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34 월하미인(2)
    2023년 02월 25일 00시 25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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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는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군사국장을 보며 제발 좀 봐 달라고 간절히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황제에게 들키고, 솔직하게 말하면 군사국장이 화를 낸다. 상사는 도통 도와주지를 않는다.

     "우리 군대에는 하늘이 있다! 하늘에서 싸우면 성왕국군 따위는 무섭지 않다!"

     성왕국은 원군을 보내주는 것이지 전쟁을 하는 상대가 아닌데, 그렇게까지 윽박지르자 '부국장'이라는 한 단계 낮은 위치인 아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라고 다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군사국장. 적군은 클루반이 아닐세."
     "그, 그것은 ...... 맞습니다. 실례했니다, 황제 폐하. 제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에 그만 ......"
     "됐다"
     "폐하의 혜안에는 감탄하였습니다"

     숙인 머리에서, 의미 없는 아부가 들려온다.

     (도대체 이게 뭐야 ...... 이런 멍청한 대화를 할 여유는 없는데.......)

     라고 아바가 생각하고 있자,

     "아바여, 고개를 들라. ...... 왜 이런 멍청한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생각했지?" 
     "예. ㅡㅡ아, 아니, 그런 것은."

     무심코 동의한 아바가 당황하며 양손을 흔들며 부정하자,

     "방금 자네와 군국장이 말한 대로일세."
     "......예? ㅡㅡ앗!"

     아바는 놀랐지만, 황제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다.

     "성왕국의 목적이 비행선입니까. 그렇군요. 지상전은 강하지만, 하늘은 우리가 압도합니다. 그렇다면 성왕국은 외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비행선이 필요할 터....... 아주 간절하게."
     "그런 게다.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도 우리 제국에 은혜를 갚아 한 척이라도 더 많은 비행선을 얻고 싶은 것과, 기왕이면 비행선 기술자를 끌어들이려는 속셈이겠지."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말로 표현해 보니 이보다 더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다.

     (이 분은 대단하다. 선대나 선선대의 제국을 발전시킨 폐하와 자주 비교되고 폄하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분의 대단함은 이렇게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야말로 이 제국의 위기에 있어야 할 황제다.)

     아바는 속으로 혀를 찼다.

     "......폐하의 마음, 알겠습니다. 내일의 협의는 어떻게 하면 전후에 성왕국의 요구를 비행선에서 멀리 할 것인가가 초점이 될 것 같군요."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군. 하지만, 비행선을 넘겨주는 것은 인색할 생각이 없네 ."
     "그렇다는 말씀은?"
     "우리의 기술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걸세. '구정의 미궁'의 해방. 그리고 저 붉은 균열...... 비행선을 넘어선 무언가가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궁관리국 국장도 이곳에 오게 했느니라."
     "!"
     "비행선 따위는 얼마든지 만들어 주어도 좋네. 우리가 차세대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말일세......"

     불현듯 아바의 눈에 황제의 모습이 크게 보였다.
     이 황제는 제국 존망의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여전히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대로 망국의 황제가 될 것인가, 아니면 희대의 영웅이 될 것인가?)

     자신의 운명도 이 노인과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억제할 수 없는 떨림이 밀려왔다.
     그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측근들이다.
     몸을 조이는 듯한 중압감을, 아바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내일 있을 성왕국과의 회담에 대한 투쟁심도 - 자신에게 이런 감정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정도로, 뜨겁고 맹렬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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