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38(1)

 

 내리쬐는 햇볕이 강렬해서, 그야말로 한여름의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아무래도 [앞세계]와 [뒷세계]는 계절이 같은 모양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목욕을 하고 싶어 하는 용인족들이었지만, 그들은 목욕을 통해 탈피할 때 남은 비늘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 게다가 그것은 인간 종족인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서 - 공중목욕탕은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제 목욕을 몰랐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여......"

 녹색 장로가 빙긋이 웃는 것을 보고, 나는 혹시 내가 그들에게 엄청난 것을 가르쳐 준 것은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뭐, 그냥 목욕탕일 뿐인데.

 "그럼 생각나는 한 가장 오래된 거주지가 여기라는 뜻이군요."

　오늘 나는 용인의 도시에서 가장 아는 것이 많은 장로들에게서 다시 한 번 정보를 듣고 있다. 참고로 그들은 목욕탕에서 둥둥 떠 있고, 나는 목욕탕 밖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더 이상 비늘이 남아있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장로들은 매일 이곳에 온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라=피차의 발자취였다.
　그가 어떻게 [앞세계]로 건너왔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로들은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용족의 거주지 중 가장 오래된 곳을 알려줬는데, 그곳은 크루반 성왕국의 성왕도 근처였다. 지하도시와도 다소 가깝다.

 (하지만 ...... 엘이 말한 부분에서 신경 쓰이는 면도 있었어)

　성왕국의 특급사제인 토끼, 엘은 이런 말을 했다.

　ㅡㅡ에, [뒷세계]는 현재 관찰할 수 없습니다. 태고적에는 왕래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왕래를 막기 위해 세계를 잇는 문을 닫아 버렸다더군요.

　태고의 옛날이 얼마나 오래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것이 라=피차가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이전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보다 '문을 닫았다'라면 누가 '문'을 조종하는 거냐고? 신인가. 신이겠지?)

　마법이나 천부주옥 등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이 가득한 이 세상이니 신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은의 저울'의 논 씨는 교회에 소속되어 있으며, 교회는 신을 믿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실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메리아 씨, 적어도 숟가락은 사용해서 드세요."
 "............"
 "말을 걸면 대답을 하세요"
 "............"

　키미드리 아빠의 저택 식탁에서 맨손으로 밥을 먹는 수메리아에게 아샤가 주의를 주지만, 수메리아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는 유아퇴행한 수메리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저렇게 내버려 두면 위험할 것 같아서 데리고 온 거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의 말을 잘 듣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 전 들어보니 수멜리아에게 부모가 없다고 한다. '이미 죽었다'는 말을 무심코 들었는데 - 반대로 말하면 그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아샤가 의욕을 갖고 수멜리아를 교육시키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자자, 천천히 배워 나가면 되는 거다!"
 "그래, 그래, 우리 아들도 돌봐줄 필요가 사라니까~ 외로웠어~ ......"

　키미도리 아빠와 키미도리 엄마가 말했다.

 "ㅡㅡ레이지 군, 이 도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나?"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런가, 내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눈치챘나 보다.

 "무슨 말씀이세요, 레이지 씨?"

　아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수메리아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 실은 최대한 빨리 나가려고요. 아샤와는 식사 후에 상의할 생각이었어요."
 "목적지는 정해졌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선 가장 오래된 거주지로 향한다고 말했다.
　그곳에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없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래도 다른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 가볼 수밖에 없었다.
 '미지의 땅 카니온'에 균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곳의 탐사는 라=피차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 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천만한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