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54 검은 공적은 달 밑에서 웃는다.(1)
    2023년 02월 16일 10시 58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  아나스타샤  ★

     

     

     

     이런 것을 숨겨두고 있었다니. 그것이 아나스타샤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어떤가. 이것이 바로 제국이 자랑하는 최종병기, 전략비행선 [풍양의 하늘]이라네."

     황제는 유쾌하게 말하고서, 아나스타샤를 데리고 항공모함 [풍양의 하늘] 내부를 걸었다.

     갑자기 제국 상공에 암흑이 드리워지며 피와 같은 붉은 공간에서 거대하며 기분 나쁜 생물이 내려왔는데도 황제가 침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전략비행선을 가졌기 때문이다.

     [월하미인]이 아름답고 재빠른 비행선이라면, [풍양의 하늘]은 투박하지만 크고 강한 비행선이다. 이 비행선을 움직이려면 최소한 100명은 필요하다.

     

     "[경외의 미궁]을 공략하고 [증오의 미궁]도 공략했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꼴이라니.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이 [풍양의 하늘]의 힘을 시험할 절호의 기회로다."

     아나스타샤 외에도 많은 각료를 대동한 황제는, 사령실의 상부에 위치한 귀빈실로 찾아왔다. 사령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내려다볼 수 있고, 전면에 부착된 마도강화유리를 통해 뱀미잘과의 싸움도 잘 보인다.

     군용 비행선의 일제포격으로 뱀미잘의 몸통에 대량의 불꽃이 일어나며 그 거체가 꿈틀거리자 각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일어났다.

     황제는 그들과 함께 여기서 [거대 몬스터 정벌전]을 관전할 셈인 것이다. 아나스타샤가 여기 불려 나온 것은 화려함을 더하기 위한, 이른바 [장식품]이다.

     비행선에 탄다고 하여, 승마용으로도 쓰이는 퀼로트스커트에다 롱 부츠, 그리고 방검가공이 된 상의를 입고 있다. 목에는 만일을 위해 붕대를 한번 더 감고서 그 위에 스카프를 둘렀기 때문에 타인이 보아 위화감은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뭘까요......이 감각은)

     

     그러나 아나스타샤는 안 좋은 예감에 휩싸였다. 확실히 레프마도제국의 비행선단은 이 세상에서 극히 드문 무력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포대를 갖춘 비행선은 40에 달하는 수가 있으며, 화살을 쏘는 것처럼 수많은 포탄을 날릴 수 있는 나라는 따로 없다.

     

     "우리 군은 최강이군요."
     "세계제일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흥무한 관료들이 말한다.

     

     (하지만...... 저 몬스터한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아......)

     

     아나스타샤의 예감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그 의문이다. 보라색 액체를 흩뿌리면서 큰 뱀이 지면에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뱀미잘은 살아있는 뱀의 수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키이이이잉.

     

     그때 이명 같은 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아나스타샤한테만 들렸던 것은 아니다.

     그러자,

     

     "앗, 뱀이 떨어진다."

     한 각료가 가리키며 외치자, 확실히 뱀미잘에서 대량의 뱀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떨어진 뱀은 잔해에, 건물에 뒤얽히면서 꿈틀대며 기어갔다.

     

     "하하하, 이것은 정벌이 손쉽게 끝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에 뱀을 흩뿌리다니, 정말 민폐로군."
     "지상군에 연락을 취합시다."

     그런 말을 하고 있지만, 아나스타샤로서는 아무리 보아도 뱀미잘이ㅡㅡ지금은 단순한 피투성이의 거대한 나무줄기가,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저 괴물을 끌어내리고 싶다. 하늘에서 돋아났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려."

     황제가 당연한 의문을 입에 담았을 때였다.

     갑자기 뱀미잘이 축 늘어졌던 머리를 들더니, 비행선단으로 향했던 것이다.

     

     카앗—————

     

     먼 장소에서 보고 있는 아나스타샤조차, 순간 [눈이 멀었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렬한 빛이 나왔다.

     상공에서 비스듬히 내뿜은 빛은 열이 넘는 비행선을 휘감기게 하더니, 구름을 뚫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지, 지금, 무슨 일이."
     "눈 아파, 눈."
     "누가 좀, 폐하를 지켜라!"

     사령관실도 귀빈실도 대혼란에 휩싸였다.

     따끔거리는 눈을 뜨자, 아나스타샤가 본 것은 시든 것처럼 늘어진 거대한 줄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상으로 내려가더니, 자신이 떨어트린 큰 뱀의 무리에 뛰어들어서는 마구 먹기 시작했다.

     그 섬뜩한 광경에, 아나스타샤는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문제는 시들었던 줄기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ㅡㅡ그 뱀들을 먹어서 자신의 체력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