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292023년 02월 08일 19시 26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것은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거대한 전차였다. 여섯 개의 바퀴를 갖고 움직였고, 단상 위에는 병기가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아는 [불상]을 연상시켰다.
금색의 삼면육비.
정면에는 레프인의 얼굴, 오른쪽에 인간족의 얼굴, 왼쪽에 드워프의 얼굴일까.
팔 하나마다 전부 다르다. 홀쭉한 팔, 털이 수북한 팔, 굵은 팔, 깃털이 난 팔, 벌레 같은 팔, 손톱이 긴 팔. 제각각 검, 방패, 지팡이, 도끼, 창, 망치를 들고 있다.
몸통 부분은 천을 본뜬 금속으로 뒤덮였고, 가슴에는 보석 같은 것이 몇 개 보인다.
그 거체 자체가 엄청난 질량을 지닌 병기일 수 있는데, 그곳에 무기까지 들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저거너트]라 부를만 하다.
"논 씨! 뒤쪽!!"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ㅡㅡ안개가 방해되었기 때문에, 레온은 내가 고개를 돌리더니 고함을 치자 이쪽을 경계하여 장검의 끝을 이쪽으로 향했다.
저 바보! 왜 바로 뒤에 다가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냐고!?
나는 언뜻 봐서는 모를 [바람마법]을 양손에 하나씩 전개하여 날렸다. 바람을 가르며 안개가 흩어졌고, "뒤쪽이다!" 라고 내가 소리치자 레온이 아니가 미미노가 눈치챘다.
"레온, 적이야!"
"뭐ㅡㅡ?"이미 저거너트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레온은 그걸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이런 곳에 적이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검은ㅡㅡ그걸 검이라 불러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거대한 금속덩어리는, 레온을, 그리고 그가 붙잡은 논을 베려고 한다.
"아....."
그 순간, 옆에서 검은 그림자가 날아와 둘을 한꺼번에 들이받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내리친 검은, 지면을 쪼개며 수십 센티 파묻혔다.
"제리 씨!"
나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리는 이상을 감지하자마자 이미 저쪽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대단해. 대단해! 이번 일로 내 안에서 제리 씨의 주가가 떡상했어!
하지만 구해줬는데도 레온은 제리를 걷어차며 일어났다.
"이 새끼, 무슨 짓이냐!"
"아야~~!? 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요! 저도 당신 따윈 죽어도 상관없지만 논 씨가 있어서 구한 겁니다요! 논 씨! 논 씨~!""으......"
강한 힘으로 조인 탓인지, 논은 실신 직전이다.
"제리 씨! 떨어져요!"
"알겠습니다요!"
나는 달리면서 [불마법]과 [바람마법]을 조합한 [화염 회오리]를 썼다. 아직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저거너트가 손에 든 방패에 의해 손쉽게 화염이 스러졌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레온의 손에서 벗어난 논을 안아 든 제리는 달려갔고, 이미 미미노도 야옹이의 짐칸에 실린 짐을 전부 꺼낸 대신 단테스를 싣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저거너트의 주의는 이쪽으로 향했다.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목이 회전하고 있다. 인간족의 얼굴이ㅡㅡ분노의 형상으로 이쪽을 향한다.
(그럼, 어......어쩌지)
이만큼 거대한 적을 상대로 한 것은 우로보로스 이래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결국 혼자서 해치우지 못하고, 은의 천칭 멤버들이 도와줘서 어떻게든 되었다.
지금 그들은, 못 움직인다.
레온의 도움도 바라기 어렵다. 오히려 방해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속내다.
"!!"
천천히 저거너트의 상체가 흔들리나 싶더니, 바퀴가 지면을 갈면서 거대한 질량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젠, 장!"
옆에 뛰어들었지만 늦을 것 같아서, [불마법]의 폭풍을 써서 부스트를 썼다. 다만 이 긴급탈출은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다. 내 몸은 공중에서 밸런스가 무너졌고, 지면에 내동댕이치듯이 굴러버렸다.
하지만 저 저거너트와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저거너트는 [얼굴]이 늘어선 벽면과 충돌했다. 몇몇 [얼굴]이 날아가며 벽이 무너졌지만, 저거너트 자신이 모래산을 무너뜨린 정도의 저항도 못 느낀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세상에...... 저런 걸 어떻게 하면 좋아.
나는 타박상을 입은 듯한 오른쪽 어깨에다 [회복마법]을 쓰면서 일어섰다. [불마법]을 원거리에서 몇 발이나 쏘면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ㅡㅡ하지만,
"큭."
저거너트는 방패를 들더니,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왔다. [불마법]의 궤도를 바꿔서 유도 미사일처럼 쓰고 있는데도, 안갯속에서 이쪽이 보이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하지만 원을 그리면서 달려오기 때문에 이번에는 [불마법] 부스트로 날아서 도망칠 필요는 없었다.
다음에는 [흙마법]으로 바닥을 무너뜨려봤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저거너트는 뛰어넘는다.
(어쩌지, 어쩌지. [꽃마법]으로 덩굴? 아니, 그래선 안 멈춰. 가동부에 뭔가를 끼운다던가....... 아니, 바퀴 너머는 철판으로 막혀있어)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냐 싶어서, 나는 [번개마법]을 써보았다.
이것은 되도록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읏!"
내 오른손이 창백하게 빛나더니, 전격이 저거너트를 향해 날아간다.
피뢰침처럼 창에 빨려 들어갔지만, 몸체 중앙에 있는 보석이 반짝거리며 빛나자 그것을 전부 흡수하고 말았다.
"젠장...... 역시 대책이 되어있네."
(마법은 흡수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어......)
술래잡기를 재개하며, [회복마법]으로 치유하면서 나는 다시 생각했다.
이쪽의 체력도 마력도 유한하다. 어떻게든 끝장을 내지 않으면 이쪽이 지친다. 아니, 먼저 퇴로를 확보하는 편이......
"ㅡㅡ도련님! 들리십니까요!"
"들려요!"안개 저편에서 제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그쪽으로 방향전환하면서 소리쳤다.
"이 방의 입구가 막혔습니다요! 그보다, 레온이 막고서 도망쳤습니다요!!"
"!?"
"제가 도망치는 길을 확인하려고 달렸더니, 먼저 레온이 도망쳐 들어갔고, 뭔가 스위치라도 있었는지 아래와 위에서 문이 나와서 닫혀버렸습니다요!"그 녀석......진짜 못된 짓만 하네!
"논 씨는요!?"
"회복되었습니다요!"
"그럼 단테스 씨의 치료를 해달라고 하세요!""그럼 도련님은!?"
나는ㅡㅡ나는,
".....이 녀석을 쓰러트릴 수밖에요."
내 등뒤까지 다가온 저거너트가 창을 지르는 것을 뛰어서 피하자 반대편 팔에 있었던 도끼가 횡베기로 다가왔고, 그것을 지면을 데굴 굴러서 회피했다.
저거너트의 등을 잡은 다음 순간에는, 바퀴의 좌우가 역회전하여 그 자리에서 빙 돈다.
거체인데도 재빠르고 섬세하다.
정말 성가신 상대다.
"뒷일을 생각하는 건 그만. 이제 전력으로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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