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35 월하미인 전략회의실(2)
    2023년 02월 25일 00시 54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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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왕국은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최종 목표는 레드게이트의 봉쇄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네. 지금은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레드게이트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관찰할 수도 없는 일. 1단계는 전선 강화, 2단계는 관측팀에 의한 분석. 3단계는 붉은 균열의 연구. 4단계는 봉쇄작전 ......, 이 4단계로 생각하고 있네."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한동안 전선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지금 제국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나라가 회복될 때까지 귀국의 호의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네만." 
    "물론 그럴 겁니다.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렌지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즉, 역으로 말하면 제국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달라고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든든한 말씀, 감사하네. 하지만 경도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전투에 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제안하건대, ...... 보답은 우리나라의 최신예 비행선인 이 '월하미인'으로 하는 것이 어떤가?"

     이 말에 사전에 이야기를 듣지 못한 중신들이 입을 쩍 벌렸고, 영웅장을 들고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무심코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것은 ...... 감사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렌지드 입장에서는 먼저 보상을 이야기하는 데다, 그 내용이 지금까지의 제국이라면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미리 약속을 하는 것으로 마음껏 용맹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저렴한 것이 있을까. '월하미인' 하나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면야."
     "그렇군요 ......"

     팔짱을 낀 그렌지드였지만,

     "알겠습니다. 그럼 본국에 그렇게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반대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맙네."
     "실은 실제로 전투를 치르고 나서 상황을 파악한 뒤 제안하려고 했습니다만.......한 가지, 이쪽에서도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이라는 말에 황제는 경계했다.
     이미 성왕국에 들어와 있는 백성들의 이주를 허용하라는 뜻인가? 아니면 '월하미인'을 움직일 수 있는 정비사도 달라는 뜻인가?
     경계와 함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붉은 균열에 접근하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부디 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

     황제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만큼 황제는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지금, 뭐라고 ......?"
     "[뒷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면, 건너가고 싶습니다."
     "............"

     황제가 그렌지드 옆에 있는 백작을 바라보니, 눈썹이 수려한 백작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 공작, 진심이다.

     "...... 도대체 어이하여 그런 생각을 했는고?"

     너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은인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렌지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을 위해 저는 스스로 최전선으로 가기로 결심했고, 여기 우리 군의 비밀병기라 할 수 있는 에바를 데리고 온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자리에 걸맞지 않은 소녀가 있었음을 황제는 떠올렸다.
     에바는 아버지와는 달리 그렌지드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짓거나 당황하지 않고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소녀가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황제는 아까부터 자신이 바보처럼 상대방의 말을 되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역시나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닌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고무의 마력'. 이것은 전선에서의 전투를 매우 유리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렌지드 공작님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을 구하고 싶어요."

     그때 처음으로 소녀가 입을 열었다.
     청량하고 지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떤 사람'이라는 말에는 열정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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