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부 164화 일방적인 선행(1)
    2023년 02월 26일 09시 48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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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말의 좋고 나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입이 화근이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화근이 되는 것은 일상에서나 정치에서나 SNS에서나 마찬가지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사람이 인간관계를 크게 망가뜨리는 요인. 그것이 바로 말. 하지만 말이다.

     "에~, 아~, 음~, 오늘이 해변학교도 마지막 날이니까. 다들 쓰레기 등을 남기지 않도록 잘 치우자."

     "그, 그래! 우리 학생들의 행동이 캠프장 관리자 분들의 평가와 직결되는 만큼, 폐를 끼치거나 심기가 불편해지면 내년도 이후의 해변학교 개최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말하고 싶다. 정말 말하고 싶다. 어젯밤은 즐거웠죠? 라고. 결국 새벽에 모두가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돌아온 고리우스 선배와 와셔 선배는 바다에라도 들어갔는지 왜인지 머리가 젖어 있었다.

     해변학교 셋째 날 아침, 체조를 하는 와셔 선배의 움직임이 어딘가 어색한 걸 갸루 3인방은 실실 웃는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어서 두 사람이 불쌍해 보였지만, 뭐, 이 정도는 어쩔 수 없겠지. 왜냐면 캠프파이어 중에 빠져나갔다가 그대로 아침에 돌아왔으니까.

     아침 체조와 아침식사를 마치고서, 오전에는 어젯밤에 했던 바비큐와 텐트 뒷정리를 했다. 그리고 11시가 되면 다시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집단 전이 마법을 써서 학원으로 돌아온 다음 해산하는 식이다.

     그래서 돌아갈 때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 눈을 피해 반 군의 일행이 A급 마물에게 습격당했다는 숲 속 현장을 몰래 찾아갔다.

     "헤이 셰리, 마물의 마력 흔적은 스캔할 수 있겠어?"

     "맡겨주십시오 도련님. 마력 패턴 스캔, 분석 완료. 언제든 탐지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을 열고 물어보니, 만능 노집사는 기대했던 대로 대답을 해 주었다. 정말 편리하해, 초고대 문명의 초과학 기술.

     뭐? 쓸데없이 거추장스러운 움직임은 그만두는 거 아니었냐고? 크흠.

     "역시. 마물의 현재 위치는?"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몇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인적이 드문 산간 지역으로 피신해 있는 것 같습니다. 마력 반응 미약. 아마 쇠약해진 것 같아서 가만히 놔둬도 언젠가는 죽을 것 같습니다만."

     "목적지까지의 시간은?"

     "몇 분만 주시면 바로."

     "OK, 부탁해, 셰리"


     "신속하고 정중하게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불과 1분여 만에 캠프장 상공에 도착한 스텔스 기능 발동 중인 빅투루유 호 내부로 전송된 나는, 그대로 정말 몇 분 만에 캠프장에서 꽤 멀리 떨어진 산림 속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미노타우로스가 아닌데? 그냥 미노타우로스라면 B급 정도야."

     "아마 그 상위 종인 그랜드 미노타우로스, 그 변종일 것입니다. 일반 그랜드 미노타우로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력한 얼음 속성의 마력이 느껴지는군요."

     숲 속에 누워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하는 거구의 미노타우로스. 소 수인과의 뚜렷한 차이점은 발이 발굽이라든가 옷을 입지 않았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쨌든 이 녀석은 괴물이다. 세뇌된 소 수인 같은 게 아니다.
     키는 3m나 될까? 날개가 없는 만큼 하인즈 스승님보다 작아 보이지만, 스승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근육 덩어리로 이루어진 것처럼 두툼하고, 아마 내 애장품인 소도(小刀)인 쿠로사기로 찌르면 칼날이 부러질 것 같을 정도의 천연 근육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피클스 님의 빛 속성 마법이나 로사 님의 얼음 속성 마법에 당했을 것이다. 갈색 털은 타거나 상처가 나거나 살이 찢어지고 유혈도 적지 않은데,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은 오른쪽 눈이 뭉개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물리 방어력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근육질의 괴물과 맞서려면 안구나 입안 등 약점을 노리는 것이 상식일 테니, 전법으로는 옳은 선택이다. 그리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짓밟히지 않은 쪽의 왼쪽 눈이 보라색으로 발광하는 마력의 빛을 띠고 있는 것이다.

     "어둠의 마법에 의한 세뇌인가. 역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녀석을 폭주하게 만든 것 같네."

     "그런 것 같습니다. 마력의 잔여물을 스캔, 분석 완료. 빅투루유 호를 통해 스캐닝 범위를 넓혀 현재 위치를 탐사하겠습니다."

     "응,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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