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화 : 날 쇼핑몰에 데려가줘
    2020년 12월 02일 13시 01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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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1456gm/9/





     1교시는 그대로 타치바나 선생의 고전 과목 수업.


     치나로선 당연히 무리인 과목.

     그 때문에 선생은 치나를 위해 특별히 현대어로 된 프린트를 만들어 준 모양이어서, 지금 그녀는 그 종이와 다투고 있다.

     

     흘끗 보니,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의 옆에는 러시아어에 대응하는 단어가 쓰여져 있다.

     매우 친절히 만들어졌다. 꽤 고생하셨겠지.

     다만, 역시 통역기로 번역한 모양이어서, 드문드문 약간 의미에 안 맞는 어구로 대응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업받는 사이에 발견한 곳은 지적해준다.


     그렇게 하다가 수업이 끝나고, 10분 휴식.


     [저기 요리, 여기 가르쳐 줘]


     그 순간, 치나가 내 자리에 자기 책상을 끌고 와서는 여러가지로 물어본다.

     아무리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역시 수업 도중에는 꺼려졌을 것이다.

     특히나 일본의 수업은 학생들의 활기가 타국에 비해 낮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조용하다는 뜻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나한테 묻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유는 아마도 또 하나.



     

     [저기저기 크리스..........아]

     [주말 이야기인데..........아]




     그렇다, 쉬는 시간만 되면 찾아오는 내빈들을 피한 것이다.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으면, 역시 방해하는 녀석은 없겠지.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말라고오오오오!"


     마음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패주하는 녀석들. 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척을 하고 있으면,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있어도.....들키지 않아!


     [결국, 다음 주 말인데. 치나는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어?]


     조금 전의 약속대로, 치나에게 말을 걸었다.

     먼저 그녀가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가.....다.


     [저기, 이런 걸 받았어]


     그렇게 말하며, 치나는 1장의 메모지를 나에게 슬쩍 보여주었다.


     거기에 쓰여진 것은, 손으로 쓴 러시아어 문장.

     물론 통역기에 기댄 발퀄.

     이해하는데에 고생했지만, 요약해보면.


     '이번 주 일요일은, 반 친구들끼리 크리스 환영회를 하러 해수욕장에 갑니다! 수영복, 자외선 차단제 등을 준비하세요! 현지에서 드는 비용은 우리들이 부담합니다!'


     이런 식이고, 다음은 집합장소와 시간인가.


     그건 그렇고, 상대에게 거부할 선택지를 주지 않는 이 문장.

     모국어가 아니라 해도, 인간성이란게 문장으로 드러나는구나아.


     [과연. 그럼 치나는 어떻게든 이해한 거구나]

     [응. 그래서, '밖은 더워서 싫어' 라고 일본어로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뭐였더라... '더우니까 가자 바다' ? 라고 누군가가 말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달아올라서]


     그렇군.

     더우니까 바다에 가자 인가.

     

     치나는 러시아에서도 꽤 추운 곳에서 왔다.

     바다하고는 관계없이 더워서 괴롭다.


     그런 것도 생각치 못하고 무리하게 권유한 것이다.

     썩을 놈들이.

     

     [그래서 결국 치나는 가고 싶은 거야?]

     

     그렇다고는 해도, 난 그녀의 보호자가 아니다.

     최종 결정권은 그녀에게 있기 때문에, 그녀가 가고 싶은데 내가 멋대로 웃기지 말라며 거절을 하는 것은 번지 수가 틀린 일이다.

     그래서,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저기..... 잘 생각해보니, 해변에서 수영한다는 체험은 해본 일이 없어서 조금 전엔 거절했지만, 지금은 약간 흥미가 있어.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 가는 건 불안하니.....]


     오호. 예상 외로 약간 흥미있는 모양이다. 확인해둬서 다행이다.

     확실히 러시아에서 해수욕은 블라디보스토크나 흑해 연안 정도밖에 못한다고 들었다.

     

     치나는 계속 이어말한다.


     [그러니, 요리도 같이 와준다면......가보고 싶으려나]


     그렇게 되는가......


     뭐, 치나 혼자서 가게 둘 수 없고, 가지 말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이 계절, 해파리도 나오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훈련 때문에 죽을 정도로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으니까, 이제 와서 재미도 뭣도 없었지만....어쩔 수 없지.

     따라가 줄 테니까. 나한테는 말도 걸지 않아줬지만!


     [알았어. 다만, 더위 대책은 제대로 해]


     그렇게 전하자, 치나는 약간 기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음, 고마워. 그리고 수영복 사는 것도......도와줬으면 해]

     [알았다니까.............................뭐라고?]





     직후, 폭탄을 투하해버렸다.





     [장보기를, 도와줬으면 해. 쇼핑몰에 가는 법도 모르니까]

     [아, 장보기구나. 장보기. 라져라져]

     [특히 수영복]

     [으ㅡㅡ음음음음]

     

     뭐ㅡㅡㅡㅡ수영복은 필요하지이이이.


     [하아, 그럼 토요일이겠네]

     [응, 부탁할게]


     그렇게 약속하고서, 다시 무릎을 맞대고 공부로 돌아간다.




     2일차가 되자, 슬슬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게 된 기분이 든다.

     점심시간에는 약간 얽혀졌지만, 오늘의 학교생활은 어제와 비교하면 지내기 쉬웠다.


     


    ~~~~~~~~~~~~~~~~~~~~~~~~~~~




     학교는 끝나고, 알바 시간.


     오늘은 사무와 장교 분들 사이의 통역을 약 1시간 한 후, 수중탈출의 훈련에 참가한다.

     수륙양용차가 가라앉거나, 헬기가 추락해서 수몰되었을 때에 탈출하는 훈련이다.

     

     매달린 기체의 모형 안에 앉아서, 그걸 수중에 잠기게 하고 거기서 탈출한다.


     특수부대라면, 잠수함 수준의 수심에서 호흡기 없이 물 위를 향하는 훈련도 한다는 모양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도 당황하면 꽤 위험한 훈련인데, 인간이 아냐 그 부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앉아있던 의자 밑에서 물이 들어와서 점점 목까지 차올랐다.


     아, 위험. 훈련 시작되었다.


     일단 공기를 한가득 들이쉬고 멈춘다.

     머리까지 물이 차오르면 행동개시.


     몸을 고정하는 벨트 등을 풀고, 다음엔 작은 창을 떼어낸다.

     문은 수압과 변형에 의해서 수중에서는 열리지 않거나. 꽤 열기 힘들다.

     몇 초의 승부 속에서, 그런 불확실한 방법은 논외다.


     탈출구를 확보하면, 한 명씩 밖으로 나가서 부상.


     "푸하!"


     아무 일 없이 탈출에 성공.


     처음 무렵에는 산소통을 장비하거나, 좀 더 간단한 모형을 썼었지만, 나도 성장했다.


     기술 향상에 만족하면서, 다음 그룹과 교대하기 위해서 훈련용 수영장을 헤엄쳐서 물가로 향한다.

     참고로, 무거운 전투복은 입은 채다.

     이제 옷 입고 수영하는 건 일상다반사다.


     수영장에서 올라와서, 다음 그룹을 견학하기 위해 물가에 앉는다.


     [그러고 보니 이오리, 크리스티나는 어떤 느낌이었지?]


     같은 그룹인 리암이 옆에 앉아서 물어봤다.


     여전한 근육질이구나.


     [일요일에, 반 친구들과 해수욕을 가기로 했더라. 나도 동행하지만. 그리고 며칠 동안 그를 위한 쇼핑도 해야 돼]

     [그렇군, 쇼핑인가. 그러고 보니, 이유야 어쨌든 너희들 첫 데이트가 아닌가?]


     그렇게 듣자, 한순간 얼어붙었다.



     어, 이거 데이트가 되는 건가?



     확실히 잘 생각해보니, 휴일에 남녀 둘이서 장보기라니, 데이트.......일지도.

     아니아니아니! 이제부터는 필수품의 장보기 등을 이유로, 둘이서 나갈 일이 꽤 있을 것이다.

     일일히 데이트라고 듣고서 긴장할 수 있겠느냐!


     [아니겠지. 단순한 쇼핑이라고. 쇼핑]


     그래. 이게 결론. 이걸로 된 거다.




     [하아..... 너 진짜 그런 면으로 고지식하구만]




     뭔가, 어이없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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