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36 레프 마도제국 레드게이트 최전선
    2023년 02월 25일 08시 59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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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단과 1만 명의 기병이라는 원군은 레드게이트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레프 마도제국 국민과 모험가들에게 큰 안심을 가져다주었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오면 큰 소란이 일어날 수 있다.
     왜냐면 사람 뿐만 아니라 말들도 있다.
     이동 속도를 우선시해 기병을 운용한 결과 최전방 기지에 수용할 수 없어서, 크루반 성왕국군은 멀리 떨어진 언덕에 진을 치게 되었다.
     맞은편 언덕에는 키스그란 연맹의 선발대 3천 명이 진을 치고 있고, 앞으로 9만 7천 명이 추가될 것이니 이 일대의 초목은 죄다 말에게 먹힐지도 모른다.
     참고로 광천 기사왕국은 1천 명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지원 규모가 커지자 1천 명으로만 하는 것은 '체면상' 문제가 있어 클루반 성왕국과 같은 1만 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나는 전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대규모로 하는구나 ....... 이러니 사람이 많이 죽을 수밖에."

     1만 명이 넘는 군대가 진지를 구축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단테스가 말하자, 루루샤가 대답했다,

     "하지만 다행이다. 전력이 많으면 전선을 밀어붙이는 데 도움이 되니까."
     "그렇겠지. 지금은 낮에 몬스터를 많이 쓰러뜨려도 밤이 되면 물러나야 해. 하지만 공격과 전선 기지 건설을 병행할 수 있다면 공략은 단숨에 진행될 것이고."
     "............"
     "왜 그러지? 복잡한 얼굴로..."
     "...... 사실 나한테도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응? 당신이? 설마...... 전선에서 검을 휘두르는 건가?"

     단테스의 질문에 루루샤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니. 내 일은 미궁 공략이다."
     "왜 지금 미궁 공략 얘기가 나오는데?"
     "붉은 균열의 출현에 '구정의 미궁'이 관여하고 있는 건 분명한 일이지? 레이지 씨가 남긴 '경외의 미궁' 벽화만 봐도 알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미궁에 침입해 붉은 균열을 통제할 수 없는지 조사하는 거다."
     "하하하 ...... 그렇군."
     "가능하면 '은의 저울'멤버들도 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
     "그건 상관없어. 어때?"

     동의를 구한 것은,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이야!"

     미미노였다.

     "붉은 균열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 레이지 군을 찾으러 갈 수 있어."
     "후후. 다들 레이지 씨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레이지 군은 단테스와 논의 은인이며, 둘도 없는 ......"

     미미노가 말하려고 했지만,

     "동료? 음, 그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사실상, 아들이잖아."
     "그렇게 나이 차이는 안 나! 남매 정도인걸!"

     미미노가 웃으며 대답하자 단테스가 웃는다.

     "하하하, 미안, 미안. 그런데 저쪽은 회의가 끝난 것 같은데."

     그가 가리킨 곳은 비행선 '월하미인'의 갑판이었다.
     황제를 비롯해 제국의 높아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아바가 있다.
     그들과 함께 걷고 있는 것이 파란 머리가 눈에 띄는 그렌지드 공작, 그리고 놀라운 미남인 쉬리즈 백작이다.

     "...... 저기, 레이지에 대해 저기 있는 백작에게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단테스 일행은 크루반 성왕국에서 레이지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듣고 있었다. 레이지의 입에서 백작에 대한 욕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분명 저쪽도 레이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까, 단테스는 생각했다.

     "절대 안 가르쳐줘."

     즉시 미미노는 부정했다.

     "저렇게 귀엽고 똑똑하고 씩씩한 레이지 군을 쫓아낸 크루반의 사람한테는 레이지 군에 대해서 절~대 안 알려줄 거야."
     "이봐, 미미노 ....... 레이지가 저기 있는 백작의 아가씨를 엄청 신경 쓰고 있었잖아. 소문에 의하면 아가씨도 데려온 모양이라고. 저 녀석들도 저 녀석들끼리 레이지를 걱정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어?"
     "안 돼!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어이, 미미노 ......"
     "안 돼!"

     팔짱을 끼고 돌아선 미미노.
     단테스는 '아가씨'라는 단어를 꺼낸 순간, 미미노의 태도가 더욱 굳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실언이었구나.)

     레이지가 신경 쓰고 있던 것은 백작가의 아가씨였다. 그 아가씨에 대해서는 레이지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미미노는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미노 입장에서는 그 아가씨는 보호받을 만큼 받아놓고, 왜 레이지를 보호해주지 않았을까 생각했겠지)

     미미노의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뭐, 아가씨도 12살이다.
     12살 아이한테 그렇게까지 요구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그 아가씨가 보이지 않는데)

     갑판 위에는 소녀의 모습이 없었다.





        ★ 월하미인 객실 ★





     그 아가씨는 레프에게 안내를 받아 객실로 왔다.
     그녀한테도 호위하는 성왕기사단 기사가 딸려 있었는데, 그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문을 두드린 후 실내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것은 흰 가운을 입은 레프인이었다. 그 초로의 의사는,

     "오, ...... 인간족의 손님이 오다니, 참 드문 일인데. 환자는 방금 잠이 들었다네."

     라고 말하고는 다음 환자를 진료하러 갔다.
     방에 남은 것은 에바와 환자 둘뿐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에서 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잠들어 있는 자는, 에바보다 5살 정도 많은 소녀였다.

     "이 분이 ...... 지금의 전선을 지키고 있는 특별한 천부를 지닌 분 ...... 라르크 씨."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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