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17 루루샤
    2023년 02월 06일 09시 41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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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고 딱딱한 침대에, 화장실이 하나. 그것만이 루루샤가 있는 독방의 전부였다. [국가반역죄]라는 뚱딴지같은 죄목. 취조에서는 있는 전부를 말했었지만ㅡㅡ여기에 이렇게 갇히고 외부와의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은 닫힌 채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첫날에는 분함과 불안으로 잠들지 못했지만, 이튿날에는 미궁공략의 피로가 단번에 몰려와 하루종일 잠들었다. 그리고 3일차인 오늘은 자기가 놓인 상황을 냉정하게 생각할 여유가 생겨났다.

     자신의 활약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하는 것은 자기만을 위함이 아닌 이 제국을 위해서다. 미궁공략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이해해 줄 거라ㅡㅡ믿고 있었다.

     

     "......그랬는데도 이 꼴인가."

     부하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그것도 거절당했다. 물어보니, 부하와 루루샤는 이미 결탁했기 때문에 증언의 신빙성이 낮다고 말했다. 취조하던 관리는 루루샤가 "연락원은 보내지 않았다. 전력을 사유물로 삼으려 한 반역자" 로 믿고 있었다. 그래서 "연락을 보냈다는 증거를 대봐." 라고 말하며 양보하지 않았다.

     정기연락 및 지원을 원하는 연락원을 보냈지만 그 7명 전부가 행방불명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루루샤를ㅡㅡ여자이며 인간족과의 하프인 그녀를 싫어하는 자도 있었지만, 모두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다.

     

     "누군가가 데려갔나......? 미궁 안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워. 길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고, 내가 철수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한숨이 나온다. 자신을 여기에 가둬두는 것보다 먼저 해야만 할 일이 있을 텐데. 연락원 7명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아니면 7명 전부가 매수되었고, 내가 죽은 뒤에 나온다던가?"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이런 곳에 갇힌 지금 와서는.

     분노, 분함, 슬픔, 허탈감, 절망, 불안......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루루샤는 침대에 엎어져 얼굴을 가렸다. 감정에 휩쓸려 눈물이 나왔지만 소리 내는 것은 이를 악물며 참았다. 바깥에는 간수가 있다. 자신의 반응을 누군가에게 보고할 수도 있다. 자신을 비웃는 녀석들이 기뻐할만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일말의 긍지였다.

     

     "그건 그렇고...... 감사도 제대로 못했구나."

     30분이나 견디고 있자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 떠올랐다.

     궁지에 빠졌을 때 도와줬던 모험가들. 소년이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다고 했지만ㅡㅡ이 상태에서는 들을 수도 없어 보인다.

     

     "그 자동인형이 걸어온 감정공격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정말 흥미로워. 순수한 인간족한테는 안 듣는 걸까? 아니, 그랬다면 상회에서 고용한 모험가들도 안 통했을 텐데......아니......"

     루루샤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모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는 미궁을 고찰하는 편이 훨씬 적성에 맞다.

     철컥하고 쇠문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약간 열린 문의 저편, 간수인 레프인이 고개를 내밀며 퉁명하게 말했다.

     

     "나와라. 면회다."

     면회......? 이 큰 죄를 지은 나를?

     잠깐 그 소년이 떠올랐지만, 이방인이 만날 수 있을 리도 없다.

     하지만 독방에 오래 머물고 싶은 기분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루루샤는 그곳에서 나왔다. 팔에 수갑을 차게 되자, 결백한데도 자기가 나쁜 짓을 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에 곤란해졌다.

     면회실도 정말 살풍경한 방이었지만, 독방의 3배 정도는 컸다. 그곳에 앉아있는 이눌을 본 루루샤는 재빨리 무릎 꿇었다.

     

     "아나스타샤 전하! 어떻게 여기에!?"

     레몬색의 드레스는 이 나라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옷감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녀가 특별한 인물임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ㅡㅡ매끈하며 하얀 피부다. 그 피부와 잘 어울리는 플래티넘 블론드의 머리카락은 찰랑거리고 있으며,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금의 머리핀이 뒤에 달려 있다.

     머리카락 사이로 튀어나온 긴 귀는, 그녀가 엘프족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ㅡㅡ그뿐만 아니라 엘프의 정점에 서는 하이엘프다.

     기다란 눈은 사파이어블루의 반짝임이며, 눈동자 그 자체가 하나의 보석인 것만 같다.

     건설적인 분홍빛 입술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거기서 말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목에는 주인이 적힌 붕대가 감겨 있는데, 그것만이 이상할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어나세요]

     

     그 자리에서 무릎 꿇은 루루샤에게, 아나스타샤는 메모용지를 보였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쪽에 앉으세요]

     

     빠르면서도 유려한 필기를 보여주자, 이 이상 쓰게 하는 것도 불경하다고 느낀 루루샤는 아나스타샤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나스타샤는 간수에게 손짓을 하더니, 그 손에 작은 금화를 쥐어주었다. 간수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가자, 방에는 아나스타샤와 루루샤 둘만 남게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나간 간수를 신경 써서 루루샤가 말하자, 아나스타샤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괜찮다는 뜻일 것이다.

     어차피 이 수갑에는 도주방지의 마술이 담겨있다. 억지로 풀려고 하거나 이 건물에서 나간 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당신이 반역죄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물론 전 결백합니다!"

     거기까지 묻지도 않았는데, 루루샤는 취조 때 말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전했다. 말을 하면서 깨닫는다. 이렇게나 남이 자기를 믿어줬으면 했던가 하고.

     

     [저는 당신이 무고함을 황제 폐하께 전하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는다. 오늘은 마음이 크게 흔들려 정서불안정이 된 자신을 자각하고 있다.

     

     "설령 제가 사형을 당한다 해도, 전하께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슬픈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 외에는 누가 여기 왔었나요?]

     

     "이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제 편은 얼마 없으니까요...... 섭외국의 아바 부국장도 한번 여기 왔지만, 그는 내 아버지를 라이벌로 보고 있으니 제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이것저것 묻고서 떠났습니다. 지금쯤 기뻐하고 있겠지요."

     [제게 가능한 일은 없을까요?]

     

     "마음만으로 기쁩니다. ......아 그래, 만일의 일이 생기면, [경외의 미궁]에서 저의 팀을 구해주었던 [은의 천칭]이라는 모험가들에게 감사를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모험가? 라는 식으로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남자가 하트를 적중당할 귀여움이었다.

     

     "제게 뭔가 전해줄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이런 몸이라서요......전하께 부탁드릴 일은 아닙니다만."

     [사양 마세요]

     

     둘의 대화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그것은, 루루샤가 정말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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