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34 월하미인(1)
    2023년 02월 25일 00시 24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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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국 부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아바는 외국의 고위 인사가 방문했을 때의 대응은 물론, 국장이 황제에게 제안할 때 초안을 정리하는 등 사무국의 수뇌부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
     밤늦게 황제에게 불려간 것은 이미 제출된 크루반 성왕국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 문서, 그 내용 때문일 것이다.
     군함으로 건조된 이 배는 군인들이 지나가는 구역과 손님이 탑승하는 구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지금 아바가 걷고 있는 곳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복도인데, 발밑에는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고 난간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손님 구역'이다.
     목적지 근처에서 멈춰 선 아바는 긴 양치질을 입에서 빼내어 조심스럽게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아바의 방문을 알아차린 군인이 경례를 하고 문을 열자, 황제 전용 회의실에는 황제를 비롯해 황제의 시중 겸 비서인 여인, 섭외국장, 군사국장, 그리고 특이하게도 미궁관리국 국장이 있었다.

     "아바, 네가 정리해 준 자료는 잘 정리되어 있군."
     "예, 감사한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 '전 성왕'이라는 자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하였군?"
     "죄송합니다."

     아바가 몸을 꺾으며 고개를 숙이자,

     "됐네. 비난하는 게 아닐세. 제멋대로 추론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 국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글쎼요. 아바의 분석이 맞다면 '전 국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현직의 성왕이라 생각하고 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 지긋한 섭외국장은, '아바의 분석이 맞다면'이라는 말을 굳이 끼워 넣었다.
     이걸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바의 분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마법의 말이다.

     "............"

     물론 그런 국장의 보신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바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현 성왕을 보낼 정도로 크루반이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다는 겐가?"

     "어때, 아바?"
     "...... 예, 그렇습니다. 성왕국의 왕위 교체는 수수께끼가 많습니다. 고위 귀족의 축출과 처형, 그리고 성왕도 중심부에서 거대한 괴물이 발생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선대 성왕의 실각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며, 쿠데타 같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선대 성왕의 친자식인 성녀왕은 선대 성왕과 사이가 좋고, 다른 나라로 쫓아낼 만한 사정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흠......."

     황제가 서류를 휙휙 훑어보고 있다. 서 있는 아바와 앉은 국장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비서만 황제의 뒤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 동행하는 성왕기사단이라는 것은 강한가?"

     황제가 질문하고 대외국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바가 입을 열었다.

     "그야 그렇지요. 무위로 널리 퍼진 선대 성왕은 기사단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으니까요."
     "우리 군대와 비교하면 어떨까?"
     "비교도 안 됩니다!"

     그때까지 침묵하던 군사국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군은 마도무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천부를 가졌다고 해도 다른 종족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는 군부 수장이라서, 당연히 아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바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저는 군사 전문가가 아니라서."
     "아바"

     살짝 미소를 짓고 있던 황제는 갑자기 표정을 지우고 아바를 쳐다본다. 아바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일기당천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반 전사들보다 당연히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1만의 기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기병들은 성왕기사단 휘하에서 움직일 텐데, 그들은 개인의 힘보다는 집단전을 잘하는 편입니다. 우리 제국군이라 해도 1만 명을 상대로 한 백병전에서는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라고 하는데? 어떤가, 군사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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