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요 ....... 저기, 레이지 씨. 저도 같이ㅡㅡ"
"물론, 아샤도 함께 가야죠."
불안해하던 아샤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네!"
같이 가는 데는 위험도 따른다.
하지만 그렇게나 외로움을 느끼게 한 이상 어쩔 수 없다.
레프인 원사에게도 물어보자. 아샤를 절대 데려가지 말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
수메리아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를 데려가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중이다.
"...... 너는 이 도시에 있는 게 최선이야."
키미드리 아빠가 미리 말하자, 수멜리아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자기가 말할 때는 유아틱한 말투였지만, 이쪽 말은 80% 정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시러."
분명하게, 아무런 오인도 발생하지 않는 부정의 말을 수멜리아는 내뱉었다.
"그 사람한테 할 일이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네 역할."
"시러."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키미드리 아빠는 팔짱을 끼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키미드리 아빠에게 말을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를 데리고 온 것도 나였고, 또다시 여기에 남겨두려고 하는 것도 나니까.
"수메리아ㅡㅡ"
"레이지 씨"
나를 막은 자는 키미드리 엄마였다.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내가 말하지 않으면 분명 수메리아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수메리아, 수메리아, 너 역시 바깥이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 레이지 씨는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단다. 하지만 너는........"
"시러어어어어어어어!"
큰 소리로 말을 가로막은 수메리아는, 일어서서 음식물로 더러워진 손가락으로 아샤를 가리켰다.
"응! 응!!"
분명 아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말한다. 수메리아보다 어린 아샤를 데려가는데 왜 자신을 데려가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각오가 되어 있단다. 그녀는 자신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 그런 각오를 가지고 있어."
어.
아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예상치 못한 키미드리 아빠의 무거운 말에, 나는 아샤를 바라보았다. 아샤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러! 시러시러시러! 시러~!"
수메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외치더니, 식당을 뛰쳐나갔다.
그녀를 데리고 온 이후 이렇게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조금 지나자 죽을 것 같았던 피부색도 좋아지고 입술도 윤기를 되찾았다. 천부주옥을 빼낸 덕분임이 분명했고, 기억의 장애는 남아있지만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그만큼이나 회복된 것이다.
"...... 왜 제게 말하게 두지 않았지요? 제가 말했으면 수메리아도 납득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키미드리 엄마가 말했다,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 너도 아직 어린애니까."
문득 그 순간, 키미드리 엄마와 나의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울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느낌이었다.
(아직 어린이인가 ......)
이렇게 어린이 취급을 받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키미도리 엄마는 내가 한 일을 내가 매듭짓는 것, 그것을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메리아와의 추억은 가시 돋친 기억으로 남기지 않는 게 좋다. 여기 남아있는 우리는 얼마든지 수멜리아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까. 너희들은 걱정 말고 떠나거라."
키미도리 아빠도 그렇게 말해주었다.
"감사...... 합니다."
그 배려에서 따뜻함을 느끼면서도, 나는 여전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