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1
    2023년 02월 18일 10시 44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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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한 명이 몸을 비틀면서 우둘투둘한 돌표면에 옷을 쓸리면서 어떻게든 지날 수 있는 갱도가 있는데, 이것을 광부들은 [어혈]이라고 부른다.

     나는 문득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어혈은 나뭇가지처럼 나뉘어 있어서, 반대로 말하자면 큰길을 선택해 나가면 결국에는 근원ㅡㅡ광산의 입구에 도착한다는 모양이다.

     

     ㅡㅡ그럼 만일 반대로 밑둥부터 위로 올라간다면? 이쪽이 본류에 있다가, 지류로 계속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ㅡㅡ아니, 결국은 모든 것이 지류가 되어 원류로 도달한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어.

     

     모든 것은 같은 나뭇가지의 끝, 나뭇잎 한 장인 것이다ㅡㅡ

     

     

         ★

     

     

      눈을 뜬 것은, 강렬한 오한과 구역질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머릿속이 찌르는 듯한 아픔에 머리를 감쌌다.

     

     "윽, 크, 크윽......!?"

     눈앞이 빨갛다. 아니, 검다. 아니, 파랗다, 아니, 뭐지 이건...... 모자이크처럼 된 수많은 색들이 반짝거려서, 또다시 오한과 구역질이 일어난다.

     그러자ㅡㅡ내 등을 쓸어주는 손을 느꼈다.

     있는 힘껏 쓸어주는 손바닥의 온기가 내 정신을 붙들어 준다. 의식이 떠오른다.

     

     "ㅡㅡ헉, 허억, 헉, 허억......"

     눈앞에 있던 것은,

     

     "ㅡㅡㅡㅡ"

     정교한 조형물보다도 잘 다듬어졌다고 느껴지는 아나스타샤의 미모였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앞머리는 이마에 달라붙어 있으며, 이마에는 얼룩이 있었다ㅡㅡ그것이 인간미를 느끼게 하여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니 이상한 일이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눈가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내 목을 안았다. 부들부들 떨면서, 보통이라면 소리 내어 울 듯한 기세임에도 그녀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

     

     (아아.....그랬었지. 전하는 목소리를 내면 [불마법]이 발동해 버리니까)

     

     감격하고는 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다]라는 제한에 묶인 그녀에게, 나는 강한 동정심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의 파악이 우선이다.

     

     "전하,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젠 괜찮습니다."

     더 안기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그녀의 몸을 떼어내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서 어둡다.

     아무래도 우리는 숲에 있는 모양이지만, 나무들의 상태가 나쁘고 풀도 거의 나지 않았다.

     야윈 나무들 사이로 멀리까지 보이지만, 날벌레가 날아다니기만 하고 다른 생명의 반응은 느껴지지 않는다.

     

     [저는 마법을 쓴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아나스타샤가 손가락으로 지면에 글자를 썼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말렸다.

     

     "전하, 목소리를 내도록 하죠."

     하지만 위험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괜찮아요. [마력조작]의 천부주옥 덕분에, 전하는 마력 컨트롤이 능숙해졌습니다. 매일 익숙해진다면 평범하게 말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만일 불이 많이 나온다 해도 제가 [물마법]으로 끄면 되니까요."

     싱긋 웃고는, 손바닥에 물방울을 띄운다.

     

     "......저기."

     불꽃이 튀었지만, 그것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재촉했다.

     

     "저, 전하가 아니라, 아나스타샤로 불러주세요!"

     불덩어리가 포포포폭, 하고 날아올랐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물을 날렸다. 수증기가 일어나며 사라진다.

     

     "......저기, 전하?"
     "아나스타샤, 예요."

     포폭. 치익.

     

     "아뇨, 하지만."
     "치, 친한 사람한테는 아샤라고 불리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어요!"

     

     포포포포포폭 치이이이이이익.

     이런, 뭔가 대단한 기세로 내 앞머리가 탔는데.

     

     "전하, 전하, 진정하시고ㅡㅡ"
     "하, 하지만 멈출 수 없어요!"
     "아샤!"
     "!"

     불이 멎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익어버린 문어처럼 새빨개졌고ㅡㅡ내가 날린 [물마법]의 것이 아닌 그녀의 정수리에서 수증기가 일어나다가,

     

     "앗!?"

     그녀는 뒤로 쓰러졌다.

     

     

     

     

     "눈을 뜨셨어요?"
     "!?"

     일어난 아나스타샤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야 놀라겠지. 이미 밤이니까.

     그 후로 그녀는 푹 잠들게 되어서 이 시간에 이른다.

     

     "아, 그대로 계시죠. 차를 내올 테니까요."

     일어난 아나스타샤는 그대로 앉아있게 하고, 나는 모닥불 위에서 날아다니던 찻잎을 모아 죽통에 넣었다. 대나무통에 넣었다. [바람마법]에 익숙해지면 이런 일도 가능하다.

     그녀가 잠든 사이, 나는 이 대나무와 찻잎을 모아 왔다. 정확히는 [대나무 같은 식물]과 [찻잎 같은 잎]이다. [삼라만상]으로 식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물마법]과 [생활마법]이 있어서 물은 곤란하지 않지만, 이왕 마신다면 차가 낫다.

     내가 건넨 대나무통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일어났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고.......어때요?"
     "..........."

     입을 대어 천천히 마셨던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세요. 방금 전에는 조금 폭주했었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정말, 맛있네요."

     작은 불이 조금. 물로 끌 필요도 없다.

     

     "전하의 입에 맞았다니 다행입니다."
     "............"

     오, 노려보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아샤."
     "..........."

     이번에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고개를 숙이고는, 양손으로 대나무통을 꽉 움켜쥔다. 위엄을 유지하려고 하는데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느낌으로.

     

     (그렇게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 내 [불마법]이 폭주해 버릴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 하지만 어조는 이걸로 봐주세요. 존댓말로 말하는 게 버릇이 되었으니까요."

     "아, 알겠어요."

     불구슬이 나타났기 때문에, 아샤는 서둘러 입을 닫았다.

     

     "......레이지 씨. 그런데 여기는 어디인가요."

     진정이 되자, 그렇게 물었다.

     

     "제가 기억하는 곳까지 말씀드리죠."

     그 후로 나는 아샤가 정신을 잃은 뒤의 일을 말했다.

     하늘에 나타난 거대 몬스터.

     강력한 마력간섭과 [구정의 미궁]의 반응.

     그리고 빨려든 우리와 비행선.

     나는 [어혈]의 일을 떠올렸지만, 그것은 빨간 하늘에 빨려 들어갔을 때 보았던 세계였던 걸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아샤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서 눈을 떴으며, 바로 곁에 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그 사이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삼라만상] 때문에 잊을 수가 없어서, 그 탓에 기분이 나빠진 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우리들은ㅡㅡ"

     올려다본 나뭇가지 사이로 밤하늘이 보인다.

     변함없이 별들이 그곳에 있었다ㅡㅡ그렇다, 전혀 변함없는 별하늘인 것이다.

     

     "ㅡㅡ[뒷세계]로 온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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