을 자극하니, 조금이라도 가리고 있는 편이 과몰입의 대책이 된다.


     그리고 약간....정말 쬐끔, 내 취향이 들어갔다.

     어느 정도로 작냐고 말하자면, 근육주사기 정도?

     아, 이건 마력의 강함이었지.


     [그런가..... 그럼, 시험삼아 착용해볼게]

     [그럼 난 상점 바깥에서 기다려야지.....]

     [무슨 말하는 거야. 탈의실 근처에서 기다려줘]

     

     큭.....


     기다리는 사이, 여성수영복 코너에 남자 한 명이라는 돌아버릴 것 같은 시간을 견디고, 드디어 탈의실의 커텐이 열렸다.


     [어때?]

     [!!]


     약간 수줍어하며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수영복 차림의 치나.

     어울리지 않을 리가......없다.

     유행이 아니라던가, 인기있는 수영복이 아니라던가는 관계없이, 부정할 여지가 없는 귀여움.


     [........어울려]


     무심코 솔직한 감상이 흘러나온다. 평소의 나라면, 조금 에둘러 칭찬했겠지만 이번만은 멋대로 대사가 나와버렸다.

     바보같은 얼굴로 말하지 않았을까 불안해진다.


     치나의 수영복 모습이, 이 정도의 파괴력이 있었을 줄이야..


     어라, 어째서 치나까지 볼이 붉어진 걸까?


     [그래. 그럼, 이건 킵해야지]

     

     아, 커텐 닫아버렸따.

     그보다,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약간 진저리를 치면서, 그 후에도 다른 상점도 들르며 당분간 수영복을 보러 다녔다.

     몇 가지를 입어보고, 결국 내가 처음에 고른 걸 구입하였다.



     하아, 몸이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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