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59화 내부 분열을 가볍게 규합하다(1)
    2023년 02월 26일 01시 58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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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바깥의 소동 따위는 알 여지도 없을 소란스러움.

     무례하게도 술에 취해 뛰노는 소리가 주막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영주관에도 들릴 정도다.

     "흡, 흡, 흡....... ...... 후우, 흡!"

     그 도시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스쾃에 매진하는 하쿠토.

     흐르는 땀을 그대로 흘리며 훈련에 열중하는 그를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지루한 듯이 멍하니 바라보던 오스왈드는, 기계를 보고 드디어 입을 연다.

     "...... 이런 때까지 연습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내일은! 세레스 님도! 출전하신다! 기합을! 넣어야지! 응!"

     가로등 불빛에 의지할 수 없는 문 밖에서, 스쾃도 적당히 끝내고 잔해 위에 놓여있던 수건으로 땀을 닦아낸다.

     "휴, ......"
     "하지만 우리 부대는 아스라 씨가 주도해서 싸우는 거잖아요? 너무 앞서 나가면 위험하니까 이번엔 그냥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 나는 너무 아스라에게만 맡겨서 싸우는 건 ...... 좀 그래. 무서워서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야."
     "아까 에리카도 말했었죠. 등 너머로 '남에게 기대어 휘두르는 칼 같은 건 안 갖고 있어'라고 폼을 재며 말했습니다."
     "...... 그건 좋지 않아. 그라스 씨의 이상한 부분만 물려받았다니까. 공주가 말하기엔 너무 남자 같다고."

     어이없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하쿠토가, 쉴 틈도 없이 접혀있던 사다리 같은 걸 펼친다.

     "좋아, 다음 것을 해보자."
     "...... 새삼스럽지만, 이왕 할 거면 마당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까부터 가끔씩 지나가는 취객이 무서워하고 있으니까요"
     "아니, 가급적이면 여기가 좋겠어.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뭐 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 사람이라면 저도 만나고 싶어요."

     흑기사에게 기술을 배웠을 때처럼 기쁨을 드러낸 하쿠토는, 수수께끼의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라스나 흑기사처럼 마력을 다루는 데 능숙한 남자로, 파괴력이 뛰어난 새로운 기술도 그 남자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오스왈드는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출현한 비정상적인 강자들이 무슨 원인인지, 아니면 무슨 징조인지를 혼자서 남몰래 생각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새 하쿠토가 훈련을 재개하고 있다.

     훈련 훈련이라며 시끄럽게 떠드는 에리카와 오즈왈드에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5분 만에 만들어 준 그라스 특제 사다리 위를 특별하고도 경쾌한 발놀림으로 달려 나간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더 세밀하게.

     피로에 지친 다리로 인해 다소 부드럽지는 않지만, 고뇌의 끝을 향해 달려가듯 허벅지를 들어 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마치 내일이 휴일인 것처럼 운동하네요)

     "하아, 하아, 하아 ......"

     다섯 번은 왕복했을까.

     땀을 쉴 새 없이 흘리며 무릎에 손을 얹고 잠깐의 휴식시간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너희들,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먼저 돌아온 아샨시아 일행과는 별도로 함정을 몇 군데 설치한 모양인 소우마와 랜스도 말을 타고 다가왔다.

     "단련이야. 매일매일 정진해야 하니까."
     "이렇게 매일 계속 서 있어서 피곤한데도 단련이라고~! ...... 미쳤어? 차라리 잠을 자는 게 낫지 ....... 나도 자고 싶은데......."
     "그런 것보다 보고를 들었는데 사실이야?"

     소우마와의 대화에도 익숙해졌는지 하쿠토가 담담하게 묻는다.

     "고블린만 해도 1천에 육박하고, 게다가 ...... 트롤이, 그 ......."
     "진짜다. 벌레처럼 많은 고블린도, 트롤 몇 마리도......."
     "아 ...... 그렇구나."

     경쾌하게 말에서 내려온 소우마가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즉석에서 대답했다.

     이를 들은 하쿠토와 오스왈드의 표정이, 몇 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험악해진다.

     이쪽의 병력은 삼백여 명이다.

     안에는 브렌을 노리는 배신자를 떠안고, 밖에는 고블린 무리와 여러 종류의 마물들이 있다.

     게다가 인간형 마물 중에서도 포식자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합할 괴물인 트롤까지.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아샨시아 일행이 유적지에서 발견한 트롤의 시체였다.

     "............"
     "...... 걱정 말라고."

     안색이 좋지 않은 하쿠토와 오스왈드의 머리에 차례로 손을 얹고서, 고삐를 잡은 소우마가 담담하게 말한다.

     "너희들은 죽지 않아. 사투를 겪어본 내가 아니라도 알 수 있어. 이번엔 승률이 꽤 높을 거야."
     "그래, 소우마 씨 말이 맞다. 왜냐면, 머리와 장수가 다 모여 있으니까."

     소우마를 뒤따라 말을 천천히 걷게 하는 랜스도 말한다.

     머리는 두뇌인 셀레스티아를 가리키고, 장수는 아스라를 가리키는 모양이다.

     "대규모 전투는 대부분 참모들의 전략이 승패를 좌우한다. 이번엔 우리보다 훨씬 강한 일당백의 장수도 있으니, 확실히 시종일관 우세하게 싸울 수 있어. 당연히 기세가 좋으면 그만큼 피해도 줄어들 거고"

     자신들은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랜스의 모습에, 두 소년은 단숨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야, 이제 단련은 됐잖아. 우리는 이제부터 다시 전투 준비에 돌입할 테니까, 고맙게 자기나 해."
    "아, 알겠습니다."

     난폭하게 등을 두드리며 하쿠토 일행을 쫓아내듯 저택 안으로 보내버렸다.

     "............ 아스라 씨의 근처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그래 ...... 너는 무리하게 싸우지 않아도 되지? 좋겠다~."
    "왕녀님들이 전사라도 하면 대륙을 건널 수 없게 될 거야. 함께 싸워야 하는 건 똑같아."

     두 남자는 급히 달려온 병사에게 말을 맡기고는 먼저 식사를 하러 간다.

     "오랜만에, 한번 해볼까 ......"

     랜스를 들고 걸어가는 소우마의 손끝이 파직하고 튕겼다.

    "......그보다 말이야 ......"
    "...... 응, 감기라도 걸렸나 싶었지만, 소우마 씨도 느끼고 있다면 기분 탓은 아니겠네."

     둘 다 긴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피부에 소름이 돋은 모습을 바라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한기가 멈추지 않아. 추위도 아닌데 ...... 왜일까?"

     전쟁 전의 긴장감 따위는 이미 익숙해져 있고, 두려워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 머무는 전사라고 부를 만한 모든 무예가들은, 그 시간 일제히 추위를 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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