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56 아나스타샤
    2023년 02월 16일 17시 57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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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스타샤는 두 가지 기적을 보았다.

     첫 번째 기적은 [월하미인]에서 우뚝 서 있던 소녀가 쓴, 하늘을 가르는 참격이다.

     두 번째 기적은 아나스타샤가 아는 소년, 레이지가 쓴 마법이다.

     [풍요의 하늘]의 낙하속도는 빨라서, 적지 않은 충격이 선체를 강타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각오하고 있었다. 몸이 튕겨 나가서 천장에 부딪힐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안전벨트 같은 발상이 없었던 선내에서는 안전한 곳이 어디에도 없었고, 아나스타샤는 손잡이를 붙잡으며 충격에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마법은, 레이지 씨의......!)

     

     선체가 마찰되는 듯한 소리는 들렸지만, 그럼에도 [풍요의 하늘]의 낙하는 급브레이크를 건 것처럼 완만해졌고 끝내는 약간의 흔들림과 함께 불시착에 성공한 것이다.

     

     "기, 기적이다!"

     사령관이 외치면서 만세를 부르자, 평소의 조명이 돌아온 사령실에는 환호성이 일어났다. 황제를 지키려고 모여들었던 각료들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뻐하였다.

     

     "ㅡㅡ아나스타샤는 어디로 갔나."

     그때, 황제가 한 말에 각료들은 놀랐다. 조금 전까지는 바로 곁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모두가 황제를 지키려고 하는 바람에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목제의 손잡이가 타서, 향긋한 내음이 감돌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그 무렵 아나스타샤는 달리고 있었다.

     달릴 때에도 소리를 내면 [불마법]이 발동되어 버리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평소의 드레스가 아닌 퀼로트스커트와 롱부츠를 착용한 덕에, 달리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 앞, 여기다ㅡㅡ어라, 문이 닫혀있어......?)

     

     아나스타샤는 좁은 통로를 달려 자신이 탑승했을 때 썼던 입구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곳은 당연하게도 닫혀있어서, 그녀는 숨을 헐떡이면서 난감해했다. 이런 때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철문에는 손잡이 같은 것이 없고, 본래 그곳에 있을 위치에는 철판이 붙어있었다. 옆을 보니 벽면에는 [긴급탈출]의 글자가 있었으며 [긴급 시에만 사용을 허가합니다. 커버를 열고 레버를 당겨서 나타나는 철선을 끊으십시오. 다만 긴급 시 이외에 사용하면 처벌받습니다] 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커버를 열었다.

     레이지가 있는 것이다. 이 비행선을 구해준 레이지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 그는 극대마법을 두번이나 사용한 뒤 쓰러졌다. 이것을 긴급이 아니라고 하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ㅡㅡ

     

     "!"

     레버를 당기자, 손잡이가 있을 곳에 붙은 철판이 슬라이드되며 철선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은 예상보다 굵은, 직경 5mm 정도의 와이어였다. 호신용으로 소지한 나이프로 끊으려 했지만 아나스타샤의 가느다란 팔로는 꿈쩍도 않았다.

     

     "............"

     아나스타샤는 좁은 통로를 두리번거리고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 나이프를 거두고 오른쪽 검지를 와이어에 대었다.

     왼손으로는 목의 붕대를 뜯었지만, 이미 이 마술은 해제되어 있었다.

     

     "끊어져."

     가능할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전부 레이지가 준 [마력조작] 덕분이다ㅡㅡ검지의 끝에 반짝이는 불이 나타나더니, 초고온이 와이어를 녹였다.

     

     "읏!"

     와이어가 당겨지듯이 끊어지며 아나스타샤의 손가락을 베어 피가 흘렀다.

     눈앞에서 문의 잠금이 해제되자 몇 cm 열렸기 때문에 그녀는 양손으로 그것을 밀었다ㅡㅡ

     

     "!?"

     즉시 문이 열리고, 몸을 앞으로 하여 뛰쳐나갔다. 그곳은 지상에서 2미터 떨어진 높이여서 아나스타샤는 볼품없이 지면에 굴러 떨어졌다.

     아프다. 정강이와 엉덩이를 맞았다. 먼지로 인해 기침을 하고 말자, 주변에 도깨기불 같은 불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런 일보다, 레이지 씨!)

     

     아픔을 참으며 일어선 아나스타샤는 주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곳은 잔해가 쌓인 장소였을 것이다. 수많은 건물이 무너진 곳이기도 하다. 그랬는데 이 주변은 평지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강력한 [바람마법]......!)

     

     레이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의 마법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풍양의 하늘]의 선저에서는 몇몇 지지대가 튀어나와서 멋지게 거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이 잔해로 되어있었으며 극단적으로 속도가 붙음에 따라 기둥이 부러지고 비행선이 쓰러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비행선이 완파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서 사망자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ㅡㅡ물론 사망자가 0은 아니고, 부상자도 수십 명은 나올 것이다.

     레이지의 마법이 [풍양의 하늘]을, 수많은 승무원을, 그리고 아나스타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

     아나스타샤는 저편에서 위를 보며 쓰러진 레이지를 깨닫고 달려갔다. 이 정도로 전력질주를 하면 지치지만, 레이지의 활약에 비한다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이지 씨!)

     

     달려가면서 아나스타샤는, 가슴에 솟구치는 감정에 당혹해했다.

     [감사]가 가장 강하다. [존경]과 [친애]도 물론 있다. 한편으로 [흥미]라는 마음도 강하다ㅡㅡ이 정도의 인물이 대체 어디서 태어나서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가 하는 [흥미]다.

     

     "ㅡㅡㅡㅡ"

     

      가까이 다가가보니 알겠다. 옷은 여기저기 찢기고 더러워졌다. 여기 올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느라 생긴 얼룩인 것을 아나스타샤는 몰랐지만ㅡㅡ(인명구조를 했음이 틀림없어) 라며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눈을 감은 레이지는 잠든 것 같았는데, 그 얼굴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그의 상반신을 들어 올렸다. 그의 머리를 감싸는 것처럼 들고는, 눈가에 걸쳐진 앞머리를 치워주었다.

     

     (레이지 씨.......)

     

     따스하고, 그러면서도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은 마음이 아나스타샤의 몸 중심에서 솟구친다.

     생각해 보면 전부 연극처럼 드라마틱했다.

     얼마 없는 친구인 루루샤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소년.

     이쪽의 의도를 읽고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미궁을 공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질을 간파하여 쪽지를 전했을 때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랐었다.

     밤에 몰러 와줬을 때에는 심장이 파열될 정도로 두근거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고, 방금 전에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구해주었다.

     

     (저는, 알고 있었답니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마음속에 생겨난 감정의 정체를 아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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