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부 162화 엉덩이를 걷어차주는 고마움2023년 02월 25일 17시 46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해변학교 둘째 날 아침은 체조로 시작했다.
"저기, 미안하지만 포크 군. 괜찮은가?"
"예, 어떻게든요."
고릴라 선배의 코골이가 너무 심해 잠을 못 자게 된 우리 다섯 명에 더해, 잠버릇이 좋지 않은 것이 발각된 선배의 피해를 입은 나까지.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들이 몇 명 있다. 어느 텐트에서나 코를 고는 조원들의 피해는 비슷비슷했을 것이다.
"아침이 되어서야 깨달았는데, 방음 마법을 걸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오늘 밤은 확실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미안하지만 잘 부탁한다..."
어젯밤의 수제 카레와는 달리 아침에는 도시락이 지급되어 그걸로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몇 조로 나뉘어 캠핑장 주변 숲 속에서 하이킹을 한다.
그 도중에 이 근처에는 서식할 수 없는 위험한 A급 몬스터가 난입해 소동이 벌어졌었지만, 반군과 로사님, 그리고 피클스 왕자와 그를 인솔하는 민트 선생님이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격퇴했다고 한다. 그래, 그게 4인 파티구나...
오오, 정석이라고 정석. 우리 조는 그들과는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역시 이 세계의 주인공은 반 군이구나, 라며 과거 다른 세계선에서의 일이 떠올라 감회에 젖어본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변학교를 중단하지는 않네요"
"셋째 왕자를 필두로 한 학생들이 협력해서 위험한 A급 몬스터를 물리친 거다. 질책은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학생들의 칭찬의 목소리가 더 컸다지. 어이쿠, 패스다."
"아하, 셋째 왕자의 활약을 교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는 거네요."
"물론 캠프장의 관리 책임은 묻겠지만, 애초에 인간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A급 몬스터의 행동을 관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몬스터를 막기 위한 결계 같은 건 쳐져있지 않았나요?"
"여긴 학원이 아니니까. 시중에서 파는 마물 퇴치제로는 A급 몬스터에게는 효과가 없었을 거다."
A급 몬스터의 습격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캠프장으로 소환된 우리는 오후 내내 텐트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듣자 하니, 왕국 기사단과 학자 길드가 긴급 조사를 하러 온다고 한다.
우연히 A급 몬스터와 마주친 그룹에 우연히 피클스 님과 반 군의 조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우연이 너무 겹쳐서 운명이 바뀐 것 같은 상황 덕분에 격퇴할 수 있었지만, 다른 반이었다면 인솔 교사까지 학생들이 모두 죽었을 가능성 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으니까.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학생회장인 와셔 선배도 교장에게 불려가서 자리를 비웠고, 텐트 안에는 나와 고리우스 선배, 그리고 여자 삼총사가 지루하다며 2학년 선배가 가방에서 꺼낸 카드놀이를 하면서 나와 고리우스 선배는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있다.
"포크, 잠깐만 괜찮을까?"텐트 지퍼가 열리며 얼굴을 내민 것은 린도였다.
"오? 린도 씨 아니세요? 무슨 일인데요?"
"됐으니까, 잠깐 좀 보자."
"... 죄송합니다 선배님, 잠시만 나갈게요."
"그래, 조심해."
그녀의 얼굴이 여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라 사정을 짐작한 나는, 고리우스 반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여자 삼총사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눈빛을 보였지만, 린도의 순혈 용족이 뿜어내는 위압감 넘치는 불쾌한 기운에 입을 다물고 있는 듯했다.
"이상하지 않아? 자랑은 아니지만, 여기에 내가 있잖아. 보통 야생의 마물이나 동물들은 내 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무서워해 가까이 오지 않을 텐데......."
"우연히 학생들이 야영을 하는 날, 우연히 셋째 왕자가 있는 그룹이 원래 있을 수 없는 마물의 습격을 받았다. 그것도 당신이라는 특대형 마물 퇴치제가 있는데도 말이죠."
방음결계와 엿보기 방지 결계를 펼쳐서 누군가가 말을 듣거나 텐트 밖에서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한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맞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보니 저 침입한 괴물이 미친 듯이 난동을 부렸다고 하더라. A급으로 분류될 만큼 강하고 영리할 것 같은 몬스터가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쳐버리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미쳐버렸을 가능성, 그렇군요. 어둠마법, 마도구, 약품.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지요."
"투기대회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정말 인간이란 게 귀찮은 존재구나"
"정말 그래요."
요컨대 이번 사건은 또다시 제1왕자파의 음모, 혹은 피클스 왕자를 죽이고 싶은 악의적인 제삼자가 인위적으로 일으킨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어. 이런 학원물에서 위험한 몬스터가 학교 행사에 난입해 주인공이 치트키를 써서 무쌍을 찍는 건 약속이나 다름없는 정석이자 왕도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런가, 반 군을 위해 세계가 마련한 이벤트가 아니라 목표가 제3왕자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던 거다. 가뜩이나 투기대회라는 전례가 있었는데 나도 참.
그렇구나, 그래서 일부러 기사단 뿐만 아니라 학자길드까지 소집한 거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금방 떠오르는 일인데, 지적받기 전까지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생각의 정체는 쇠퇴의 시작이다. 생각을 멈춘 자에게 미래는 없다.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생각의 정지로 머릿속에서 어차피 그럴 거라고 단정 짓고 별다른 의심도 하지 않는 내가 바보인가. 언제부터 그런 멍청이가 되어 버린 걸까, 나는. 요즘 조금 느슨해지지 않았어? 조금 강해져서 치트 스킬을 받았다고 해서 여유를 부리고 잘난 척하다니, 그런 식으로 하면 언제 발목을 잡혀도 이상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린도 씨,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기분이에요."
"됐어. 네가 나태해져도 곤란하니깐. 학교 행사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그 정도는 잘 지키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네 친구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귀가 따가워서 아무 말도 못하겠네요.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인간이란 아무리 훌륭한 녀석이라도 몇십 년만 한눈을 팔면 어느새 타락해 버리는 존재니까. 네가 그렇게 되는 건 나도 할아버지도 보고 싶지 않다구?"
"...예..."
들떠서 날뛰는 녀석에게 좋은 일 따위는 찾아오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안 되겠구나, 나는 진짜 안 되겠구나. 그런 못난 나에게 이렇게 제대로 한 마디씩 주의를 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맙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정말이지, 나는 인간관계에 너무 많은 복을 받은 것 같아.
그런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남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자, 이제 어쩐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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