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에서 선택과목으로 한문을 수강하고 있었다.
한문 수업은 인기가 없어서 한 학년에 단 두 명밖에 선택하지 않는 과목이었다.
백거이(白居易)가 쓴 '장한가(長恨歌)'의 한 구절이다.
하늘에서는 우리 둘이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우리 둘이 연리지가 되자.
"비익조'는 눈과 날개가 한 개씩밖에 없어서, 수컷과 암컷의 새가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상상 속의 새죠. 반면 '연리지'는 뿌리는 다르지만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붙어 있는 가지를 뜻합니다."
"음, ...... 사랑의 노래인가요?"
"그에 가까울 것 같네요."
사이좋은 남녀의 비유로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생겼지만, 사실 '장원가(長恨歌)'는 헤어진 두 사람의 '슬픔'을 노래한 노래다.
"멋진 말이네요."
그것을 밝히는 것은 야박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 그래)
나는 왜 마이너 한 '한문'이라는 수업을 선택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열심히 공부하던 나는 학급위원을 강요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보상이 없는' 일도 해야만 했다. 내 일에 반 친구들을 끌어들일 만큼 요령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한문'은 - 거의 외면당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 그런 학문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때는 그냥 공부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설마 이세계에 와서 '비익연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 줄이야 ......)
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 그런 것들을 동경하게 되네요. 하지만 제 발걸음으로는 분명 따라잡을 수 없을 거예요."
아샤가 툭 던진 말이다.
"아샤?"
"...... 레이지 씨는 왜 ......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돕고 큰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예?"
"큰 뜻이 있어서? 나라를 세우거나, 무예를 익히거나, 마도의 길을 걷거나 ...... 당신이라면 그 어느 것도, 아니,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 다리로는........"
말하려던 아샤는 입을 다물었다.
"...... 죄송해요, 이상한 말을 했네요."
그 후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의 일도 그렇고, 아샤는 분명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그녀는 견뎌내고 있다.
왕족은, 정말 무거운 신분이구나 .......
"저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을 뿐이죠."
무슨 말을 해도 그녀가 만족할 만한 대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불성실한 것 같았다.
"저는 눈앞에 있는 일로도 바빠요. 아샤가 보기에는 마법을 부리거나 뭔가 대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 이 모든 것은 매일매일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든 것뿐입니다."
"매일매일...... 연습을? 레이지 씨가요?"
"예. 아무리 긴 여정이라도 모든 것은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확실하게 걸어가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진심이었다.
문제집에 달려들어 하나하나 빈칸을 채워나가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다.
그때의 성취감이 나는 좋았다.
그 정도밖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 ...... 런가요."
"그렇지요."
"저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까요 ......"
아샤가 내게 물었다.
하이엘프 왕족이고, 이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고,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구나, 라며 나는 묘하게 감탄했다.
"당연하죠."
그래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지금쯤 키미드리고룬 씨도 마술 연구를 .......
"아"
그때....... 천지개벽처럼 번뜩였다.
달걀. 비어있는 알과, 속이 있는 알. 죽은 달걀과 살아있는 달걀.
구별하는 방법.
"아앗!"
있었다. 알을 구별하는 마도구가.
용인의 도시에.
나는 키미드리고룬 씨의 얼굴과 '삶은 알 판별기'를 떠올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