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582023년 02월 16일 22시 08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눈을 떴을 때 느낀 것은, 탄내와 주위에 가득한 마력의 기운이었다.
내 몸에 남은 마력이 적은 탓에 머리가 어질어질한, 뱃멀미와 비슷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서둘러 도구주머니에서 물약을 꺼내어 영양드링크 같은 그것을 쭉 들이켰다. 하지만 맛은 없다. 시금치와 소송채를 섞어서 엑기스만 짜낸 것처럼 맛없다.
미미노 특제의 [초마력회복약]이다. 참고로 [초]는 맛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효과쪽이다.
"우웩, 콜록콜록ㅡㅡ"
기침을 하면서도, 나는 바로 앞에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옷 여기저기는 그을리고 머리카락도 타버렸는지 군데군데 쫄아들었으며, 노출된 피부에도 수많은 화상이 난ㅡㅡ아나스타샤 전하다.
"전하ㅡㅡ"
왜 여기에 그녀가? 하는 의문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돌아보았다.
"아아..... 다행이다. 눈을 떴나 보네요."
작은 불덩이가 물방울처럼 톡톡 터질뿐이다.
처음으로 제대로 들은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가녀리고 연약했다.
아나스타샤가 목소리를 내면 [불마법]이 구현된다. 그것은 변함없지만 이만큼 제대로 말하는데도 약간의 불만 나온다는 것은ㅡㅡ
"전하!!"
나는 일어나서 달렸다. 뒤로 쓰러질 것 같은 그녀를 양팔로 받아주었다. 그녀의 체내에도 남은 마력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막대한 마력량을 자랑하는 전하가 마력고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
올려다본 나는 깨달았다.
붉은 하늘이 쪼개지더니, 저편에 이쪽 세계의 야경이 보이고 있다. 수가 적지만 훨훨 내려오고 있는 검은 점은 몬스터인 모양이다.
시든 뱀미잘은 아직도 축 늘어져 있지만ㅡㅡ끝부분부터 썩은 것처럼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시들었다고는 해도 엄청난 질량이다. 끝부분이 지면에 닿아 땅을 뭉개놓으면, 시든 나머지 부분이 떨어져 광범위하게 건물을 부수고 땅울림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킨다.
뱀미잘이 끊어진 뒤편에는, 얼마 안 남은 붉은 하늘이 있다. 쪼개지고 파손된 유리파편 같은 하늘이지만, 파괴는 거기서 그쳐있다.
"앗!!"
붉은 하늘에 금색의 거대한 눈이 나타났다.
동공이 수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금색의 눈의 중심에 검은 눈동자를 감고 있는 듯한 불가사의한 모습이다. 양의 동공과 똑같다고 나는 직감했다.
하지만 눈의 크기로 보면, 이런 눈의 양이 있다고 한다면 방금 전의 뱀미잘은 양의 다리 하나 정도의 크기라 할 수 있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나는 그것만을 빌었다. 붉은 하늘의 확산은 멈춰있다. 저편에 거대 양이 있다고 한다면, 저 붉은 부분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뎅.
거대 양이, 그 틈새를 빠져나오기 위해 충돌한 모양이다. 충격파가 이곳까지 왔기 때문에, 나는 아나스타샤를 안은 채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뎅. 뎅.
눈앞에서 거대한 종이라도 치는 듯한 파동이 울려 퍼진다.
아니, 그것은 종일지도 모른다.
이 나라의 종언을 고하는 종이다.
뭐냐고, 저 괴물은. 저런 것이 나와버리면 이 나라는 바로 파괴되잖아.
나는 아나스타샤를 끌어안고 그녀만이라도 지킬 수 없나 생각했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밖에 없다. 하지만 마력부족 탓에 달리기는커녕 그녀를 업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미미노의 약이 들어서 저점 마력이 회복되고 있었으니까.
<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성이 난 거대 양이 울부짖었다. 양이 내는 "메에~" 같은 귀여운 울음소리가 아니다.
들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동공이 열리며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리는ㅡㅡ두려움을 주는 목소리다.
괜찮아, 괜찮아. 저 거대 양이 이쪽으로 올 수는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은 얼른 전하를 안고 도망치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비행선의 승무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해서, 거대 양에게서 도망쳐야 한다고 깨달았는지 급선회하여 거리를 두려고 했다.
[월하미인]을ㅡㅡ라르크가 있는 배를 찾았지만, 이미 보이는 범위에는 없었다. 역시나 라르크의 동료다. 도망은 일류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월하미인]에 타고 있음을 알아낸 것은 충분한 수확이다.
나의 뒤에 있는 거대 비행선의 사람들도, 배에서 내리자마자 멀리 도망친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외치고 있지만, 빨리 이쪽으로 오라는 말일 것이다.
"지금, 갑니ㅡㅡ"
등줄기에 싸늘한 예감이 들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거대 양이 뭔가의 마력을 방출했다. 하늘의 틈새에 간섭하려는 것이다. 빛과 함께 다시 한번 하늘에 균열이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 절벽에 난 [구정의 미궁]의 빛의 기둥에도 변화가 있었다. 보다 강렬한 빛이 나더니 하늘에 다시 간섭한다.
두 가지의 엄청나게 막대한 마력과 마력이 부딪히자, 번개가 치고 폭발이 일어났으며, 공간이 찢어지고 공간이 닫히더니, 새로운 술식이 발생하는가 하면 파기된다.
귀가 따갑다고 생각했다.
가시영역을 넘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 그것은 저음을 동반한 폭음이 되어 내려왔다.
"어......"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감각.
"어어......?"
연기가, 바닥의 돌이, 잔해가ㅡㅡ떴다.
"어어어어어어어어!?"
아나스타샤를 안고 있는 내 몸까지도 공중에 떠올랐다.
빨려든다.
하늘로.
"뻗어라!"
나는 왼팔로 그녀를 안으면서, 오른손으로 도구주머니에서 로프를 꺼내 던지고는 약간 회복된 마력으로 [꽃마법]을 발동하여 근처에 있던 건물의 기둥에 제대로 고정시켰다.
이걸로 빨려들 일은 없다ㅡㅡ
"으앗!?"
안이했다. 기둥까지도 지면과 함께 공중에 뜬 것이었다.
나는 아나스타샤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주변에는 대량의 잔해와 약간의 큰뱀과 미처 못 도망친 비행선 2척이 떠오르고 있다.
하늘에는 이미 거대 양은 없었다. 거대 양이 있던 공간과는 이어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거대 양이 물러난 것인지.
빨려든다. 가속된다.
붉은 공간으로.
나는 아나스타샤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ㅡㅡ적어도 이 사람만이라도 무사하도록.
모처럼 자신의 특이체질과 마주하는 법을 깨달았다.
노력한다면 평범하게 말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아주 잠시만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다급할 때의 목소리만.
그녀가 웃는다면 분명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밝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사람만이라도ㅡㅡ
시야 전체가 새빨개지며, 내 몸은 마치 하늘에 던져진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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