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10
    2023년 02월 05일 00시 31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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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당했다. 아슬아슬하게 눈치챘으니 다행이었지만, 완전히 속은듯한 기분이다.

     석상 쪽으로 정신을 팔게 하고서, 덫은 지면에 있다니...... [칼날]이란 것은 힌트인 모양이면서도, 그것이 잘못 안내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피했으니 다행이다]라던가 [전부 무사하니 OK]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수하면 일격사ㅡㅡ그것이 던전이라고 나는 이때 깨달았다.

     

     "전방에서 하나 기계의 반응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마법을 쏠게요!"

     적이 다가오기 전에. [경외]의 감정을 흩뿌리기 전에.

     그후 나는 선제공격으로 총 3체의 자동인형을 처리했다. 그때마다 [화염회오리]를 썼지만 이것은 필요한 경비다.

     휴식시간이 되자ㅡㅡ나는 벽에 몸을 기대어 깊이 숨을 토했다.

     마력의 잔량이 빠듯하다. 하지만 목숨의 위험과 비교한다면 아낄 수는 없다.

     

     "레이지 군."

     

     내 눈앞에, 컵이 나타났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짓지 마세요."

     

     논이 내게 컵을 내밀었다. 그것에 들어있던 것은 물에 흑설탕을 타고 암염을 조금 넣은 음료였다. 스포츠드링크 같은 것이라서 모험가들이 자주 마시는 것이다.

     입에 대자ㅡㅡ단맛과 짠맛의 조화가 절묘해서, 몸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고맙습니다. 저는 그렇게나 이상한 얼굴이었어요?"
     "..........."

     논은 싱긋 웃으며 내 곁에 앉았다. 이곳은 원형의 작은 방이며, 벽에는 레프인이 옛날에 썼던 고대언어가 새겨져 있는데 무게가 조금 해독해 볼 수 없을까 하여 읽어보고 있다. 단테스와 미미노는 떨어진 곳에서 대화중이며, 제리는 짧은 휴식시간임에도 쪽잠을 자고 있다.

     

     "그 트랩 이후로 눈에 띄게 위험한 것은 없었잖아요."
     "............"
     "레이지 군이 정말 신경써줘서 도중에 나온 자동인형들도 전부 쓰러트려줬지만...... 그 때문에 레이지 군이 너무 신경 쓰는 것은 좋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조심할게요. 여차할 때 집중력이 없으면 곤란하니까요."
     "달라요."

     

     어, 다르다니ㅡㅡ라고 생각하는 나의 이마에, 논의 양손이 뒤덮였다.

     

     "우리들은 파티예요. 레이지 군의 고민은 곧 저의 고민. 신께서는 성인에게 이렇게 고하셨답니다. [방황할 때는 옆사람에게 말하라. 설령 그자가 미숙한 자라 해도] 라고요. 그러니 제게도 상담해 주세요ㅡㅡ설령 역부족이고 도움이 안 된다 해도, 그럼에도 상담해줬으면 해요."

     아.......

     

     (따스해)

     

     논의 양손에서 따스함이 전해져온다.

     그래.

     나는 [은의 천칭]의 파티멤버다. 그런데도 나 혼자 전부 어떻게 하려고 했었다.

     

     (ㅡㅡ자만했었다)

     

     [삼라만상]이라는 힘을 손에 넣은 뒤, 나는 자기가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마법도, 전투도ㅡㅡ전부 다. 그래서 이곳의 트랩을 읽지 못한 것에 화가 나서, 필요 이상으로 신경 써서 미궁을 나아가는 꼴이 되어버렸다.

     돌이켜보면, 마을 안에서 무게가 무시당하자 화냈던 것도, [황금여단]의 레온이 단테스에게 시비를 걸자 화가 났던 것도ㅡㅡ설령 그것이 내 마음 밑바닥에서 온 감정이었다 해도, 나는 조금 분노의 감정에 너무 휘둘리고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나는 우쭐대고 있었다.

     

     "아......죄, 죄송해요......"

     부끄러웠다. 자신의 힘도 아닌 [삼라만상]으로 손에 넣은 힘으로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진정한 강함은ㅡㅡ눈에 보이는 무력이 아니다.

     

     ㅡㅡ잘 있어, 동생 군ㅡㅡ

     

     [육천광산]에서 폭동이 일어났던 그날, 나는 누나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이상이 지났는데 나는 어떤가?

     강해졌나?

     그날의 라르크의 손을 붙잡을 정도로?

     

     (아니. 아직 멀었다)

     

     단테스처럼 어떠한 강적이 나타나도 겁먹지 않는 마음도 없고, 미미노처럼 누구든 받아주는 넓은 마음도 없고, 논처럼 모든 것을 내놓으면서도 가족처럼 헌신하는 마음도 없다.

     

     "ㅡㅡ레이지 군?"

     눈 안쪽이 젖어오는 것을, 이를 꽉 깨물어 참는다.

     분했다. 자신의 미숙함을 깨달은 기분이 들어서.

     나는 논의 손을 잡아서 내렸다. 바보인가, 나는. 뭘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분해하고 멋대로 울고 싶어지는 거냐. 그런 짓을 할 틈이 있다면, 지금 가진 정보를 전부 내뱉어서 모두와 상담해야 하지 않은가.

     

     "고마워요, 논 씨. 정신 차렸어요."

     "그런ㅡㅡ"

     당혹해하던 논이었지만,

     

     "ㅡㅡ정말 레이지 군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치네요..... 왠지 섭섭해요. 저는 이래 뵈어도 길 잃은 양을 인도하는 성직자라고요?"

     약간 섭섭하다는 듯 미소 지어 보였다.

     

     "아뇨! 논 씨한테는 가르침만 받고 있는데요 뭘. 정말 고맙다니까요."
     "아니요, 저 따윈......제가 말한 것도 성서의 인용에 불과하니까요."
     "아뇨! 그것도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때에 적절히 성서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부했다는 뜻이니까요."
     "아니요. 대단한 공부는 아니었고, 이 정도의 지식은 초보적인 것이잖아요."
     "아뇨! 그런 식으로 겸손해하는 부분도ㅡㅡ"
     "ㅡㅡ크흠."

     헛기침이 들려와서 바라보니, 우리 옆에 단테스가 서 있었다.

     

     "레이지. 우리 딸과 정말 사이가 좋아 보이는군?"
     "예......?"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논과 무릎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로 대화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논의 손을 거머쥔 그대로였다.

     

     "그런 것은 아비인 나를 통한 뒤에 했으면 좋겠는데~? 같은 파티멤버로서도 그렇고?"

     히이이익!? 단테스 씨의 이마에 푸른 핏줄이!?

     맞다, 이 사람 딸의 일만 되면 보이는 게 없었지!

     

     "아버지. 파티 멤버가 사이좋게 지내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안 되지, 논. 레이지 군과 사이좋아지려면 이 나를 쓰러트린 다음에 해!"

     이번에는 미미노 씨가 팔짱을 끼고 서 있어!

     

     "자, 잠깐만요! 두 분 다 진정하시고ㅡㅡ"

     내가 다음에 무엇을 말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일단 시간을 끌어보려고 하자,

     

     "큭."
     "풋."

     단테스와 미미노가 동시에 내뿜었다.

     

     "와하하하, 미안미안. 그렇게 당황하지 마. 조금 놀려줬을 뿐이다."
     "아하하하, 미안. 나랑 단테스를 놔두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해서 치사하다고 생각했을뿐인걸."
     "저, 정말, 둘 다......"

     단번에 힘이 빠진 논의 어깨가 축 내려간다.

     뭐야, 놀렸던 거구나ㅡㅡ그런 느낌은 들었지만. 정말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나는. 응. 단테스 씨만은 조금 눈이 진짜였던 기분이 들지만. 응.

     

     "......그건 그렇고, 여러분께도 의견을 묻고 싶은데요."

     

     나는 지금, 의문으로 생각한 것을 전부 말하자고 결정했다.

     여기 오기까지 선행하고 있는 미궁공략과와 만나지 못했다ㅡㅡ그뿐인가 흔적 하나 안 보인다는 점.

     조금 전 같이 있었던 황금여단과도 만나지 못하게 된 점.

     제리가 [공기가 변했다]고 말했던 점.

     그리고ㅡㅡ[경외하라]라는 말만으로 우리의 감정을 컨트롤한, 그 자동인형의 구조.

     이것들은 서로 동떨어진 요소 같고, 단테스의 말대로 "그것이 던전이란 것이다" 라고 말해버리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우리들은 모험가죠. 한편으로 우리들은 파티구요. 이 던전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말하자, 도중에 일어난 모양인 제리가 이쪽을 보면서 (무슨 말이래) 같은 느낌으로 얼굴을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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