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후일담(5) 월하미인
    2023년 02월 17일 12시 57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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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프 마도제국의 최신예 비행선 [월하미인]은 뱀미잘의 공격이라는 소동도 있어서 어떻게든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료의 소진은 어쩔 수 없어서, 미개척의 땅 [카니온]에 들어선 곳에서ㅡㅡ아주 약간 들어선 곳에서 절벽을 발견하여 그곳에 몸을 숨기듯이 불시착하였다.

     

     "두목...... 아가씨의 상태는 어떻슴까."
     "푹 자고 있구마. 놀래켜서 깨우지나 마."
     "이렇게 큰 비행선에 5명만 있으니 좀 시끄러워도 별 거 아님다."

     [아가씨]가 잠든 방문 앞, 복도에는 약간의 공간이 있고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두목과 또 한 명은 말린 고기와 건빵을 씹으면서 술을 마셨다. 보리의 발포주는 식량고에 많이 있으며, 알콜 도수도 낮아서 물 대신으로 마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국 쪽은 어떻게 되었냐."
     "그게. 언뜻 보고 왔지만, 아무래도 사람 하나 얼씬도 않더구만요. 제국은 마을을 포기하고 관문을 성벽 대신으로 삼아 싸우는 모양임다."
     "홀...... 외적을 막는 관문이 내부의 적을 막는데 쓰여버리다니, 얄궂구만."

     두목은 술을 한 잔 들이켰다.

     

     "......하지만 우리들하고는 관계없어. 우리는 연료 문제가 처리되면 바로 출발한다. 안 그럼 아가씨의 몸이 못 버텨ㅡㅡ"
     "ㅡㅡ누구 몸이 못 버틴다고?"

     두목과 또 한 명이 홱 돌아보자, 방에서 상반신을 내놓은 [아가씨]의 모습이 있었다.

     전투복을 벗고 마로 만든 셔츠와 바지를 입은 스타일은, 보기에도 빈곤해 보여서 사실 라르크 자신도 못마땅해하고 있다.

     

     "아가씨! 왜 일어났어! 더 잠들어야 되잖아!"
     "시끄러. 나는 아직 괜찮다고."

     벽에 손을 짚으면서 걷는 라르크는 이마에 땀이 나 있다.

     

     "......어디가 괜찮냐는 검까. 저희들은 너무 걱정돼서 슬슬 심장이 폭발할 것 같슴다. 부탁이니 조용히 있어주시면 안 되겠슴까."
     "바보 같은 말 마. 너희가 미덥잖으니 결국 내가 힘써야만 한다고."
     "그렇게 큰 몬스터, 무시하면 되었다. [때려부순다]고 짖어댄 건 아가씨였다고. 일부러 [월하미인]으로 돌아오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이 있는데 내버려 두고 도망치면...... 그런 짓을 하는 나를ㅡㅡ"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누나가 될 수 없다고 작게 말한 것은 두목과 또 한 명에게 들리지 않았다.

     

     "아가씨?"
     "...... 아무 일도 아냐. 그래서 니들은 여기서 도망칠 셈이지?"
     "그야 그렇지.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마을에 남은 촉매를 긁어모아 연료로 삼는다면 대해를 건너 서쪽의 현자라는 놈을 만나러 갈 수 있다. 어떤 병이든 낫게 해 준다는 현자 외에는, 이제 아가씨를 고칠 수단은 없어."
     "............."

     "구렁텅이에 있던 우리들을 이곳까지 끌어올려준 것은 너다. 희망을 보여준 너를 살려내기 위해서라면, 우린 이런 나라가 멸망한들 상관없어."
     "알았어. 나를 위해서라는 거지?"
     "그래."

     두목과 또 한 명은 강하게 수긍했다.

     

     "니들의 마음은 기뻐. 그 마음도 잘~ 알았고."
     "아가씨......"

     

     두목이 안심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나는 이 배를 내릴래."
     "뭐!? 어이, 뭐라고?"
     "나는, 눈앞에 구할 수 있는 생명이 있다면 그를 위해서 이 힘을 쓰고 싶어."

     그녀의 몸에 검은 그림자가 스윽 나타나더니, 피부에 빨려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라르크의 피부는 창백했다. 그것도 병적일 정도로.

     

     "강대한 힘에는 대가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어. 오래는 못 버틸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 힘을 쓰고 싶어ㅡㅡ그렇게 정했다."
     "아가씨! 왜 그렇게 고집부리는 거냐!? 아가씨는 자기 행복을 원해도 된다고!"
     "나는 충분히 행복했어."
     "행복하게 안 보인다고! 자신을 희생하기만 하는 아가씨는!"
     "아니, 행복했다...... 내게는 소중한 동생이 있으니까."
     "동생?"

     그것은 처음 듣는다.

     

     "그 녀석이 있으니까 나는 나로 있을 수 있어.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였지만, 그 녀석은 언제나 올바른 길을 걸으려고 했다. 나는 그걸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고ㅡㅡ결국 이런 저주받은 힘을 손에 넣어 휘둘리기만 하고 있지."
     "저주받은 힘이라고 말하지 마...... 우리들은 그것 덕분에 살아났다고."
     "......그래. 하지만 나는 동생을 따라 하고 있을뿐이다. 그 녀석이라면 이렇게 하겠지, 그 녀석이라면 이렇게는 안 하겠지라면서. 그래서ㅡㅡ"

     라르크의 손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자, 그것을 움켜쥔다.

     

     "그 녀석은, 내 자랑스런 동생은 분명 이 나라를 버리지 않아. 내가 살아가는 최후의 날까지, 동생을 바라볼 수 없는 따분한 삶은 살지 않겠다고 정한 거다."

     용을 죽인 장소에 남긴 메시지.

     동생이 찾아낼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남기고 떠나고 싶었다.

     그 메시지가 있으니 가슴을 펴며 살아갈 수 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동생가 재회했을 때 어엿한 누나로 있고 싶으니까.

     

     (그때에는 분명, 동생 군도 어엿한 남자가 되어있겠지)

     

     재회의 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작은 빛이 들어오며, 따스해진다.

     

     "너희들은 어쩔래? 이대로 도망쳐도 되는데."
     "......그런 짓을 어떻게 하겠어. 우리들은 아가씨와 같이 죽고 같이 사는 거야."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다고."

     라르크는 말했다.

     

     "[월하미인]은 레프에 반환한다. 그리고 나는 최전선에 나가겠다."
     "아가씨!?"
     "걱정 마, 너희가 벌 받지 않도록 잘 말해볼 테니까. 내 능력을 알게 되면 아무 말도 못 할 테니, 안심하고 있어."

     "제정신......이지? 돌아가서 싸운다고 말한 거 맞지?"
     "제정신이야. 아주 말짱해. 그보다 [공적]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이 나라를 지키는 싸움에 참가하다니ㅡㅡ그거야말로 멋있지 않겠어?"

     싱긋 웃으며 단언하는 라르크를 보고, 두목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이마에 손을 대었고, 또 하나의 수하는 핼쑥한 표정으로 우왕좌왕할뿐이었다.

     

     이튿날ㅡㅡ아름다운 유선형의 은색 비행선 [월하미인]은, 햇빛을 반사시키며 레프 마도제국의 상공을 통과하여 관문 부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둑맞았을 최신예 비행선은, 여러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른 형태로 나라에 돌아온 것이었다.


     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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