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부 134화 스파시바의 탑은 13층
    2023년 02월 12일 19시 46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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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좀."

     "왠지 상상했던 거랑 다릅니다요."

     "정말 기분 나쁜 곳이므니다."

     탑의 1층은, 벽도 바닥도 천장도 전부 거울의 미로로 되어있었다. 우리의 모습이 가득 일그러지면서 한걸음 걸어갈 때마다 만화경처럼 마구 난반사하여 왠지 정신이 돌아버릴 것만 같다.

     

     "도련님, 마법으로 어떻게 안 됩니까요?"

     

     "무리 같은데. 거울과 이 탑 자체에 마법을 방해하는 코팅을 해놓은 모양이라서, 벽을 부수며 나아가던가 할 수 없는 모양이야. 억지로 결계를 부수려 하면 이 탑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고."

     "차근차근히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구나."

     "섣불리 부정한 길에 들어서는 것보다, 올바른 정공법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는 뜻이므니다."

     거울 미궁은 겉모습이 좀 그렇지만, 미로 자체는 그리 이상하지 않은 평범한 미로의 느낌이었다. 탑 자체가 오래 봉쇄된 탓에 마물이 없었고, 혹시 공기가 나쁠까 싶어서 방진 마스크 등도 갖고 와봤지만 마력으로 환기가 되고 있는지 곰팡내나 묵은내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다.

     

     마물도 안 나오기 때문에 오른손을 벽에 대며 나아가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넓은 공간으로 나왔다.

     

     "뭔가가 오는 모양이므니다!"

     "도련님은 제 뒤로!"

     "저것은, 거울인가?"

     마치 슬라임처럼 포동포동한 젤리 모양의 물질이 천장에서 떨어져서는 바닥에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이윽고 명확한 의사를 갖고 얼굴 없는 마네킹 같은 모습이 되더니,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꾸었다.

     

     "나?"

     

     "하지만, 거울 치고는 상태가 이상하므니다."

     호크 골드. 육체 나이가 11살인 지금의 내가 아닌, 16살 정도로 성장한 내 모습이 되더니, 이윽고 검은 머리의 청년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앗!?"

     "도련님, 저 녀석은 대체 누구입니까요?"

     

     "엄청 놀라던데, 아는 사람이야?"

     알고 자시고, 저 녀석은 전생의 나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전 세면대에 있는 거울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전생의 내 모습으로, 거울인형은 말없이 서 있다. 아마도 내장된 마법으로 대치하는 상대의 기억을 읽어 들여서 모습을 바꾸는 원리인 모양이다.

     

     "공격해오지는 않는 모양인데."

     "쓰러트려도 됩니까요?"

     

     "그, 그래. 좋아. 옛날의 지인과 비슷해서 조금 놀랐었어."

     거짓말이다.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다.

     

     "음?"

     "앗!?"

     

     내 허가를 얻어 달려든 카가치히코가 칼로 일섬하지만, 목이 절단된 거울인형은 그 목이 공중에 뜬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아서 정말 기분 나빴다. 액체금속 같은 매끈한 절단면이 즉시 재생되어 부착하더니, 원래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다.

     

     "물러나, 내가 할게."

     추격타를 더욱 가해보지만, 목을 베든 몸을 베든 즉시 재생하고 마는 거울인형을 보고 어떻게 할까 싶어 잠시 거리를 둔 카가치히코를 제지하면서, 내가 앞으로 나섰다.

     

     "도련님, 조심하십쇼."

     "그래, 괜찮아."

     

     나는 마법으로 권총을 만들어서 그것을 거울인형으로 향했다. 권총을 들이대는데도, 전생의 나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내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시험 삼아 왼손을 쏴보았다. 피가 튀는 일은 없이 터져버린 팔이 반투명한 고형물이 되어 흩어진다. 아무래도 이 녀석을 상처 내면 내 몸도 같은 장소를 다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만일 그랬다면 카가치히코가 목을 벤 시점에서 죽었을지도. 위험했다.

     

     "그럼 이만."

     심장을 꿰뚫자, 한 손을 잃었음에도 표정 하나 변함없이 서 있던 전생의 나는 그대로 허물어지더니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동시에 광장 안쪽에서 계단이 내려왔다.

     

     "아무래도 1층은 클리어한 모양입니다요."

     

     "호크 군 괜찮아? 다음으로 나아가기 전에 조금 쉴까?"

     "13층까지 있고, 하루 만에 전부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아니니 무리할 필요는 없스므니다."

     "아니, 괜찮아. 나아가자."

     하지만, 나의 결심은 2층 광장에서 산산조각 나게 되었다. 거울인형이 의태한 것은, 전생의 나, 카네다 야스타카의 어머니인 카네다 요리코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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